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시즌2>를 준비하며 <교수와 여제자 2>에 출연 중인 여배우 차수정을 만났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지난 1월 28일 기자는 차수정을 만나기 위해 극단을 직접 찾았다. 기자가 처음 만난 차수정은 무대에서 보여준 화끈하고 뇌쇄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사뭇 부끄럼 많은 평범한 20대 여성의 모습이었다. 그는 현재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시즌2>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준비기간 동안 같은 극단에서 제작한 세계 최초 3D 연극 <교수와 여제자2>에도 출연 중이다. 이 작품 역시 마광수 교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누드 연극으로 차수정은 여기서 남자주인공의 아내 역으로 분했다. 발기부전으로 자존감을 잃은 중년 교수인 남자주인공을 구박하는 40대 여성의 역할이다.
“사실 그 이전 사라 역보다 비중이 작은 역할이다. 하지만 오히려 캐릭터에 욕심이 났다. 이전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내 나이보다 훨씬 많은 40대 여성의 역할이다. 역할의 맛을 내기 위해 주변 중년층의 선배들과 지인들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며 캐릭터를 연구했다. 관객들에게 최대한 공감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차수정은 지난해 12월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시즌2>의 무대에 오르며 연극계에 데뷔했다. 주인공 사라 역을 맡으면서 말 그대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 연기를 감행했다. 레이싱모델 대회와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자다운 완벽한 몸매를 자랑했다. 그러면서도 그 이전 열연한 역대 사라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10월 오디션을 통해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사라’역을 손에 넣었지만 막상 무대에 오르기 전, 노출이 불가피한 연극의 특성상 여자로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당연히 처음에는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사실 지금도 부모님은 내가 이러한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만큼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배우로서 하나의 큰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전 작품을 보면서 내가 사라 역을 맡으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내심 있었다.”
그가 출연한 연극의 ‘사라’ 역할을 맡은 여배우들은 항상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만큼 차수정에게는 역대 사라와는 다른 캐릭터를 부각시켜야만 했다.
그는 이를 위해 많은 연구를 했다. “내 앞에는 이미 3명의 사라가 있었다. 당연히 차별성을 두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앞서 1대 사라를 연기한 이파니는 주로 비주얼을 위주로 승부했다면 3대 사라 장신애는 안정된 연기로 승부했다. 나는 이러한 역대 사라의 장점을 모두 가져가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다행히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연일 호황 속에 관객석은 항상 가득 찼다. 극단은 이러한 관객들의 수용을 만족시키기 위해 더 큰 극장을 옮기는 계획까지 나왔다. 하지만 고민 끝에 극단은 더 높은 완성도와 ‘뮤지컬’ 형식의 새로운 업그레이드 버전을 위해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시즌2>는 잠시의 휴식기를 갖기로 결정했다.
차수정은 사춘기였던 중3 때 처음 배우의 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 그는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만 하는 고집 센 아이였다. 한 번 마음에 꽂히면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그 당시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은 다름 아닌 배우 류승범의 욕 한 마디였다.
“예전 SBS 드라마 <화려한 시절>에서 류승범 선배의 한마디 대사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 대사는 단순한 욕이었는데 그 배우의 의도가 내 마음에 그대로 전달되더라. 나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이후 줄곧 연기에 대한 열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3년 내내 연극부에서 활동하면서 내공을 닦았다. 대학에서도 연기를 전공했다. 또한 차수정은 연극 데뷔 전 많은 활동을 했다. 영화 단역에서부터 예능 프로그램 보조출연까지 다양한 활동을 감행했다. 2007년 한때 인기를 끌었던 KBS 개그프로그램 ‘타짱’에서 개그맨들의 뒤에서 무표정하게 서있던 화제의 ‘타짱걸’이 바로 그다.
그러한 다양한 활동 중 그에게는 중요하게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있다. 바로 레이싱모델대회 입상과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것이다. 사실 데뷔 초 주변에서는 배우로서의 어필보다는 그녀의 꼬리표에 관심이 갔던 것이 사실이었다. 어쩌면 배우로서 평생 따라붙을 수 있는 약점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레이싱모델 대회입상과 미스코리아 대회 지역입상은 우연한 결과다. 당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한 방편으로 생각했을 뿐이다. 이러한 꼬리표를 떼고 배우로서 이미지를 바꾸는 것 자체가 나에게 큰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수정은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신인급 배우다. 처음부터 논란의 작품에 몸을 내던진 그의 선택은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다. 여배우로서는 가시밭길과 다름없다. 주변의 불편한 눈초리도 있고 악담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그는 “물론 전라 연극이라는 문제작으로 데뷔했기 때문에 나쁜 평판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단순한 노출이 아닌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연기로 승부하겠다. 현재도 나를 격려해주는 팬들이 있다. 이러한 팬들을 생각하면 정말 힘이 난다”며 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앞으로의 포부를 당차게 밝혔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