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별다른 증상이 없으니까’ ‘설마 내가?’라는 생각으로 건강을 자만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하지만 평소 술과 담배, 과로, 스트레스 등 건강을 해치는 요인들에 많이 노출되는 만큼 건강검진을 잘 활용해 자신도 모르게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암과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각한 질환 대부분이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는 사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진호 교수는 “암의 경우 본인이 증상을 느끼는 순간은 이미 온몸으로 진행되어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건강을 자신하기보다는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킨다는 생각으로 건강검진을 잘 받는 것이 중요하다.
▲ 값비싼 검사를 많이 받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어떤 검사는 너무 자주 받으면 검사 자체의 위험성도 있다. 사진은 CT 촬영 모습. 사진제공=서울대병원 강남센터 |
때문에 건강검진을 받을 때는 이들 질환에 위험요인이 많은 사람이라면 관련 검사항목을 빠트리지 않고 받는 것이 좋다.
# 건강검진은 기본적인 건강관리법, 문제는 진단 시기
나날이 발전하는 의학 덕분에 요즘 건강검진에 이용되는 방법들은 점점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검사에 따른 불편이나 부작용은 줄어들고 있으며 비용도 낮아지는 추세다. 또한 질병을 빨리 발견할수록 치료가 쉽고 간단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기적인 건강검진이야말로 건강관리의 가장 기본 항목인 셈이다.
건강검진을 잘 활용하면 숨은 질병을 발병 전 단계나 초기 단계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질병이 일정 단계를 넘어서 진행된 상태라면 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
예를 들어 고혈압의 조기 진단과 치료로 인해 뇌졸중에 의한 사망률이 50%가 줄었고, 자궁경부암 검사 시행 이후 자궁경부암 사망률이 73%나 줄어든 것으로 보고돼 있다. 위암의 경우 조기위암 단계에서는 5년 이상 생존확률이 95%나 되고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진행성 위암의 경우 5년 이상 생존확률이 40% 정도로 뚜렷하게 낮아진다. 유방암이나 대장암 등도 위암의 경우와 비슷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암은 암으로 진행하기 전 단계가 오랜 기간 있으므로, 이 단계에서 치료를 해주면 암의 진행 자체를 막을 수 있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질환도 발병 전 대부분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이상을 오랫동안 동반하므로 이들을 발견하여 잘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결국 어떤 질병이나 그 질병을 일으키는 위험요인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이와 성별, 개개인의 건강위험 요인 등에 맞추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 각자의 건강상태ㆍ위험요인ㆍ비용 고려해야
기본적인 건강검진 항목은 성인병 위험요인을 찾아내기 위한 체성분 분석, 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검사 등과 빈혈, 간기능, 신장 기능, 간염검사 등을 알 수 있는 간단한 혈액검사를 비롯해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의 주요 암 검사가 포함된다.
물론 이외에도 각자의 건강 상태나 위험요인, 비용 등을 고려해 다양한 검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비싼 검사를 많이 받는다고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어떤 검사는 너무 자주 받으면 검사 자체의 위험성도 있다. 남녀별로 연령과 본인의 건강 상태에서 가장 필요한 검사들을 골라 적절한 간격으로 꾸준히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최근 조기 암 진단을 위해 대형병원들이 PET-CT를 많이 설치하고 있는 추세다. 이 PET-CT를 받으면 대부분의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 많은 이들이 다른 검사 없이 PET-CT만 받기도 한다. 원래 PET-CT는 암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포도당에 방사선 표시를 해서 주입, 그 물질이 암에 모이는 원리를 이용해 암을 발견하는 진단법이다. 이미 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전이 유무나 암 치료 후 재발 유무를 판정할 때 유용하다.
박진호 교수는 “요즘은 PET-CT를 조기암을 발견하기 위한 용도로도 많이 사용하는데,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위암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위내시경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고, PET-CT는 효용이 훨씬 떨어진다. 자궁경부암도 값은 저렴하지만 자궁경부세포진 검사가 훨씬 정확하다. 또한 PET-CT는 암으로 가기 전 단계의 병변을 발견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대장의 용종이나 자궁경부의 이상세포 변화 등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기존의 암 검사를 시행한 이들 중 이러한 검사방법에서 놓칠 수 있는 암을 발견하는 데 더 도움을 받기 위한 방법으로 PET-CT를 사용할 수는 있다고 한다.
이외에 뇌 MRI와 MRA 검사 역시 꼭 필요한지 따져보는 게 좋다. 이 검사를 받으면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거나 뇌졸중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너무 과장된 생각이다. 뇌 MRI를 통해서는 일부 뇌종양을 발견할 수는 있지만, 뇌종양 자체가 흔하지 않으므로 효용성이 떨어진다. 또한 뇌졸중을 앓고 지나간 흔적을 발견할 수 있지만 이것은 나중에도 발병할 위험이 높다는 것을 예측하는 정도다. 결국은 스스로 운동, 금연, 혈압이나 혈당 조절 등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검사비용이 비싼 뇌 MRI나 MRA는 뇌동맥류 등을 보기 위해 한 번 정도 시행하는 것은 고려할 수 있지만 정기적으로 받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 물론 건강 상태와 위험요인에 따라서는 이런 검사가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굳이 값비싼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의 여부는 검사 전에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건강검진센터의 선택도 중요한 부분이다. 나이나 위험요인에 따른 맞춤검진이 가능하고, 나에게 필요한 검사방법 중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검사가 가능한 곳, 검진 전에 담당 전문의나 전문 간호사와의 상담이 가능한 곳으로 한다.
또한 건강검진 후에는 경험 많은 해당 분야의 전문의와 충분한 결과 상담이 가능한 곳이면 좋다. 만약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빠르고 체계적인 치료를 상의할 수 있다. 종합병원의 경우 체계적인 치료와 함께 영양상담, 운동처방 등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장점이다.
건강검진센터가 정해지면 자신의 주치의나 해당 센터의 전문의와 상의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바탕으로 필요한 검사 항목과 시기에 대해 상의한다. 이때 검진 전날에는 금식 등 주의사항을 철저히 지켜야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박진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단독검사론 정확성 떨어져
간편한 혈액검사 한 가지만으로 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박진호 교수는 “이에 대해서는 과장된 면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혈액을 통한 암검사 중 효용성이 입증된 경우는 전립선암에 대한 검사(PSA)와 간암에 대해서 B형 또는 C형 간염이 이미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혈중태아단백(αFP) 검사뿐이라고 한다. 기존에 알려진 췌장암에 대한 CA19-9, 난소암에 대한 CA125, 대장암에 대한 CEA 등의 검사는 이들 암에 대한 다른 검사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가치는 있을지 모르나 단독검사로는 효용성이 적다. 즉 검사 결과에서 수치가 높다고 암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정상이라고 해서 암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단지 해당 수치가 올라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암이 있을 확률이 다소 높으므로 추가로 검사를 해볼 수 있다는 단서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