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엘라’ 이어 ‘블랙 위도우’ ‘루카’ 등 출격 대기…관객 동원력 막강하지만 ‘디즈니플러스’ 역풍 우려도
최근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위축됐던 영화계 인사들은 이같이 입을 모은다. ‘콘텐츠 왕국’을 구축한 디즈니가 만든 영화들이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디즈니 코인’에 올라타려는 극장가의 노림수라 할 수 있다.
#‘크루엘라’가 열고 ‘블랙위도우’·‘루카’가 넓힌다!
5월 26일 개봉된 영화 ‘크루엘라’는 1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개봉 초기에는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에 밀리는 모양새였지만 개봉 3주차(6월 11∼13일)에만 2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 올랐다. 한 주 늦게 개봉된 ‘컨저링3:악마가 시켰다’까지 밀어냈다.
‘크루엘라’는 디즈니 원작 만화 ‘101마리 달마시안’ 속 광기 어린 악녀인 크루엘라를 전면에 내세운 실사 영화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이 빛나는 할리우드 배우 엠마 스톤을 비롯해 엠마 톰슨, 마크 스트롱 등이 참여한 이 영화는 여성의 주체적인 모습에 방점을 찍으며 여성 관객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 배턴은 17일 개봉하는 ‘루카’가 이어받는다. 이 영화는 디즈니가 인수한 애니메이션의 명가인 픽사가 새롭게 선보이는 애니메이션이다. 앞서 ‘인사이드 아웃’과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만든 제작진이 캐릭터 작업에 참여해 디즈니와 픽사 특유의 친근한 메시지와 그림체가 돋보인다. 특히 ‘어른들이 보는 동화’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가족 단위 관객들을 끌어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의 풍광을 담은 ‘루카’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어려운 시점에 새로운 재미를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탈리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경험에서 출발한 ‘루카’는 이탈리아의 작은 바닷가 마을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리비에라의 친퀘 테레를 배경으로 이탈리아의 음식, 언어, 음악 등이 현지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오는 7월 7일에는 소위 ‘끝판왕’이 등장한다. 역시 디즈니의 계열사인 마블의 대표작인 ‘어벤져스’ 시리즈의 주요 캐릭터인 블랙 위도우의 솔로 무비인 ‘블랙 위도우’가 관객과 만난다. 이 영화는 마블의 유일한 주요 여성 캐릭터인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 분)가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레드룸의 숨겨진 음모를 막기 위해 진실과 마주하고, 모든 것을 바꿀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마블 스튜디오의 2021년 첫 액션 블록버스터다.
반가운 히어로의 귀환과 함께 기대를 모으는 대목은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이다. ‘블랙 위도우’에서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캐릭터이자 블랙 위도우의 옛 동료인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 분), 멜리나 보스토코프(레이첼 와이즈 분), 레드 가디언(데이빗 하버 분) 등이 소개된다.
이와 함께 기존 어벤져스 동료들이 어떤 모습으로 다시 등장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지난 2019년 ‘어벤져스:엔드 게임’을 끝으로 1막을 마쳤다. 하지만 ‘블랙 위도우’는 그의 과거사를 다루기 때문에 기존 캐릭터가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왜 디즈니인가
디즈니는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콘텐츠를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주 시장을 제외하면 한국 시장의 매출이 최고 수준이라 한국을 전 세계 최초 개봉 국가로 삼고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는 ‘테스트 베드’(Test Bed) 역할을 맡기기도 한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은 1393만 관객을 모아 ‘아바타’(1362만 명)를 넘어서 한국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외화로 등극했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2018)와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역시 각각 1121만 명, 1049만 명을 동원했다.
비단 ‘어벤져스’ 시리즈뿐만이 아니다. 만화를 실사로 옮긴 ‘알라딘’(2019)은 1255만 관객을 모아 역대 외화 흥행 순위 3위에 올랐고, ‘겨울왕국’(2014)은 역대 최초로 1000만 영화 대열에 합류한 애니메이션이다. 이 외에 ‘아이언맨3’(2013·900만 명),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2016·867만 명),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2019·802만 명) 등 대다수 외화 흥행 기록은 디즈니 콘텐츠가 장악하고 있다.
디즈니에는 한국 대중에게 친숙한 콘텐츠가 즐비하다. 어린 시절 동화로 접하던 이야기들을 실사화 하는 과정에서 유치함을 덜고 다양한 메시지를 넣어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게다가 한국 최초 개봉 외에도 출연 배우들의 잦은 내한을 통해 팬서비스도 잊지 않는다.
반면 ‘디즈니 코인’을 넘어 ‘디즈니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디즈니는 오는 9월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인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이에 발맞춰 디즈니는 일찌감치 넷플릭스에서 디즈니 콘텐츠를 거둬들였고, 최근 웨이브 등 한국 토종 OTT에도 콘텐츠 공급을 중단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디즈니는 ‘블랙 위도우’를 자사 OTT인 디즈니플러스에서 동시 공개한다. 국내에는 이 서비스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향후 론칭 후에는 극장과 동시 공개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볼 때 지금 당장은 디즈니 콘텐츠가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OTT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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