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슈퍼스타K 2>에 이어 MBC <위대한 탄생>도 높은 인기를 끌면서 예능계에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가수 지망생들이 방송을 통해 공개오디션을 거쳐 가수로 데뷔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스타는 단연 지원자들이다. 이미 <슈퍼스타K 2>를 통해 허각 존박 장재인 등이 스타덤에 올랐다. 그렇지만 무명의 지원자들보다 실질적으로 프로그램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이들은 단연 가수 출신 심사위원들이다. 지원자들의 점수를 매겨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위원들은 시청자들에게 어떤 점수를 받고 있을까. <일요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윤종신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M.net <슈퍼스타K 2(슈스케2)> 본선 심사위원으로 나선 이승철 윤종신 엄정화를 비롯해 현재 방영 중인 MBC <위대한 탄생(위탄)>의 본선 심사위원 김태원 이은미 신승훈 김윤아 방시혁 등 총 여덟 명의 심사위원들 가운데 시청자와 연예관계자들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심사위원은 누구일까.
<일요신문>에서 시민 2000여 명과 연예관계자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00점 만점에 83점을 얻은 윤종신이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민 대상 설문조사에서 63점을 기록해 1위에 오른 윤종신은 연예관계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20점을 얻어 2위에 오르며 통합 성적 1위에 등극했다. 시민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영역에서 1,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낸 윤종신은 ‘출연자 배려심’ 영역에서만 4위를 기록했다. 다만 연예관계자 설문조사에선 음악적인 전문성 영역에서 4위, 객관성 영역에서 6위를 기록했다. 시민들은 이 두 부문에서도 윤종신을 1위로 밀어준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사실 윤종신은 <슈스케2> 최대 수혜 연예인으로 불린다. 90년대 인기 발라드 가수이던 그는 최근 몇 년 새 예능 프로그램에서 큰 인기를 끌어왔다. 요즘 세대들 사이에선 간절한 음색의 발라드 가수보단 까불거리는 예능 스타로 각인돼 있던 윤종신이 <슈스케2>를 통해 실력파 음악인으로 주목받은 것. 강승윤이 <슈스케2>에서 윤종신의 노래 ‘본능적으로’를 부르면서 윤종신의 원곡까지 음원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길거리 스티커 설문조사에 응한 대학생 김현정 씨(여·20)는 “심사위원들 가운데 가장 정확한 심사평과 객관적인 점수를 보여준 것 같다”면서 “특히 추석 때 출연자 숙소에 간식을 들고 간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다”는 반응을 들려줬다.
2위는 <위탄>의 이은미가 차지했다. 시민 설문조사에서 52점으로 3위에 오른 이은미는 연예관계자 설문조사에서 1위(21점)에 오르며 총점 73점으로 2위에 오른 것. 시민 설문조사 결과 이은미는 심사 관련 전문 영역에선 두루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출연자 배려심’과 ‘호감도’ 영역에선 6, 5위에 그쳤다. 이로 인해 3위를 기록했지만 이 두 영역을 제외한 다섯 개 부문만을 대상으로 한 연예관계자 설문조사에선 1위를 차지하며 총점에서도 2위에 올랐다.
눈길을 끄는 영역은 ‘오락성(프로그램 기여도)’ 영역으로 연예관계자들은 이은미를 6위로 선정한 데 반해 시민 설문조사에선 2위에 오른 것. 길거리 설문조사에 참여한 고등학생 이영미 양(18)은 “<위탄> 심사위원들은 너무 심사 분위기를 무겁게 끌고 가서 무서울 정도”라며 “김태원 아저씨도 재밌지만 오히려 이은미 씨가 한 번씩 위트 있는 얘기로 분위기를 풀어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3위는 전설적인 록그룹의 리더인 김태원이 이름을 올렸다. 연예관계자 설문조사에서 5위에 그친 그는 시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시민 설문조사에서는 2위에 오르며 종합점수 65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시민 설문조사 결과 ‘음악적인 전문성’ ‘정확한 심사평’ ‘객관성’ 부문에서 5, 7, 4위에 머물렀지만 ‘호감도’와 ‘안목’ 부문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1위에 오른 것이 결정적이었다. 연예관계자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다만 ‘안목’ 분야의 경우 시민 설문조사에선 1위에 올랐지만 연예관계자 설문조사에선 4위에 그쳤다.
4위는 방시혁. 작곡가 겸 프로듀서라는 전문성이 돋보이지만 날카로움이 다소 지나쳐 독설을 남발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방시혁은 역시 ‘출연자 배려심’과 ‘호감도’ 부문에서 꼴찌를 기록했지만 심사 전문 영역에선 고르게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연예관계자 설문조사에서 4위, 시민 설문조사에서 5위에 올라 총점은 61점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시민 설문조사 결과 오락성 부문에서 4위에 오른 것. 날카로운 심사평이 오락성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시민들은 “처음엔 방시혁의 심사평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계속 보다 보니 묘한 재미를 준다”는 반응을 보였다.
5위에는 이승철이 이름을 올렸다. 이승철에 대한 평가에서 시민 설문조사와 연예관계자 설문조사 결과가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시민 설문조사에선 아쉽게도 최하위인 8위를 기록했다. ‘음악적인 전문성’ 부문에서 2위를 기록했을 뿐 다른 영역에선 5위권 이하에 이름을 올린 것.
반면 연예관계자 설문조사에선 1위 이은미에 단 1점 모자란 2위에 윤종신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특히 연예관계자들은 이승철에게 ‘객관성’ ‘안목’ 부문에서 1위를 줬는데 시민 설문조사에선 두 부문 모두 6위에 불과했다. 설문조사에 참가한 한 방송작가는 “요즘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받아들이는 가수 이승철에 대한 생각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하위권에는 김윤아 신승훈 엄정화 등이 이름을 올렸다. 6위에 오른 김윤아는 시민 설문조사에선 4위를 기록했지만 연예관계자 설문조사에서 6위에 그치며 총점에서 55점으로 6위에 올랐다. 시민 설문조사에서 ‘출연자 배려심’ ‘호감도’ 두 부문에서 2, 3위를 기록했지만 이 두 영역이 연예관계자 설문조사엔 포함되지 않아 총점에서 손해를 봤다.
7위에 오른 신승훈은 시민 설문조사와 연예관계자 설문조사에서 모두 7위를 기록했다. 신승훈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4~6위를 기록하는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다. 전 부문 평균 순위만 놓고 보면 합계 순위도 4~5위권이어야 하는데 7위로 밀려난 까닭은 다른 심사위원들처럼 한두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위탄>에서 보여준 신승훈의 모습이 별다른 특징 없이 평범했던 것이 설문조사 결과도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8위는 엄정화. 시민 설문조사에선 6위에 올랐지만 연예관계자 설문조사에선 8위를 기록하며 합계 순위도 8위에 그쳤다. ‘출연자 배려심’ 부문에서 1위에 올랐지만 그 외 영역에선 대부분 하위권을 맴돈 것. 특히 ‘객관성’과 ‘음악적인 전문성’ 영역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설문조사에 참가한 한 가요 담당 기자는 “다른 심사위원들이 선배 가수답게 전문적인 지적과 평을 하는 데 반해 엄정화는 그 외적인 부분에 대한 평을 많이 했다”면서 “<슈스케2> 방영 당시 네티즌들 사이에 엄정화 씨가 몇몇 특정 출연자에게 지나치게 호감을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었다”고 설명한다.
설문조사 결과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윤종신과 김태원이었다. 90년대 높은 인기를 자랑하던 발라드 가수 윤종신과 80~90년대 전설적인 록그룹 부활을 이끈 김태원은 최근 몇 년 새 본업인 가수보다는 예능인으로 더 왕성한 활동을 보여 왔다. 이로 인해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간절한 노래를 부르는 가수보다는 웃기는 예능인으로 더욱 친숙한 윤종신과 김태원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인의 이미지를 굳건히 하는 데 성공했다.
눈길을 끄는 사안은 방시혁이 4위에 오른 점이다. 애초 시민 설문조사는 8개 부문으로 진행됐다. 이번 순위 합계에 포함하지 않은 1개 영역은 바로 ‘독설남발’이었다. 이 부문에선 방시혁이 1130여 표를 받아 압도적인 표 차이로 1위에 올랐다. 810여 표를 받은 이승철이 2위. 이은미가 3위에 올랐지만 70여 표에 불과해 1, 2위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독설 남발’ 때문인지 ‘호감도’ 영역에서도 방시혁이 8위, 이승철이 7위를 기록했다. 심사평이 너무 날카로워 독설로 들릴 정도가 되면 시청자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 그럼에도 방시혁이 4위에 오른 것은 심사 관련 전문 영역에서 두루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MBC <위탄>이 서서히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고 M.net <슈스케>도 3월 10일부터 ‘시즌 3’ 오디션 접수를 시작한다. 올해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심사위원으로 활동할 가수들의 활약에도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깐깐한 7개 영역 합산
이번 설문조사는 홍익대학교 인근 등 서울 시내 번화가에서 2000여 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스티커 설문조사와 연예부 기자, 연예정보프로그램 PD와 작가, 매니저 등 연예관계자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이뤄졌다.
우선 시민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7개 영역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각 영역별로 순위를 정해 1등(10점)부터 8등(3점)까지 순위별로 점수 차이는 1점을 뒀다. 이렇게 해서 시민 설문조사 부문 총점은 70점. 연예관계자 대상 설문조사는 7개 영역 가운데 ‘출연자 배려심’과 ‘호감도’를 제외한 심사 관련 전문 영역인 5개 부문만을 대상으로 했다. 다만 순위별 점수는 1등을 6점으로 해 역시 순위별 점수 차이는 1점으로 해 7, 8위는 모두 0점 처리했다. 연예관계자 설문조사 총점은 30점. 이 두 부문을 합산해 100점 만점으로 총점을 계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