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 박세리 김미현, ‘실력파’ 이경규 김국진, ‘애호가’ 이순재 박근형 총출동…차별화가 성패 관건
최근 신설된 골프 예능은 5~6편에 이른다. 5월 TV조선의 ‘골프왕’을 시작으로 6월 JTBC ‘세리머니 클럽’에 이어 이달 MBN ‘그랜파’가 방송을 시작했다. SBS ‘편먹고 072(공치리)’도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도 골프 예능 제작에 적극적이다. 티빙은 연예계 골프 최강자로 꼽히는 강호동과 신동엽이 프로 골퍼들과 벌이는 대결을 다룬 예능 ‘골신강림’을 8월 공개한다.
한동안 TV 예능의 단골 소재는 트롯이었다. TV 조선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시리즈의 연이은 성공에 힘입어 현재 지상파TV와 케이블위성채널, 종합편성채널 구분 없이 트롯 소재 예능이 봇물이다. 여행, 육아, 오디션 등 특정 소재가 주목받으면 비슷한 콘셉트의 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방송가의 습성 그대로 2021년 예능 ‘대세’의 자리는 골프가 차지하는 분위기다.
#“메시가 조기축구회장 된 셈”
골프 예능의 첫 주자인 TV조선 ‘골프왕’은 프로 수준의 스타들부터 이제 막 입문한 초보자들이 뭉쳐 배우, 모델 등 각 분야의 골프 강자들과 대결하는 내용이다. 연예계에서 자타공인 골프를 가장 사랑하는 김국진이 팀의 리더를 맡아 축구선수 이동국, 개그맨 양세형, 트로트 가수 장민호, 배우 이상우를 이끈다. ‘슈퍼땅콩’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프로골퍼 김미현은 이들에게 혹독한 레슨을 진행한다.
골프 예능은 웃음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다양한 골프 정보를 두루 제공한다. 치열한 승부가 벌어지고, 대결 결과에 따른 수익을 기부금으로 모으기도 한다. ‘국민 골퍼’ 박세리가 이끄는 JTBC ‘세리머니 클럽’도 비슷하다. 선수 은퇴 이후 몇 년간 골프채도 잡지 않았다는 그가 골프 예능 제안을 수락한 데는 “기부”가 중요한 이유가 됐다.
최근 ‘세리머니 클럽’ 제작발표회에서 박세리는 “많은 사람이 골프에 대해 여전히 거리감을 느낀다. 저 역시 골프는 예능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이왕 골프가 예능 소재로 사용된다면 좋은 취지이길 바랐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직업 종사자들이 골프라는 스포츠를 편하게 즐기되, 어려운 곳에 기부도 한다면 좋겠다”는 뜻을 제작진에 제안했다.
이를 수락한 연출자 소수정 PD는 “박세리 감독님이 아마추어들과 골프를 치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증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라며 “마치 메시가 조기축구회장이 된 셈”이라고 비유했다.
#평균연령 79세 노년의 골프
골프 예능은 실버세대 연예인들까지 예능으로 집결하게 만든다. 배우 이순재와 박근형, 백일섭과 임하룡이 뭉친 MBN ‘그랜파’가 그렇다. 평균연령 79세의 출연진이 뭉쳐 국내의 이색 골프장을 찾아 라운딩을 하고 그 지역의 볼거리와 먹거리를 체험하는 내용이다. 이들은 골프에 나이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다. 임하룡만 제외하면 tvN 여행 예능 ‘꽃보다 할배’ 시리즈로 이미 호흡을 맞췄던 사이인 만큼 이번 ‘그랜파’에서도 오래 쌓은 인연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물론 친분과 승부는 이들에게 다른 차원의 문제다. 라운딩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출연진이 뽑은 최강 실력자는 다름 아닌 이순재다. 백일섭은 “일명 ‘숏다리’가 지면에 밀착돼 있어서인지 잘 친다”고 했고, 박근형 역시 이순재를 두고 “승부욕이 강하고 남에게 지기 싫어해 골프도 잘 친다”고 말했다.
이경규는 낚시, 요리 예능을 섭렵한 이후 이번에는 골프를 택했다. ‘국민타자’ 이승엽, 가수 이승기와 뭉친 SBS ‘편먹고 072’를 통해서다. 골프보다 아직은 야구가 익숙한 이승엽, 골프 입문 2년차인 이승기에 비해 이경규는 막강 실력자로 통한다. 2009년 ‘이경규의 골프의 신’이라는 실용서까지 발간한 숨은 고수이기도 하다. 실력이 제각각인 이들은 아마추어 골퍼에겐 꿈의 스코어로 꼽히는 72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승부욕을 다지고 있다. 스타플레이어 유현주 골퍼가 코치 역할로 나서 이들을 지도한다.
#왜 하필 골프 예능?
골프 예능은 각 채널마다 소위 황금 시간대에 편성됐다. ‘그랜파’는 일요일 밤 9시, ‘골프왕’과 ‘세리머니 클럽’은 평일 밤 10시대 방송한다. 편성 경쟁이 치열한 시간대를 차지한 것부터 프로그램 경쟁력을 증명한 셈이다.
이처럼 골프 예능이 대세 장르로 부상한 데는 여러 원인이 작용했다. 중‧장년층이 주로 즐기는 스포츠로 여겨졌던 골프에 대한 인식의 변화, 젊은 세대의 빠른 유입으로 대중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사실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골프 인구는 급격히 늘고 있다. 올해 4월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국 501개 골프장 내장객은 4673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내장객 규모인 4170만 명과 비교해 12.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해외여행이 중단되고 국내 이동 등 야외활동도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골프가 답답함을 해소하는 스포츠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감염 위험에 따른 실내 스포츠 활동이 주춤한 데다, 집에 머무는 ‘집콕’ 장기화로 인해 운동에 대한 욕구가 상승한 상황도 골프를 대한 관심을 높였다. 유행에 민감하고 사회 흐름에 예민한 방송가에서 이런 변화를 빠르게 담아내 골프 예능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골프 예능이 한꺼번에 늘어나면서 비슷한 내용의 프로그램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트롯이 유행할 때 우후죽순 트롯 관련 프로그램이 제작돼 차별성을 상실한 것처럼 골프 예능도 같은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비판이다. 결국 ‘얼마나 다른지’, 그 차별화가 골프 예능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해리 대중문화평론가
-
나훈아,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예매 전쟁 끝 광속 매진... 암표 거래 기승
온라인 기사 ( 2024.10.29 21:30 )
-
'비혼 출산' 문가비 아들, 정우성이 친부 맞았다…"아이에 대해 책임질 것"
온라인 기사 ( 2024.11.24 22:42 )
-
"활동 의지 여전했는데…" 배우 송재림, 향년 39세 사망 '비보'
온라인 기사 ( 2024.11.12 19: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