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팬들의 가장 큰 궁금증은 ‘누구의 몸값이 가장 비싼가’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대부분 영화 관계자들은 송강호 설경구 황정민 등을 꼽는다. 이른바 ‘티켓 파워’가 남다른 배우들이다. 다만 ‘얼마를 받느냐’는 질문에는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입을 닫는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톱A급 남자 배우들의 출연료는 5억 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2006년 <괴물>의 성공 이후 충무로로 자금이 몰려 배우들 몸값이 크게 오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침체기를 거치며 다시 하락해 5억 원 정도가 최고 수준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여배우들은 남자에 비해 출연료가 다소 낮게 책정된다. 남자 배우보다 티켓 파워가 다소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여배우 중에서는 ‘칸의 여왕’ 전도연과 하지원 등이 톱클래스 배우로 분류된다. 이 관계자는 “최고 대우를 받는 여배우들의 개런티는 4억 원 안팎으로 보면 된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월급을 공개하지 않듯 배우들의 몸값도 대외비에 속한다. 단순한 개런티 외에도 각종 지원을 요구하는 배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에게 지급되는 출연료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러닝개런티’ 계약이 체결되기도 한다. 영화가 수익을 낼 경우 배우에게 개런티를 더 지급하는 방식이다.
2008년 개봉된 <과속 스캔들>에 출연한 배우 차태현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를 경험했다. <과속 스캔들>의 손익분기점은 약 150만 명. 일찌감치 본전을 되찾은 <과속 스캔들>은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관객수 역시 ‘과속’했다. 당시 차태현은 기본 출연료 외에 수억 원에 이르는 러닝개런티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러닝개런티는 지난 1997년 배우 한석규가 영화 <쉬리>에 출연하면서 도입된 뒤 일반화됐다. 가수 겸 배우 비 역시 할리우드 첫 주연작 <닌자 어쌔신>에 출연하며 러닝개런티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JK필름의 한지선 마케팅 실장은 “기본 출연료를 다소 낮추되 수익이 나면 배우들에게 추가로 출연료를 지급한다는 측면에서 합리적인 방식이라 볼 수 있다. 제작사는 초기 제작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배우는 더욱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작품에 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높은 개런티를 보면서 한 숨 짓는 관객도 있다. 8000원을 내고 2시간 동안 웃고 즐기는 사이 배우들은 수억 원의 출연료를 챙긴다는 단순 계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들이 작품을 고르는 데 항상 ‘돈이 우선’은 아니다. 많은 배우들이 돈의 많고 적음보다는 작품성을 살피며 명분을 먼저 찾곤 한다.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 이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 현빈. 그는 2월 개봉을 앞둔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에 출연하며 개런티를 받지 않았다. 여주인공인 임수정도 마찬가지다. 현빈은 “배우로서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꼭 참여하고 싶었던 영화였다”고 밝혔다.
영화 <평양성>(감독 이준익)에 등장하는 배우 황정민 역시 출연료를 받지 않고 카메라 앞에 섰다. 특별 출연으로 분류되기는 했지만 출연 분량을 따져 보았을 때 황정민은 조연 배우 이상의 몫을 했다. 마지막에 그가 손에 쥔 것은 의리와 명분뿐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족했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함께 작업하며 친분을 쌓은 황정민에게 출연을 부탁했다. 3일 동안 단 4장면 찍는데도 ‘미친 존재감’을 확인했다. 황정민에게 사랑한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블록버스터급 영화와 중소 영화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배우 정진영은 매니저 없이 활동하며 출연료 협상도 직접 한다. 정진영은 “돈 얘기를 나누는 것이 껄끄럽지 않냐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어떤 작품이냐가 중요하지 출연료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일단 작품이 좋아 출연을 결정하면 개런티는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그럴 것”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몸값과 경력은 비례할까? 답은 ‘노(No)’다. 연기 경력이 늘면서 관록이 밴 연기를 선보일 수 있지만 몸값까지 같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영화계에는 연기력보다 인지도가 우선이라는 인식이 많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영화는 드라마처럼 불특정 다수가 아닌 티켓을 구입한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연기력을 가진 배우도 힘을 쓸 수 없다”며 “영화는 드라마에 비해 촬영 스케줄이 여유로워 연기 지도를 병행할 수 있어 연기력이 다소 부족해도 이름값이 높은 배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1년 사이 충무로에서 가장 몸값이 많이 오른 배우로는 이민정과 송새벽을 들 수 있다. 이민정은 2008년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 출연 이후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 <백야행> 등에서 조연급이었던 이민정은 곧바로 <시라노;연애조작단> 주연을 맡아 흥행에 성공하며 차세대 여배우로 급부상했다. 송새벽은 지난해 <방자전>으로 빛을 봤다. 이전에는 <마더> 등에서 감초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수준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 사이 주연급 배우로 우뚝 섰다. 결국 ‘한 방’이 필요했던 셈.
배우의 몸값은 전 분야에 걸쳐 동반 상승한다. 영화 출연료가 상승하면 드라마 1회 개런티도 높아지고 CF 모델료도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포레스타 엔터테인먼트의 배경렬 대표는 “영화는 티켓 파워, 드라마는 한류 스타, CF는 소비자 호응도가 높은 배우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통상 이 중 한 가지를 갖추면 나머지 두 가지는 따라오기 마련이다. 다만 한 번 스타의 자리에 오르면 사건 사고에 연루되지 않는 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배우의 몸값이 상승해 제작사가 제작비 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