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의 ‘탈당불사파’는 주로 ‘국민속으로’에 소속된 의원과 부산·경남지역 의원 일부인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은 지난 1월 ‘국민속으로’ 기자회견 장면. | ||
한나라당 탈당 예상 세력은 최근 수차례 회의를 거듭하면서 한나라당 전당대회 직후 탈당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7~8월 탈당’을 도모키로 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김홍신 의원은 지난달 라디오 방송에 나와 “한나라당에도 신당에 관심을 가진 의원이 10명가량 있다”고 발언한 바 있는 만큼 한나라당 의원의 탈당 규모와 시점, 신당 합류 방법 등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비록 규모가 크진 않더라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신당 합류는 신당의 명분을 강화시켜주는 데다 신당바람을 확산시키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권의 신당추진세력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조기 합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본격적인 행보에 정가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신당에 관심을 가진 세력은 적게는 4~5명 선에서 크게는 30~40명 선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그만큼 분위기와 명분 등에 따라 합류 규모에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의 ‘탈당불사파’는 주로 ‘국민속으로’에 소속된 의원과 부산·경남지역 의원 일부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속으로에는 이부영 이우재 김부겸 김영춘 서상섭 안영근 김홍신 의원 등이 포진해 있다. 부산 경남에는 박종웅 의원이 관심을 갖고 있고, 일부 3~4명의 의원들이 여론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권오을 남경필 오세훈 원희룡 이성헌 심재철 의원 등 여타 개혁파 의원들은 당내 잔류를 전제로 당 개혁투쟁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여차하면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한나라당에서 탈당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는 세력은 우선 한나라당이 전혀 변화하지 않으며, 이에 따라 점차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갖고 있다. 신당이 여론의 바람을 일으키면서 내년 1~2월 창당 때까지 관심을 독점한다면 한나라당은 수구보수당으로 전락,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란 추정에 근거하고 있다.
일단 이들은 이번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나라당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일부 개혁파 의원들이 박근혜 의원을 당 대표 후보로 옹립, 바람을 일으키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현실에선 역부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의 강경 탈당세력은 어떤 경우든 탈당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탈당 후 신당 합류방식을 두고서는 내부 이견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여권의 신당추진론자들은 ‘국민참여형’ 신당을 만들기로 하고 한나라당 의원들도 개별적으로 신당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모 의원도 이러한 논리에 수긍하고 개별적인 가담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합류해 주도세력으로 활동하는 게 최선이라고 보고, 지역구 당원을 설득하며 합류를 서두르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의 다수 의원들은 이 같은 개별 흡수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자칫 민주당의 신주류 속에 파묻혀 전혀 빛을 볼 수 없게 만드는 방식으로 향후 생존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개혁세력이 당을 탈당해 여권 신당과 별도로 신당을 만든 뒤 여권신당과 합당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다만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고려, 여권 신당 및 한나라당 신당, 개혁당 등 여러 조직이 동시에 합당하는 방식을 상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민주당 신당 추진세력들의 독주가 예방되고 외부 합류세력의 목소리가 보장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한나라당 탈당파 의원들은 결국 ‘헤쳐모여형 신당합류’와 ‘세규합 뒤 합당방식’으로 갈라져 마지막 조율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 탈당파 의원은 “끝까지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 일부가 먼저 탈당해 신당에 합류하고 나머지는 세규합을 추진한 뒤 추가 합류를 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한나라당 몇몇 의원은 빠르면 6월 중에도 신당 합류를 서두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탈당파 의원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신당의 모습이다. 지금으로선 신당이 어떤 모양을 그려낼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이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신당에 합류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기득권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헤쳐모여’식 신당은 누구에게도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국민경선을 치르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가령 한나라당 탈당의원과 민주당 원외위원장 출신이 대결할 경우 신당에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민주당 위원장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당이 대세를 이루고 국민적 명분을 장악해 간다면 한나라당에서 의외로 많은 의원이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개혁성향의 한나라당 관계자는 “어차피 신당에서 경선을 통해 맞붙어야 할 상대가 본선 대상이 된다”면서 “경선에서 물리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나라당 의원 합류 규모는 신당이 얼마나 국민 관심을 끌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전당대회도 신당 합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개혁파들은 전당대회 이후 당 개혁 지지부진과 당 분열 등을 명분으로 탈당해야 유권자로부터 ‘철새’라는 비판을 받지 않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수가 전당대회 이후를 탈당시점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선 전대에 참가하면 탈당명분을 잃을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 ‘선 탈당’을 주장하고 있지만 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어차피 전당대회 이후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새로운 대표가 당개혁을 몰아붙인다면 기득권층과의 갈등으로 당이 분열되고, 반대로 아무런 개혁조치 없이 당을 끌고간다면 개혁파의 이탈이 우려되는 것.
한나라당 개혁세력은 이 같은 복잡한 정국상황을 감안,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쇄신연대’를 결성키로 했다. 쇄신연대에는 이부영 박근혜 안상수 이우재 권오을 홍준표 남경필 김영춘 서상섭 원희룡 오세훈 이성헌 정병국 의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김문수 정의화 김부겸 안영근 의원 등이 가세한다.
여기에는 탈당 불가피론자와 당내 개혁파가 어우러져 있는데, 전당대회이후 당개혁이 지지부진할 경우 이들 대부분이 탈당에 동참할 수도 있을 것이란 섣부른 전망도 나오고 있다.
6월 정국은 여권의 신당 추진 본격화와 함께 한나라당 개혁세력의 움직임이 맞물려 신당 바람을 증폭시킬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필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