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박성광은 데뷔 전에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마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리운전이었다. 하루는 그가 운 좋게도 꿈에 그리던 톱스타를 태우게 되었다. 그는 다름 아닌 당대 최고의 스타 고소영.
박성광은 떨리는 마음에 긴장한 채 운전대를 잡았다. 고소영과 그녀의 언니로 보이던 사람을 함께 태운 채 남산터널 요금소를 통과할 무렵, 대뜸 고소영이 박성광에게 “왜 통행료를 안내죠?”라고 물었다고 한다. 3인 이상 차량은 통행료가 면제된다는 사실을 고소영이 몰랐던 것. 내심 그녀와의 대화를 기다리고 있던 박성광은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너무 아름다우셔서 통행료를 안 받나봅니다”라고 답했고, 이에 고소영 일행 역시 웃음으로 화답해 분위기는 일순간에 화기애애해졌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박성광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고소영 씨 맞으시죠? 네?”라고 묻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녀의 싸늘한 침묵. 고소영은 대리운전기사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고소영은 미안했는지 이내 박성광에게 “좀 많이 닮았죠?”라며 말을 건넸고 이번에는 박성광이 침묵으로 답했다고. 그녀의 침묵에 자존심이 상했던 박성광의 소심한 복수였다. 결국 박성광은 목적지에 고소영 일행을 내려준 뒤 저 멀리서 “고소영!”이라고 크게 외치며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고소영의 입을 통해 확인된 바는 없지만, 그날의 상황은 감추려는 자와 파헤치려는 자의 숨막힌 드라이브였던 셈이다.
문제는 이 대리기사가 신현준을 내려준 뒤 다음에 태운 고객이 마침 한 스포츠신문 기자였다는 점이다. 대리기사가 신현준과 나눈 대화는 와전되어 전달됐고 결국 다음날 신문 1면에는 ‘신현준, 옛 연인 김희선 못 잊어’라는 타이틀의 스캔들 기사가 게재되고 말았다. 당시 신현준은 손태영과의 삼각스캔들 등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시기였는데 억울한 스캔들이 또 한 번 불거지는 바람에 결국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보도에 따른 1억 원 상당의 소송을 제기했다. 대리기사로 인한 허위기사. 지금도 그가 가장 억울하게 꼽는 스캔들 중 하나가 바로 당시의 일이다.
그런가하면 대리운전을 부를 수 없어 아예 술자리에서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스타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한류스타 배용준이다. 얼마 전 방송인 김새롬은 배용준과의 술자리 후일담을 한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전한 바 있다. 그는 지인의 초대로 나간 자리에 배용준이 떡하니 있어 기쁘면서도 매우 놀랐다고 한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일행들은 의리게임(편을 갈라 진 팀이 가위 바위 보를 통해 순서를 정해 한 통의 술을 나눠 마시는 게임)을 시작했고, 김새롬과 배용준은 같은 편이 되어 술을 마시게 됐다고 한다. 첫 번째로 술을 마시게 된 배용준. 김새롬을 비롯한 일행들은 그가 많은 양의 술을 마셔 의리를 지키기를(?) 원했지만 배용준은 술잔을 입에만 갖다 댄 채 남은 술 모두를 다른 이들에게 권했다고 한다.
이유인즉 배용준은 대리운전을 부르지 않기 때문. 그는 자신이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라 대리운전을 부르는 일이 쉽지 않다며 일행들에게 정중히 술을 거절했다고 한다. 실제로 배용준은 매니저가 없이 본인이 직접 운전을 해야 할 경우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하디 흔한 대리운전조차 못 맡기는 한류스타의 비애로도 보이지만, 그만큼 완벽한 자기관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 대리운전 기사가 자신을 알아볼까봐 차에만 타면 곤히 잠을 청하는 연예인들도 상당수다. 개그맨 Y의 경우 심성이 착하기로 유명한데, 그가 대리운전을 맡기고 잠이 드는 이유는 다름 아닌 팁을 주는 일이 부담스러워서라고 한다. Y의 말에 따르면 자신을 알아보고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대리기사를 외면할 수 없어 짧은 시간이지만 속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기사와 어느새 친해져 항상 정해진 금액보다 돈을 더 지불하곤 했다고. 정해진 금액만 주면 야박해 보일까봐 대리운전을 부를 때면 항상 고민이라는 Y는 결국 언젠가부터 마스크에 모자를 쓴 채 뒷좌석에서 조용히 잠을 청하며 귀갓길을 재촉한다는 후문이다.
대리운전을 부를 때 외에도 연예인들은 자신의 전화번호가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특히 개인차량의 주차번호 표지판이 골칫거리라고 한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자신의 차량에 전화번호를 적어두지 않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차량을 가로막고 주차할 경우 자신의 전화번호를 어쩔 수 없이 적어놓을 수밖에 없다.
군복무에 한창인 탤런트 K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연예인으로서는 드물게 자신의 명함을 갖고 다닌다. 그의 명함은 독특하게도 탤런트 K가 아닌 매니지먼트 팀장 K로 그를 소개하고 있다. 효과 만점의 아이디어인지 아니면 쓸데없는 오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사생활 지키기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