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박사 수술
[일요신문] 30대 여성 A 씨는 평소 게실염으로 복통에 시달려 왔다.
최근 하복부의 통증이 극심하고 빈혈 증세까지 보여 온 종합병원 외과 주재우 과장을 찾았다가 복부 CT 검사에서 혹 같은 종물이 나타나고 생리불순까지 있어 산부인과 김철 과장의 협진 끝에 자궁벽이 두꺼워지면 커져버린 자궁선근증(자궁선종)과 자궁근종으로 확인됐다.
이에 주 과장이 게실염으로 인한 대장 수술을 한데 이어 김 과장이 자궁 내시경 수술을 통해 자궁적출 없이 양성종양만 무사히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가임기 여성의 40% 이상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부인과 대표질환인 자궁근종은 자궁에 생긴 혹이지만 양성 종양이어서 암과 달리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A 씨처럼 자궁선근증은, 자궁근종과 달리 자궁벽이 두꺼워지면서 자궁 전체가 커져 버린다. 자궁내막의 분비선과 적혈구가 자궁근층으로 파고들면서 자라나 자궁벽이 두꺼워지고 커진 것이다.
온 종합병원 자궁근종센터 김철 센터장(산부인과 전문의·암병원 원장)은 “자궁선근증의 원인은 월경이상으로 비롯된다”며 “최근엔 출산율이 낮아지고 폐경 연령이 늦어지는 것도 자궁선근증의 발병률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은 빈혈을 동반한 생리과다와 생리통이다. 통증 주기도 월경 시기 전후로 더 길어지고, 월경이 없을 때도 골반에 묵직한 둔통을 동반한다. 결국 오래 방치하면 만성 골반통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김철 센터장은 “환자의 30% 정도는 무증상인 데다 A 씨처럼 복통이 주 증상인 게실염 등을 앓게 되면 제때 자궁선근증을 진단하기 힘들다”며 “특히 자궁근종과 비슷하고, 자궁내막증과도 증상이 비슷해 헷갈리는 데다 복부 초음파 진단에서도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자궁근종의 진단은 초음파를 찍어 보거나, 의사가 손으로 질 안을 검사하는 내진이 가장 정확하다. 성관계 경험이 없는 여성은 내진을 꺼리므로 질 초음파, 항문초음파, 복부초음파 등 초음파 검사로 진단해야 한다.
질 초음파나 항문 초음파가 복부 초음파보다 더 작은 근종까지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자궁선근증은 내진, 초음파 검사, 자기 공명 영상(MRI) 검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수술 전에는 정확한 조직학적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 수술 후 떼어낸 자궁을 조직 검사해야 자궁선근증으로 최종 진단한다.
불임 원인의 10∼15%가 자궁선근증으로 알려져 미혼여성의 경우 진단 즉시 받게 되는 심리적인 충격이 상당하다.
자궁 적출에 대한 부담감도 커서 대개 증상이 없고 근종 크기가 4㎝ 이하인 경우는 성장추이를 지켜보기만 한다. 수술이 필요할 경우 자궁을 완전히 들어내는 복강경 자궁절제술보다는 자궁내시경을 통해 자궁선근증만 골라서 떼어내는 자궁경 수술이 각광받고 있다.
김철 센터장은 1988년 영남권에서 처음으로 내시경 자궁근종 수술을 도입해 지금까지 30여 년 간 3천 회 이상 시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내시경 자궁선근증 절제술은 질 내부로 내시경을 넣어서 수술이 이뤄지므로 복부에 아무런 절개창을 남기지 않는다. 절개된 근종은 질을 통해 빼내고 통증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근종 내시경 수술은 이전엔 자궁 안쪽 부위에 생기는 점막 하 근종만 제거했으나, 최근 들어 자궁 점막과 자궁 바깥쪽의 근육층 사이에 생긴 근종까지 제거할 수 있게 됐다.
김철 박사는 “갈수록 내시경 자궁근종 수술이 발달해, 심지어 자궁 점막층을 벗어나 바깥 근육에 숨어 있는 근종이나 선종까지 제거하기에 이르렀다”며 “내시경 자궁선근증 절제술은 장 천공과 출혈 위험이 높아 최고난도의 부인과 수술영역”이라고 평가했다.
김철 센터장은 이어 “자궁선근증은 3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하지만, 평소 생리통이 심한 여성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산부인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것을 당부한다”고 권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