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관장이 운영 중인 파주시 헤이리에 위치한 박물관 전경.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마치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이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기자에게 전한 사람은 자살한 여성의 남동생이다. 이 사건이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사건에 등장하는 A 관장이 헤이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테마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스컴에도 자주 등장했던 유명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헤이리마을은 문화와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의미하는 ‘헤이리 정신’에 입각해 회원자격을 엄격히 제한해왔다. 문화예술인을 비롯해 문화 비즈니스를 통해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에 한해 문이 열려있고, 돈이 있다고 해서 회원 자격을 살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제보자가 A 관장의 비도덕성을 질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A 관장은 “제보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다”며 강경한 법적 대응을 언급하고 있어 양쪽의 갈등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월 12일 40대 후반의 여성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의 집 샤워부스에 목을 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여성은 송추에서 조경사업을 해오던 B 씨(49)였다. 얼핏 보면 주변에서 종종 일어나는 자살사건으로 비쳐질 수 있었다. 그런데 기자는 B 씨의 남동생 C 씨로부터 B 씨의 자살배경을 둘러싸고 뜻밖의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C 씨는 “누나의 자살은 사실상 타살이나 다름없다. 모든 게 헤이리에서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A 관장이 벌인 추악한 행각 때문”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C 씨에 따르면 비극의 시작은 지난해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3월경 B 씨의 남편과 A 관장이 골프장에서 만나 ‘부적절한 관계’를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리고 그해 여름 B 씨가 두 사람의 불륜관계를 알게 되면서 사건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게 된다. “세상에 어느 여자가 가만있겠나. 누나가 A 관장에게 수없이 ‘그만두라’고 했는데도 소용 없었다. 불륜행각이 발각된 후 A 관장은 적반하장으로 누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방법이 상식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그녀 자신이 가정이 있을뿐더러 유명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공인이지만 무슨 배짱에서인지 누나에게 하루 십수 통씩 욕설과 음란한 내용이 뒤섞인,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게 C 씨의 주장이다.
C 씨가 그 증거라며 기자에게 보여준 문자메시지 내용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자식도 못 낳는 주제에’ ‘×× 들어냈다지’ ‘줘도 안먹겠다고 하던데’ ‘싸구려 천한×’ ‘××× 대주는 짓 그만하고 ××하지마라’ ‘×××으로 너도 해봤다지’ 등 그대로는 옮길 수 없는 문자들이 많았다. C 씨는 문자메시지 내용 중 A 관장과 매형의 부적절한 관계를 입증하는 정황증거가 담긴 내용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C 씨는 이러한 A 관장으로 인해 누나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참다못한 B 씨는 지난해 가을 A 관장을 경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으나 그 후에도 A 관장의 문자메시지 테러 및 부부 간의 이간질은 계속됐다고 한다. 결국 B 씨는 지난해 11월 제초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고 열흘 동안 사경을 헤맨 끝에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그후에도 A 관장의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누나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 기간에도 A 관장은 매형에게 문자를 보내고 만나러 왔다. 그리고 누나가 자살을 시도한 것이 자작극이라며 ‘자작극 감상 잘했다’ ‘연극 잘하는 ×’ ‘자작극 한 번 더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런 문자메시지는 특히 매형과 연락이 안되거나 누나와 매형이 여행을 갔을 때 더욱 심했다. 차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짓이었다.”
A 관장으로 인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은 B 씨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언어장애까지 왔으며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B 씨는 지난 2월 12일 자신의 집 욕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과연 C 씨의 주장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기자는 B 씨의 딸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B 씨의 딸은 2월 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A 관장은) 엄마뿐 아니라 내게도 정말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말을 많이 했다. 정말 나쁜 사람”이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처음에 엄마는 이런 사실을 우리에게 숨겼다. 내가 알게 된 것은 언제부턴가 집으로 낯선 여자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A 관장은 아빠와 연락이 되지 않으면 새벽에 집으로 전화를 해댔다. 딸이라고 밝혔음에도 막무가내로 ‘아빠 바꿔라’라고 요구하며 욕을 하고 난리를 쳤다. A 관장의 행동은 잔인한 고문에 가까웠다. 오죽하면 엄마에게 언어장애가 오고 정신과까지 다녔겠나. 또 약을 먹고 죽을 생각까지 했을까. 또 내게도 ‘그 에미에 그 딸년’이라는 식으로 입에 담지 못할 메시지를 수없이 보내 나 자신도 문자메시지로 대응해 맞싸우기도 했다.”
C 씨와 B 씨 딸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A 관장은 어떤 입장일까. A 관장은 “저들의 주장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완강히 부인했다. 2월 22일 기자와 만난 A 관장은 “(B 씨의 남편과는) 같이 골프 하다 만났을 뿐 저들이 주장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나와 얽힌 일들이 있긴 해도 엄밀히 말해 이 문제는 B 씨가 그 남편과 해결할 문제였다. 나와 B 씨가 싸울 사건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A 관장은 “B 씨가 원한 건 결국 ‘내 남편이 어떤 식으로 해도 일절 반응하지 말라’는 것 아니었겠나. 그런데 내가 먼저 하지 않아도 다른 방법으로 연락이 오는데 그걸 무심코 받은 것도 잘못이란 말인가. 그러면 또 연락했다고 나한테 온갖 난리를 쳐대니 미칠 노릇 아니었겠나. 특히 지난해 11월 B 씨가 자살시도를 한 후 번호도 몇 번이나 바꿨다. B 씨에게 ‘나한테 이러지 말고 당신 서방하고 해결하라’ ‘제발 연락하지 말고 당신들끼리 해결봐라’는 말까지 수없이 했다”라며 억울함과 답답함을 호소했다.
C 씨가 제시한 문제의 문자메시지와 관련해서도 A 관장은 “B 씨와 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싸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B 씨가 먼저 시작했고 온갖 험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또 문자메시지 중에는 내가 보낸 것이 아닌 데도 내가 보낸 것처럼 조작된 것도 많다. 이제 와서 B 씨의 자살과 관련해 나를 엮으려 드는 것이 너무 어이가 없다. 결국 나까지 죽으라는 얘기가 아니고 뭐겠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A 관장은 현재 C 씨에 대해 법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할 뜻을 밝힌 상태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