복강경 수술 장면
[일요신문] 부산 온종합병원이 최근 지방 종합병원으로서는 드물게 ‘고난도 복강경 수술’을 통해 간암과 신장암을 잇따라 절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수술 성공을 계기로 온 종합병원은 향후 비장과 췌장, 부신 등을 절제하는 데에도 이 수술기법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어서 간담췌 관련 환자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온종합병원 소화기센터(센터장 박광민·전 서울아산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이상엽 과장(간담췌외과 전문의)이 지난 14일 고난도 복강경 수술을 통해 75세 남자 A 씨의 지름 5㎝ 간 세포암을 절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복강경 간 절제술은 복부에 직경 1cm의 구멍 3∼5개를 뚫고 그 안으로 복강경 기구를 넣어 간을 절제한 뒤, 복부의 작은 구멍으로 절제된 간을 빼내는 수술법이다.
미세침습 방식이어서 상처, 통증, 출혈이 최소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회복이 빠르다 보니 입원기간도 복강경 수술 환자가 개복수술 환자보다 1주일 정도 짧은 편이다.
박광민 센터장은 “간은 혈관이 많은 데다 해부학적 구조도 복잡해 절제 시 출혈 위험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간을 절제할 때는 시야 확보가 좋은 개복수술이 주로 시행돼왔다”며 “앞으로 온 종합병원은 복강경 간 절제술의 적응증을 확대해 수술 빈도를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종합병원 소화기센터는 이에 앞서 고난도 복강경 수술로 신장암 절제에도 성공했다. 이 센터 이상엽 과장은 “왼쪽 옆구리 통증으로 집 근처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신장암으로 최종 진단받은 이 모씨(36)가 고도비만이어서 개복수술 대신에 고난도 복강경 수술로 왼쪽 신장을 절제해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환자의 복부에 뚫은 4개의 구멍으로 복강경을 이용해 근치적 좌측 신장절제술 (좌측 신장, 임파선, 부신)을 성공했다.
신장암은 콩팥이 등 쪽에 붙어 있는 후복막 장기여서 종양이 발생하더라도 증상이 없어 진행성 암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혈관을 통한 폐, 간, 뼈, 뇌 등의 원격전이나 주변 림프절로 전이가 되어 수술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번 환자는 다행히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없어 고난도 복강경 수술로 좌측 신장의 근치적 절제가 가능했다는 게 이 과장의 설명이다. 환자 이 씨는 현재 일반병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상엽 과장은 “복강경 수술은 수술 후 통증 감소, 회복기간 단축, 수술 흉터 최소화 등의 장점뿐 아니라 이번처럼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개복보다 수술부위를 더 잘 볼 수 있어 출혈이나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며 “2시간여 수술에서 이 씨의 출혈량은 10㏄ 미만에 그쳤다”고 고난도 복강경 수술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온종합병원 소화기센터 박광민 센터장은 “이번에 이상엽 과장이 성공한 복강경 수술은 상당히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므로 ‘최상급 복강경 수술(Advanced Laparoscopic Surgery)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복강경 수술 임상경험이 풍부한 이상엽 과장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 향후 간담췌 환자의 비장, 췌장 및 부신 절제에도 시행할 것이며, 온 종합병원에서 준비 중인 간이식 수술 시 공여자의 간 절제에도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010년 3월 개원한 부산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은 2018년부터 방사선 선형 가속기인 ‘라이낙’ 설치와 함께 암병원을 개설해 암 수술·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온종합병원은 2020년 2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간암·담낭암·담도암·췌장암 147건, 폐암 24건을 비롯해 위암, 소장암, 결·직장암, 대장암, 유방암, 갑상선암, 림프종, 방광암, 자궁경부암 등 모두 350여 건의 각종 암을 수술 치료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