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에서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성균관대, 인하대, 중앙대 전경(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이후 기업의 대학 인수가 뜸하다가 1996년 삼성그룹이 성균관대를 인수하며 재벌과 대학의 짝짓기가 다시 관심을 모았다. 1991년 11월 재단 모기업인 봉명그룹의 부도로 위기에 몰렸던 성균관대는 삼성그룹에 인수되며 부활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기존 학교법인을 인수하는 형식을 밟지 않고 대기업이 직접 대학을 설립한 곳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울산대와 울산과학대를 1969년에 설립했다. 포스코는 1986년 포항공대를 만들었다.
대기업과 손을 맞잡은 후 상종가를 치고 있는 대표적인 학교가 중앙대와 성균관대다. 지난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한 두산은 당시 700억 원가량의 부채를 안고 있던 중앙대에 1200억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으며 학교를 인수했다. 두산은 중앙대를 인수하자마자 매킨지에 컨설팅을 의뢰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구조조정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이 반발이 있었지만 중앙대에 대한 학부모나 수험생들의 호감도는 상승한 듯하다. 이는 2011학년도 수시모집 결과가 잘 보여준다. 지난해 10월 실시된 수시 1차 모집에서 중앙대(서울캠퍼스)는 1835명 모집에 8만 4017명이 지원해 45.7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경쟁률(34.38 대 1)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특히 수시 1차 모집 전체 지원자 수 65만 명 가운데 중앙대 수시 모집 전체 지원자 수는 8만 명을 웃돌아 전체 응시생의 12% 이상이 중앙대를 선택한 셈이다.
중앙대에 대한 기업들의 평가도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중앙일보사가 실시한 대학평가 중에서 중앙대의 전체 순위는 12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기업 인사 담당자 선호도’ 평가에서 2008년 13위, 2009년 10위에 이어 지난해 7위까지 상승했다.
사학진흥재단 관계자는 “삼성이 성균관대를 인수한 후 인센티브제 도입을 통한 교수 경쟁력 강화, 재단전입금 확충 등을 통해 발전해온 것을 지켜본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두산과 중앙대에 대해서도 유사한 기대심리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지난 1996년 삼성그룹이 인수한 성균관대 역시 짝짓기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삼성은 매년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학교에 투자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삼성 인수 전, 458명이던 전임교수가 현재는 11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 1인당 외부 연구비도 연 3100만 원에서 9140만 원으로 상승했다. 이런 안정적 재정은 성균관대가 정부의 로스쿨 정원 배정에서 고려대, 연세대와 같은 120명을 배정받는 데 한몫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성균관대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대학 졸업 후 삼성그룹에 입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 인수 후 생겨난 반도체학과와 휴대폰학과가 대표적인 경우다. 반도체학과의 경우, 학생 전원이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졸업 후에는 인·적성검사만 통과하면 삼성전자에 취업할 수 있다. 휴대폰학과 학생들도 마찬가지. 올해 정시 모집에서 성균관대에 합격한 박 아무개 양(19)은 “삼성이 지원하는 성균관대에 가는 것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듣고 학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벌과 대학의 짝짓기가 시너지 효과만 내는 것은 아니다. 한 번 손을 잡은 이상 기업과 대학은 일종의 공동운명체로 묶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어려워지거나 부정적 사건이 터지면 함께 타격을 입는다.
기업들은 대학을 인수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업 활동으로 얻은 돈을 교육계에 환원해 우수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일종의 사회 공헌 활동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대학 인수를 통해 홍보 효과를 거두는 것도 하나의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기업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기업들의 존재 이유만을 따져본다면 역시 영리 추구 활동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부속대학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과 현대, 한진의 경우 병원을 통해 이윤 창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익잉여분을 대학재단에 기부해 절세 효과도 보고 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
수원에 위치한 아주대는 과거 대우그룹의 적극적 지원 아래 각종 대학 평가 순위에서 상위에 랭크되면서 호감도 높은 학교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 1999년 외환위기 이후 모기업인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아주대도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국민대도 1997년 쌍용이 외환위기를 겪으며 해체되는 불운을 겪었다.
인하대는 최근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태들로 인해 모기업인 한진그룹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케이스로 꼽힌다. 1968년 한진그룹에 인수된 인하대의 경우 기업과 학교 간의 연계 시스템이 잘 자리 잡힌 학교로 꼽힌다. 인하대는 모기업의 지원 아래 전자 및 항공 우주 분야에서 우수한 인력을 꾸준히 배출해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전무도 인하대 출신이다.
그러나 인하대는 최근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데 이어 교내 성범죄가 언론에 보도되며 또 한 번 난처한 상황에 처해야 했다. 한진은 이런 사건들이 터지자 그룹 차원에서 언론보도를 일일이 체크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인수 기업이 이윤 창출 극대화라는 논리로 대학교를 운영할 경우 이에 따른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인수 초기 이런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경우가 많다. 중앙대의 경우 인수 후 경영대 중심으로 학과를 통폐합하는 등 대기업식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을 불렀다. 2010년 1월에는 대학본부가 교수들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 구조조정 방안이 담긴 보도 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는가 하면, 재단과 총장을 비판하는 교지에 대한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삼성 역시 성균관대 인수 후 일부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이 있었다. 지난 2000년에는 대학 재단이 교수들을 사찰한 문건이 공개되어 파문이 일었다. 성균관대 대학원 총학생회가 공개한 이 문건은 ‘문제교수 현황, 특이활동 인사, 총학생회 등 운동권 동향’ 등의 항목으로 구분돼 있다. 문건이 공개되자 성균관대 일부 학생들은 “대학을 삼성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재단을 비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