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지난해 8월 12일 새벽에 발생했다. 새벽 3시경 술집 영업을 마친 B 씨는 퇴근을 하려던 중이었다.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은 그는 다리와 척추에 통증을 느껴 잠시 인근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사건은 그때 일어났다. “갑자기 A 씨가 다가오더니 나를 확 밀치며 비키라고 했다. ‘옆에도 자리가 있는데 왜 그러냐’고 했더니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부으면서 ‘비키라면 비킬 것이지 말이 많냐’며 주먹을 휘둘렀다. 나는 ‘대체 왜 이러냐. 당신 나 아느냐’며 따졌는데 A 씨는 ‘병신XX들은 다 죽여버려야 한다’고 소리를 지르면서 무차별적인 폭행을 하기 시작했다.”
바닥에 고꾸러진 B 씨는 결국 경찰에 신고를 했다. B 씨가 신고하는 것을 본 A 씨가 더욱 날뛰면서 심한 욕설과 함께 무시무시한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여기서 장사 못 하게 만들어버리겠다’ ‘애들(깡패) 풀어서 쥐도새도 모르게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너무도 서슴없이 했다. 몇 분 후 출동해 자초지종을 묻는 경찰에게도 A 씨는 의기양양하게 ‘병신XX 몇 대 때렸다’고 하더라.”
뒷목을 크게 다친 B 씨는 인근 병원으로 가서 전치 6주 진단서를 끊어 경찰에 제출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A 씨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두 달 동안 시간을 끌다가 10월 4일에서야 검찰로 송치했다는 것이다. 검찰에서 A 씨는 폭행을 인정하지 않고 ‘몸싸움만 있었다’며 교묘하게 말을 바꿨고, 결국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됐다는 것이다.
B 씨는 “무지막지한 폭행 사건이 경미한 사건으로 처리된 것을 보니 기가 막혔다. 지역사회 내에서 워낙 영향력이 막강한 사람이다 보니 수사조차 제대로 받지 않았다. 장애의 몸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시민을 마구잡이로 때려놓고도 그는 불구속처리됐으며 이후 의기양양하게 활개치고 다니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A 씨의 입장은 완전히 달랐다. 2월 15일 기자와 만난 A 씨는 “B 씨의 주장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거짓”이라고 잘라 말했다. A 씨는 우선 폭행 여부에 대해 “B 씨와 몸싸움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내가 일방적으로 그를 때렸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진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 일대 상권 사람들이 가만히 있었겠는가”라며 폭행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특히 A 씨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과 배경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며 B 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A 씨에 따르면 이 사건은 안산 중앙동 일대에 만연해있는 일부 술집들의 불법영업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B 씨는 나와 일면식도 없는 모르는 사람이라 했는데 그것부터가 거짓말이다. 2007년 나는 경찰과 협력하여 중앙동 일대 유흥가에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술집들의 호객행위를 단속하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피해를 접수받아 처리하는 활동을 했다. 내가 몸담고 있는 단체에서는 ‘범죄 없는 안산’을 위한 캠페인 중 하나로 지난 수년간 삐끼들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삐끼들의 갖은 협박에도 불구하고 ‘중앙동 호객행위 추방 운동’을 벌여 새벽까지 중심상권을 순회하며 삐끼들에게 당한 수많은 피해자들의 돈을 되찾아줬다. 실제로 2008년 10월 삐끼단속 활동을 벌이던 나는 익명의 인물에게 테러를 당해 3개월 동안 지팡이를 짚고 다닐 정도로 심각한 외상을 입기도 했다. 당시에도 B 씨는 단속행위를 하는 내게 시비를 걸었으며 내 차를 가로막고 ‘당신 목숨이 몇 개냐’며 협박을 해대던 인물이었다. 나는 그가 장애가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렇다면 사건당일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A 씨는 이번 사건은 ‘지역사회 지도층 인사의 무차별적인 장애인 폭행’이 아니라 ‘범죄 없는 안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자신과 불법 호객행위로 뱃속을 채워온 삐끼들과의 묵은 갈등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B 씨는 안산 중앙동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삐끼들을 조직적으로 데리고 있는 ‘삐끼들 중 왕삐끼’로 파악된다. 그에게 삐끼단속을 하는 나는 ‘눈엣가시’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B 씨가 폭행을 당했다는 날에도 그가 운영하는 술집 앞에는 그를 포함한 삐끼들 10여 명이 몰려있었고 그곳을 지나가던 나와 시비가 붙은 것이다. 서로 몸싸움을 한 것인데 B 씨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임을 내세우며 내가 마치 힘없는 장애인을 폭행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시키고 있다.”
A 씨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B 씨는 “나는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자신을 호객꾼으로 매도한 A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태다. B 씨가 더욱 분노하고 있는 이유는 A 씨의 태도 때문이다. 그는 “안산중앙동 발전협의회 간부인 그는 온갖 그럴싸한 직함을 갖고 지역내 유명인사 행세를 하고 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선량한 상인을 무차별적으로 때려놓고 용서를 빌기는커녕 피해자를 호객행위를 하고 불법영업을 일삼는 파렴치한 범법자로 둔갑시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A 씨의 입장은 단호하다. 그는 “이 사건의 본질적은 문제는 안산 일대 유흥가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부 술집들의 영업방식이다. B 씨는 수사기관이 나를 구속시키지 않을 경우 ‘장애인 단체’를 동원해 실력행사를 할 것이라 했다고 한다. 유흥가를 무대로 선량한 취객의 호주머니를 유린하는 자가 장애인이라는 탈을 쓰고 ‘밤의 황제’로 남아 있는 한 피해자들은 계속 양산될 것이 자명하다. 나는 이 기회에 이 문제가 공론화되길 바라고 잘못된 것을 확실히 뿌리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