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변제 가능성 추가 확인 중
지난 19일 입국과 동시에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연행돼 이틀 동안 조사를 받은 신정환은 20일 밤 귀가했다. 조사를 담당한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신정환이 필리핀 세부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약 1억 3000만 원 상당의 바카라 도박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내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인정한 신정환이 외환관리법과 여권법 위반 관련 혐의는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구속 수사 입장이 알려지며 외환관리법과 여권법 위반을 경찰이 무혐의 처리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다음 날 오전 서울중앙지검 외사부(김석우 부장검사)는 “다리 재수술이 필요해 일단 석방한 것일 뿐 구속 여부는 그때 다시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해외 원정 도박만으로는 구속 수사가 어렵다. 재판을 통해 벌금형 내지는 집행유예 정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외환관리법이나 여권법 위반 혐의가 드러나면 형량이 무거워져 실형을 살 수도 있다. 해외 원정 도박 혐의만 인정돼 가벼운 사법처벌로 사건이 마무리될 경우 신정환은 ‘롤링 시스템(에이전트가 카지노에 손님을 소개해주고 그가 도박으로 쓴 돈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방식)’의 피해자가 된다. 여기에 ‘도박 중독’을 치료하려 노력하는 모습만 더하면 연예계 복귀가 예상보다 빠를 수도 있다.
의혹의 핵심은 현지 에이전트(롤링 업자)에게 도박 자금으로 1억 2000만 원을 빌렸지만 아직까지 갚지 않았다는 진술이다. 만약 1억 2000만 원을 신정환이 갚았다면 그 과정에서 외환관리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여권을 담보로 맡겼다면 이는 여권법 위반이다. 결국 이번 수사의 관건은 어떻게 신정환이 1억 2000만 원의 도박 빚을 갚지 않고 필리핀 세부를 떠날 수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진술과 달리 신정환이 이미 1억 2000만 원을 갚았을 가능성이 있어 경찰이 해외 송금 추적을 위해 신정환의 계좌를 조회했지만 특이점을 찾아내진 못했다. 이로 인해 이미 경찰이 신정환의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는 얘기가 떠돌았지만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대위변제 등의 방법으로 송금했을 수도 있어 추가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신정환이 세부에 체류 중일 당시 흉흉한 소문들이 무성했다. 도박 빚을 갚지 못해 감금당했다는 소문, 여권을 맡기고 돈을 빌렸다는 소문 등이 이즈음 떠돌았다. 그렇지만 신정환은 유유히 세부를 떠나 마카오를 거쳐 네팔로 향했다.
신정환이 세부를 떠난 데 대해서도 몇 가지 설들이 난무했다. 우선 신정환이 한국에서 화제의 중심에 서자 에이전트가 일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1억 2000만 원을 포기했다는 것. 이 경우 신정환은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에서 자유로워진다. 두 번째는 지인이 대신 빚을 해결해줬다는 설이다. 당시 신정환은 필리핀 마닐라를 거쳐 세부로 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마닐라에 있던 측근을 만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 측근 인사가 세부로 와서 도박 빚 문제를 해결해줬다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측근 인사가 신정환의 도박 빚을 갚는 데 사용한 돈의 출처가 수사의 핵심이 된다. 마지막으로 신정환이 환치기 등의 수법으로 도박 빚을 해결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역시 외환관리법 위반이 된다.
여권법 위반의 경우 신정환이 해당 에이전트에게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실제로 여권을 담보로 활용했는지 여부가 밝혀져야 한다. 이에 경찰은 현지에 체류 중인 에이전트 체포를 위해 필리핀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자연스럽게 의혹은 몸까지 아픈 신정환이 귀국을 서두르지 않고 5개월이나 네팔 등지에 체류한 까닭으로 연결된다. 그의 진술처럼 단순히 해외 원정 도박만 했을 경우에는 사법 처벌 수위도 높지 않아 최대한 빨리 귀국해서 사건을 일단락 짓는 것이 연예계 복귀에 훨씬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신정환은 5개월이나 지나 귀국했다. 혹시 해외 원정 도박을 도운 최측근 인사와 함께 현지 에이전트와의 도박 빚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랬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신정환의 소속사는 “당시 국내 여론이 너무 좋지 않아 귀국을 미루다 보니 5개월이나 지체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지상파’ 어려우면 ‘종편’ 노크?
과연 신정환이 대시 재기해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을까. 신정환 귀국을 앞두고 만난 한 신정환의 지인은 “수사에 성실히 임하며 충분히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이후 치료받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노출해 ‘도박 중독’이라는 질병과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서서히 연예계 컴백을 조율하면 컴백이 예상보다 빠를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이것은 바람이고 계획일 뿐이다.
반면 방송사 분위기는 좋지 않다. 끝까지 신정환의 조기 귀국을 종용하며 기회를 주려 했던 MBC가 가장 냉담한 반응이다. 게다가 MBC와 신정환은 선지급 출연료 반환으로도 얽혀 있다. MBC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신정환 씨가 언젠가 타방송사를 통해 컴백을 할지라도 MBC하곤 풀게 너무 많이 남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KBS의 경우 사법 처벌 수위를 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인데 사안으로 볼 때 ‘출연 금지 연예인 명단’에서 이름이 빠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물의 연예인에게 컴백의 기회를 여러 번 준 SBS가 비교적 문이 가장 넓어 보이지만 SBS 예능국 관계자는 “뎅기열 조작이 너무 컸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올 하반기 종편채널이 방송을 시작한 뒤 예능 MC 부족 사태가 심화되면 예상보다 빨리 신정환의 방송 복귀가 이뤄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