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에스원 블라인드 등 직원 게시판 통해 회사에 대한 불만 목소리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약진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노사협의회 위원 선거에서 노동조합 측 후보가 전체 19곳 지역구 중 11곳에서 당선됐다.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은 설립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고, 노조 가입자 수도 약 2400명으로 전체 직원의 13%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노조 측이 과반을 차지한 배경에는 기존 노사협의회에 대한 불만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김정란·이창완 공동위원장은 지난 6월 14일 입장문을 통해 “11곳의 지역구에서 노조 집행부, 대의원, 조합원 입후보가 당선됐다”며 “그동안 노사협의회는 노조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노노갈등의 불씨가 된 지난 협의회의 잘못된 모습을 절대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기존 노사협의회가 합의한 기본인상률 4.5%에 반대하고 쟁의행위에 나설 계획이다.
2020년 12월,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으로 취임한 최주선 사장은 국내를 대표하는 반도체 전문가다.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을 거쳐 삼성전자 D램설계팀장, D램개발실장, 전략마케팅팀장 등을 역임했다. 삼성은 최 사장을 통해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을 디스플레이에도 이식하려는 계획이지만 LCD 사업을 축소하고 선택한 QD-OLED 상용화의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내 매각하기로 했던 LCD 생산 라인을 2022년 말까지 존속시키기로 했다. 다만 모니터용 LCD는 예정대로 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SNS를 통해 “반도체의 성공 DNA를 디스플레이에 심겠다는 인사 방침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봐야 한다”며 “서로 업이 다른데 성공적으로 이식하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애플 덕에 모바일은 1위를 하고 있지만 이 부분도 중국 BOE나 LG디스플레이가 못 넘어설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전문가를 CEO로 맞은 삼성SDI도 내홍을 겪고 있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최주선 사장처럼 하이닉스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최 사장이 D램설계팀장일 때 전 사장은 D램개발실장을 역임했다.
삼성SDI 직원들은 전 사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탓에 배터리 시장에서 삼성SDI가 도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2020년 8%대에서 올해 1분기 5.3%로 떨어졌다. 삼성SDI 내부 관계자는 “회사는 공식적으로 배터리 사업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지만 전 사장은 내심 배터리를 얕잡아 본다는 인상이 있다”며 “배터리는 반도체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지 않고 잠재적 위험 요인이 많다는 것인데 일정 부분 이를 인정하지만 그렇다면 삼성그룹은 반도체 빼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전했다.
에스원 내부에서도 삼성전자 출신 사장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재무 전문가인 노희찬 에스원 사장은 28년 동안 삼성전자에서만 일했다. 노 사장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신사업 부문을 축소하고 연구 인력도 줄였다. 이에 대해 직원들은 “미래 먹거리 자체를 말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과 관련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에스원 관계자는 모두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이 없다”라고만 말했다.
#기본적으로 삼성전자 출신 신뢰도 높아
산업계 전반적으로 삼성전자 출신이 선호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이 있듯 조직 세팅과 관리에 능숙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과거 코스닥협회가 낸 자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법인 CEO 10명 중 1명이 삼성그룹 출신이고, 이 중 절반이 삼성전자 출신이었다. 한 헤드헌터는 “삼성전자 출신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신뢰하고 들어가는 부분이 분명 있다”며 “삼성전자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돌다리 두드리듯 보수적이고, 해야 할 때는 과감히 투자해 따라잡는데 어느 기업이라도 배우고 싶지 않을 리 없다”고 강조했다.
계열사 직원들이 삼성전자 출신이라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이지만 안팎의 신망이 높은 편이다. 실적도 개선되고 있어 2019~2020년 7000억~8000억 원대에 머물던 영업이익이 올해는 1조 2000억 원대 이상으로 훌쩍 뛸 전망이다. 올해부터 삼성SDS를 이끌고 있는 황성우 대표이사도 호평을 받는다. 황 대표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 출신으로 보고 횟수나 의전을 대폭 줄였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는 삼성전자 출신 CEO를 낙하산으로 인식하는 등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다. 한 계열사 직원은 “삼성전자 출신 사장은 오자마자 반도체와 비교하며 회사 임직원들을 저성과자 취급한다”며 “최근 입사한 직원들은 삼성전자든 아니든 모두 비슷한 고스펙이다 보니 삼성전자 출신 CEO의 한마디 한마디에 더 불쾌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익을 강조하다가도 정작 사업 파트너인 삼성전자에는 한마디도 못 하고 하청업체처럼 구는 꼴에 실망한 직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계열사에 삼성전자 DNA를 전파한다는 것이 최근 1~2년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는 비즈니스 일원화 차원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문화도 전달하려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라고 전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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