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 제도 개선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정부가 지난 연말과 올 초 리모델링 규제 완화와 관련해 ‘말 바꾸기’를 하면서 리모델링 시장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불어 닥치고 있는 리모델링 활성화 바람이 수도권을 넘어 오는 2015년부터 전국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리모델링 시장을 달구고 있는 정책 이슈와 후폭풍을 따라가 봤다.
지난 2001년 제도 도입 때부터 지난해 3월 조정식 한나라당 의원의 일반분양 허용 법안 발의까지, 리모델링 정책 이슈의 핵심은 규제 완화였다. 특히 리모델링업계와 정부는 ‘수직증축과 일반분양’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수직증축은 말 그대로 아파트에 위층을 올려 층수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일반분양은 가구 수를 늘려 신규분양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공공주택의 용적률을 높이는 데 수직증축 만 한 것이 없는 데다 일반분양은 막대한 리모델링 공사대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정부는 업계 주장에 손사래를 친다. 10∼20년 된 아파트의 골조를 믿을 수 없는 데다 일반분양을 하게 되면 재건축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이 재건축과 달리 수익금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도 규제완화 불가의 이유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쌍용건설 리모델링사업부 양영규 부장은 “정부는 수직증축은 무분별한 건축행위, 일반분양은 부동산 투기로 본다”면서 “일반분양은 공사비로 지불해야 하는 추가 부담금을 완화하는, 일종의 비용절감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 초 시장을 갑자기 달군 이슈 역시 수직증축과 일반분양에 대한 국토해양부의 발표가 있던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토부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타당성 연구’ 보고서를 바탕으로 ‘수직증축 일반분양 불허 방침’을 발표했다. 이 발표로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분당 평촌 등 1기 신도시는 시쳇말로 난리가 났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법안 추진 소식에 슬금슬금 올랐던 집값이 급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기도 하다. 분당의 주요 리모델링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조합 결의가 무산되는 등 후폭풍은 거셌다.
사태가 커지자 국토부는 불허 방침을 발표한 지 불과 한 달 만인 지난 1월 25일 민관간담회를 통해 ‘없던 일’로 태도를 바꿨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돌연 “올해 안에 대안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진화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가 리모델링 관련 용역보고서를 낼 것이라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분노했던 리모델링 조합원과 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한국리모델링협회 등을 중심으로 의견 수렴을 하는 등 향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리모델링 제도 활성화는 비단 수도권과 1기 신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2015년부터 리모델링의 잠재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에이포스트 건축사무소 박대원 설계사는 “현재 1기 신도시에 국한된 리모델링 문제는 향후 몇 년 안에 전국적인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서울 수도권에 비해 2∼3년 느린 지방까지 확산되기 전에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아파트가 대량 공급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 이 시기 이후 대단지와 신도시 형태로 공급된 아파트들이 2011년, 올해부터 증축리모델링 가능권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 윤영호 연구위원은 용역보고서를 통해 “1980년대 초반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들은 저밀도 아파트 비중이 높아 재건축 수요가 높다”면서 “1980년대 중반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준공된 아파트는 재건축 가능 시기가 남아있고, 고밀화로 인해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져 리모델링에 대한 열망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 번 말을 바꾼 정부가 다음엔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명지 파이낸셜뉴스 기자 mjki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