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일기를 통해 요즘 절 괴롭혔던 걱정 한 가지 털어놓겠습니다. 훈련을 시작하면서 이상하게 왼쪽 팔꿈치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하더라고요. 약간의 통증도 있었고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여서 구단에 말을 했더니 담당 의사가 진통제를 놔주기도 했습니다. 진통제를 맞고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MRI를 찍어보자고 했고요.
얼마나 마음이 심란했는지 모릅니다. 스프링캠프 동안에 부상 운운하면 팀한테도 그렇고 제 자신한테도 결코 바람직한 스타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훈련 내내 찜찜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통증이 조금씩 완화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통제나 소염제를 먹지 않아도 괜찮아지는 것 같았고요. 사실 요즘에는 매사에 조심조심하자는 주의거든요. 예상치 못한 통증이 생기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도 하고요. 더욱이 이런 부분은 쉽게 노출할 수도 없잖아요.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실제와 달리 더 부풀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지난 주 클리블랜드의 크리스 안토네티 단장님과 면담을 가졌습니다. 그래디 사이즈모어와 함께한 미팅이었는데요, 아무래도 저와 사이즈모어가 팀의 주축이다보니 단장님께서는 팀의 속사정을 직접 듣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저랑 사이즈모어는 어린 선수들이 많고 다른 팀에서 트레이드된 선수들이 모이다보니 선수들 사이에서 꼭 지켜야 할 룰들이 종종 지켜지지 않고 있는 부분에 대해 얘길 했습니다. 예를 들어 라커룸에서 휴대폰으로 통화를 한다든지 경기 전에 노트북을 사용한다든지, 조금만 신경 쓰면 쉽게 지킬 수 있는 생활 규칙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는데, 단장님도 잘 이해를 하시더라고요. 미국에서는 선배랍시고 후배들한테 ‘너 이런 거 하지마!’라고 말을 하지 못하잖아요. 가장 좋은 방법은 선배인 우리가 솔선수범을 보이는 거죠. 그러다보면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테니까요.
사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저의 한국내 매니지먼트 계약을 마무리할 생각이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후배나 선배를 통해 일을 했지만 인간적인 관계면에서 힘든 부분이 있었거든요. 매니지먼트를 두는 건 제가 힘들 때 그의 배를 타고 이끌어 줌을 받고자 하는 것인데, 가끔은 제가 그의 배를 끌고 가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제 고민을 보다 못한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한국에서의 매니지먼트 일을 돌봐주겠다는 제안을 했는데, 아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비즈니스적인 일들이 개인적인 관계로 확대될 때 평소 좋아하던 분들을 잃게 되는 아픔을 겪어본 탓에 조금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려 합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그냥 이렇게 혼자 야구만 하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전에도 한 번 말씀드렸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야구가 아닌 인간관계인 것 같습니다.
애리조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