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위해 ‘고딩 메이크업’ ‘고딩 언어’ 과외도…무용 전공, 한복 좋아해 “사극 연기 욕심”
“저도 이번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이야기도 결말도 너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연이가 많이 편집돼서 아쉬웠어요(웃음). 원래는 소연이 서사가 더 있었거든요. 유튜브로 성공한다든지, 귀신을 믿는다는 그런 가치관 같은 게 있었는데 편집이 됐더라고요. 마지막에 공포 유튜버로 구독자가 많이 늘어나서 막 좋아하는 장면도 찍었는데(웃음). 그래도 ‘여고괴담 6’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어요.”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에서 최리는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괴기스러운 사건의 진실엔 큰 관심이 없지만, 귀신을 촬영해 유명 공포 유튜버로 성공하고 싶어 하는 소연 역을 맡았다. 밝은 갈색으로 염색해 짧게 쳐낸 단발머리에 자를 대고 자른 뒤 ‘뽕’을 있는 대로 넣은 것 같은 앞머리가 돋보인다. ‘쥐를 잡아 먹었냐’는 옛날 어르신들의 꾸중을 한 몸에 받을 것 같은 새빨간 입술과 추임새처럼 입에 붙은 욕설까지 오늘날 10대들의 모습 전부를 캐릭터 하나에 몰아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감독님이 ‘아멜리에’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추천해주셔서 머리카락을 잘라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무용을 전공해서 이제까지 머리카락을 자르지 못하고 있었는데 과감하게 결정한 거죠, 눈물을 머금고(웃음). 또 극 중에 소연이를 보면 입술이 많이 빨갛잖아요? 그거 제가 직접 화장품 가게에 가서 여고생들이 많이 쓰는, 물을 묻혀도 절대 안 지워지는 틴트를 사서 바른 거예요(웃음).”
극 중 시종일관 무겁고 날이 잔뜩 선 모습인 하영(김현수 분)과 교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여고생 타입의 미숙(서혜원 분)과 비교한다면 확실히 소연의 모습은 영화의 분위기에서 살짝 붕 뜬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반면 그 덕에 긴장과 공포로만 가득할 영화에서 숨을 돌릴 수 있는 쉼표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것도 소연이다. 그런 그의 모습은 모두 이미영 감독이 지정하고 추천한 콘셉트라는 게 최리의 이야기다.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도 ‘여고생’을 공부하는 데 많은 애를 써야 했다고.
“여고생을 연기하기 위해 일단 ‘틱톡’(10대들에게 인기 많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찾아봤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편집되긴 했지만 소연이가 ‘틱톡’을 많이 따라하는 장면도 있어요(웃음). 또 고등학생 사촌동생한테 ‘고딩 언어’를 배우기도 했어요. 제가 새롭게 배운 고딩 언어가 있는데 ‘꾸안꾸’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모습을 말하는 거라는데 되게 신기하고 재미있지 않아요? 그리고 소연이가 아무래도 유튜버 지망생이다 보니까 유튜브도 많이 찾아봤어요. 뷰티 유튜버랑 공포 유튜버, 브이로그 같은 것도 다 찾아본 기억이 나요.”
이처럼 스스로의 노력이 더해진 만큼 소연에게 많은 애착이 간다고도 했다. 물론 ‘여고괴담 시리즈’가 갖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도 있었지만 출연을 결정하게 된 데엔 캐릭터의 매력이 훨씬 컸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다만 본인의 연기 점수엔 생각보다 박한 점수를 매겼다. 캐릭터에 대한 자기만족과는 별개로 연기는 엄격하게 평가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소연이는 극 중에서 귀신이 있다고 유일하게 믿는 친구예요. (유튜브에 올리기 위해) 촬영하면서 귀신의 반응을 찾는 그런 과정들이 참 재미있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점에서 끌렸고, 또 출연을 결정하게 됐어요. 제가 연기한 소연이한테 점수를 매긴다면… 55점이 아닐까요? 최선을 다했으니까 50점보다는 5점을 더 주는데, 60점을 주기엔 아쉬움이 또 많이 남으니까 5점을 빼서 딱 55점으로(웃음).”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내세우고 싶다는 최리는 2016년 영화 ‘귀향’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소녀들의 넋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무녀 ‘은경’ 역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2018년에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으로 함께한 배우 이병헌‧박정민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 작품에서 연기한 수정은 최리가 꼽은 '가장 기억에 남고 애정이 가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와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으로 주연 역할까지 성공적으로 해내며 성인 연기자로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아직 다음 작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조바심 내지 않고 이전에 늘 그랬듯이, 공부하며 기다리겠다는 게 그의 앞으로의 계획이다.
“저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더라도 ‘내가 주인공이다’라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해요. 그래서 그런지 주연을 맡았을 때나, 그렇지 않았을 때나 제 마음가짐에는 변함이 없었던 것 같아요. 첫 주연을 맡았을 땐 저보다 오히려 제 주변에서 더 좋아해주셔서 그런 점이 참 감사했죠(웃음). 욕심이 있는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사극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제가 무용을 전공하기도 했고 한복을 참 좋아하거든요. 한복을 입은 채로 사극 연기를 해 봤으면 좋겠어요. 마음 아픈 사연을 가진 인물의 정적인 모습을 연기하고 싶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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