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임되면서 ‘1980년 이후 최장수 장관’이라는 영예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열린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잔을 들고 있는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가장 역사가 오래된 재무부는 1948년 시작돼 1994년 12월 경제기획원과 합쳐졌다. 통합되기 전까지 재무부 장관을 거친 경제수장은 37명에 달한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주도하며 1961년 7월 탄생한 경제기획원은 1994년 12월까지 28명의 장관(이 가운데 22명은 1963년 12월 경제기획원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하면서 부총리로 봉직)이 근무했다.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통합으로 탄생한 재정경제원의 경우 1998년 3월까지 5명의 재정경제원 장관 겸 부총리가 거쳐 갔다. 재정경제원은 외환위기를 불러온 데 대한 비난과 함께 1998년 3월 다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뉘어졌다. 수장이 부총리에서 장관으로 격하된 재정경제부는 이후 9명이 장관직을 맡았다. 이 가운데 6명은 재정경제부 장관이 다시 경제부총리로 격상되면서 부총리 타이틀을 안게 됐다. 재정경제원에서 떨어져 나온 기획예산처에는 7명의 장관이 있었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는 이명박 정부 탄생과 함께 다시 통합돼 기획재정부로 태어났다. 하지만 직급은 다시 장관으로 낮아졌다. 강만수 전 장관(현 대통령 경제특보)이 이명박 정부의 초대 경제수장을 맡았으나 고환율정책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2009년 2월 10일부터 윤증현 장관이 기획재정부를 책임지고 있다. 윤증현 장관까지 헤아릴 경우 1948년부터 지금까지 63년간 이들 부처의 장관을 맡았던 이는 모두 88명이나 된다.
한국 경제의 방향타를 결정짓는 부처다 보니 재임기간의 부침도 심하다. 무려 9년을 넘게 장관을 맡았던 이가 있는가 하면 1년도 안되게 근무한 이도 있다. 특히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이 통합된 재정경제원 탄생 이후로는 2년을 넘긴 장관이 전무하다. 이는 ‘공신’들에 대한 자리 나눠주기 개념과 총선용 징발이 겹치면서 발생했다. 특히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1961년에는 한 해 동안 재무부 장관에 3명이나 임명됐다. 경제기획원도 국무총리 산하에 있던 1962년∼1963년 사이 6명이 장관을 맡는 등 잦은 교체에 시달리기도 했다.
88명의 경제수장 중에서 2년이 넘는 재임 기간을 가진 이들은 총 9명으로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가장 장수한 장관은 남덕우 전 부총리다. 남 전 부총리는 1969년 10월부터 1974년 9월까지 재무부 장관직을 맡아 무려 4년 11개월을 근무했다. 남 전 부총리는 재무부 장관에 이어 1974년 9월부터 1978년 12월까지 4년 3개월간 다시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역임했다. 두 부처를 합쳐 무려 9년 2개월이나 되는 셈이다.
남 전 부총리의 재임 기록은 장관 재임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던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양 부처에서도 각각 최장수 기록이다.
재무부에서 남 전 부총리 다음으로 길게 근무한 이는 김용환 전 장관으로 1974년 9월부터 1978년 12월까지 4년 3개월 동안 장관을 맡았다. 백두진 전 장관이 2년 6개월(1951년 3월∼1953년 9월) 일했고, 김만제 전 장관이 2년 3개월(1983년 10월∼1986년 1월)가량 장관으로 봉직했다. 경제기획원에서는 장기영 전 부총리 겸 장관이 3년 5개월(1964년 5월∼1967년 10월)로 가장 길었고, 태완선 전 부총리 겸 장관이 2년 8개월(1972년 1월∼1974년 9월), 김학렬 전 부총리 겸 장관이 2년 7개월(1969년6월∼1972년1월), 신병현 전 부총리 겸 장관이 2년 3개월(1983년 10월∼1986년 1월), 최각규 전 부총리 겸 장관이 2년(1991년 2월∼1993년 2월)간 근무했다.
윤증현 장관은 지난 2009년 2월 10일부터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최각규 부총리 이래 18년 만에 2년 이상 근무한 최초의 경제 수장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작 윤 장관 본인은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재정부 관계자는 “부하직원들이 장관에게 유임을 축하드린다고 했다가 윤 장관으로부터 ‘이게 축하받을 일이냐. 내가 고생하는 것 안 보이느냐’는 핀잔(?)을 들었다”면서 “아무래도 외부에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지 않고 지키는 것처럼 비칠까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