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22일 입원중인 김홍일 의원. 임준선 기자 | ||
일부에선 김 의원이 검찰소환을 피하기 위해 ‘위장 입원’을 했다고 하지만 병원 관계자는 오랜 지병과 심리적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오랫동안 DJ와 김 의원을 가까이서 지켜본 동교동계 인사들은 “김 의원의 몸이 그렇게 된 것은 김 전 대통령의 고난의 정치역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 김 의원의 지병인 척추신경계통 장애는 ‘DJ의 아들’이기 때문에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김 의원은 대학원 1학년 때인 71년 중앙정보부 지하실에 끌려가 일주일 동안 온갖 고초를 당했다.
고 조영래 변호사, 김근태 의원, 심재권 의원 등 당시 서울대생들이 주축이 된 ‘민주수호전국청년학생연맹’의 배후조종자란 혐의였다. 김 의원은 이때 고문으로 허리를 다쳤다.
또한 80년 5·17 때는 신군부에 의해 참기 어려운 고문을 당하자 책상 위에 올라가 땅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떨어진 적이 있다. 이때 목을 다치고 척추 상태가 악화돼 언어장애와 보행에 이상이 왔다.
그러나 김 의원은 끊임없는 정권의 감시로 변변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김 의원이 자신의 지병에 대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은 것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96년이다.
당시 김 의원은 김태랑 민주당 최고위원의 소개로 중국에서 한의(漢醫) 치료를 받았다. 중국 유학 문제로 베이징을 자주 드나들던 김 최고위원이 중의약대학 전문의의 ‘소침도’(小針刀) 치료를 받게 한 것.
일명 ‘칼침’으로 불리는 소침도 치료는 침(針) 대신 작은 칼을 사용하는 것으로 당시 김 의원은 머리, 목, 척추 등의 치료를 받았다. 본래 일곱 차례 치료를 받기로 돼 있었으나 김 의원은 극심한 고통을 참지 못해 두 차례밖에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소침도 치료로 언어장애에 상당한 효과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이 지병에 대해 두 번째 집중적인 치료를 받은 것은 2002년 초. 김 의원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UCLA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물리치료를 꾸준히 할 경우 상당 부분 회복될 수 있다’는 병원측의 진단을 받았다. 실제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말 귀국했을 때 발음과 보행에서 상당히 호전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건강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았다. 지병인 척추장애가 근본적으로 치유되지 않은 데다 당뇨증세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5월21일 김 의원이 입원한 서울 성애병원의 관계자도 “김 의원이 척추신경계통의 장애와 당뇨증세 등 지병이 있는 데다 검찰 소환에 따른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말해 그 같은 사실을 시사했다.
김 의원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김 의원은 척추장애보다 당뇨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 의원이 물리치료와 함께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건강을 호전시킬 수 있는데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김 의원이 취침 전에도 과식을 할 정도로 식탐(食貪)이 있어 비만과 당뇨증세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
▲ 5월16일 퇴원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종현 기자 | ||
지난 5월10일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DJ는 신장 이상으로 혈액투석 시술을 받았다.
DJ의 건강 치료에 관여한 바 있는 한 인사는 “DJ의 신장 이상은 당뇨병에 따른 합병증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의 60∼70% 이상은 동맥경화증으로 사망한다. 당뇨는 이처럼 무서운 병이지만 ▲식사요법 ▲운동요법 ▲약물요법 등을 통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현재 DJ는 고관절염으로 거의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약물요법도 신체 다른 부위에 대한 영향으로 소극적이다. 때문에 식이요법과 정밀한 약물치료가 DJ의 건강 유지 수단이다.
이에 비해 김 의원은 당뇨병에 대한 치료를 거의 못하고 있는 상태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인내력도 DJ에 못미친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설명이다.
DJ의 가신 출신인 김옥두 의원은 성애병원으로 김홍일 의원을 위문 갔다가 “어쩌다 이런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의원은 DJ가 자신으로 인해 고초를 겪은 아들 얘기를 할 때면 눈시울을 붉혔다고 전했다.
이제 DJ는 병이 깊어진 상황에서 ‘특검’의 창끝을 바라보고 있고, 김홍일 의원은 병상에서 검찰조사를 기다리는 처지다. DJ 부자(父子)로선 기막힌 ‘동병상련’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