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규제가 가장 큰 리스크…기관과 큰손 보유 늘면 안정성 높아져
#투자심리가 유일한 가늠자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가상자산 가격이 과연 어떤 수준인지를 분석하려 애쓰고 있다. 주식은 가격급락 시 청산가치가 지지선이 된다. 당장 회사 문을 닫고 모든 자산을 팔았을 때 건질 수 있는 액수다. 하지만 가상자산은 내재가치 자체를 측정하지 못해 누구도 뾰족한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장 보편적인 분석은 차트를 통한 기술적 분석이다.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읽는 방법이다.
체인애널리시스라는 블록체인 분석회사의 보고서를 보면 비트코인 매수에 투입된 자금은 4100억 달러가량인데, 지난 12달 사이에 절반가량이 집행됐다. 특히 110억 달러의 자금이 평균 3만 6000달러 아래에서 비트코인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이 정확하다면 3만 6000달러가 차익실현 분기점이다. 공교롭게도 5일 이동평균선을 기준으로 보면 비트코인 가격은 3만 6000달러 근처에서 반등하고 있다.
2017년~2018년의 1차 가상자산 랠리 때와 지금을 비교하는 분석들도 등장했다. 2017년에는 12월 17일 미국 CME의 비트코인 선물 출시가, 올해는 4월 14일 코인베이스 상장이 전환점이었다. 두 번째는 비트코인 값이 정점에 오른 후 다른 알트코인들이 한 달여의 시차를 두고 따라 오른 현상이다. 주도주가 오른 후 상승세가 주변으로 확산되는 현상은 시장의 보편적인 흐름이어서 특이한 사항은 아니다.
#상승동력 ‘메타버스’…압력요인 ‘국가권력’
모멘텀 재료들을 분석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번 가상자산 랠리는 크게 세 가지 동인이 작용했다. 코로나19로 언택트 경제가 활성화됐고, 통화량 급팽창으로 기존 화폐 가치가 하락했으며, 기관의 투자 저변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언택트 경제가 '메타버스(metaverse)'로 진화하는 상황은 가상자산에 긍정적이지만, 나머지 두 가지 요인이 계속 유효할지는 장담이 어렵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미국과 중국의 가상자산 규제 강화는 가장 큰 압력이다. 미국은 가상자산과 관련된 현금 거래를 국세청에 신고하도록 강제했고, 의회는 규제안을 주문했다. 중국도 비트코인 채굴을 막는 한편 가상자산 거래소의 영업을 사실상 중단시키는 수준의 강력한 규제를 펼치기 시작했다.
탈중앙금융(De-Fi)의 민간 디지털 화폐는 국가권력에는 중대한 도전이다. 특히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무제한 찍어낼 수 있는 힘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를 넘겼다. 달러의 지위가 도전받거나 약해지는 것은 현재로서는 미국의 국익에 부합되지 않는다. 2019년 페이스북이 스테이블 코인(안전자산에 가치를 고정시킨 디지털 화폐) ‘리브라’를 발행하려 했을 때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제동을 걸었다.
동시에 디지털 위안으로 달러에 맞서려는 중국에게도 가상자산은 눈엣가시일 수 있다. 중국은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 체제다. 탈중앙과는 상극이다. 최근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금융 플랫폼에 대한 단속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배경이다. 특히 디지털 위안은 현금과 달리 ‘익명성’을 갖지 못한다. 자금의 흐름을 인민은행이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중앙에서 파악이 어려운 가상자산의 유통을 용인하지 못하는 이유다.
#기관 편입 여부에 달려
차트로만 살피면 비트코인 3만 6000달러 선 다음의 지지선은 2만 달러 선이다. 만에 하나 2만 달러 선마저 무너진다면 이번 랠리 이전부터 보유했던 큰손 ‘고래’들도 타격을 입게 된다.
결국 기관과 큰손의 움직임에 달렸다. 이들이 대체자산으로 포트폴리오 편입 비중을 높인다면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공식자산으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도 있다. 이번 급락장에서 기관들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변동성 통제였다. 큰손들의 보유가 늘어나면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파생상품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며, 기존 금융시스템과의 연결고리도 단단해질 수 있다.
하루에 20여 종의 코인이 새로 발생되며 ‘난립’ 양상을 보이던 시장이 정리될 필요도 있다. 일론 머스크 등 일부 유명인사들의 말이 결국 ‘설화’가 되면서 앞으로는 본질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관과 큰손들을 중심으로 가상자산별로 얼마나 구체적인 효용을 가질 수 있으며, 미래가치를 품고 있느냐에 대한 분석이 진행될 전망이다. 비트코인보다 효용이 넓은 이더리움이나 실생활에서 활용성을 갖는 알트코인들로 투자대상이 압축될 가능성이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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