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색깔 단속·투블럭 금지 등 황당 규정 인권침해 논란…일본 문부과학성 교칙 개정 촉구
나고야대학 교수이자, ‘블랙교칙’의 저자인 우치다 료는 “학교 측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는 싹을 애초에 잘라버리자는 입장인 것 같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옷차림이 화려해지다보면, 자칫 풍기를 문란케 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학생들의 속옷 색깔까지 엄격하게 규정하는 학교들이 많다. 일례로 나가사키현의 국공립 중·고등학교의 60%가량이 학생들의 속옷 색상을 흰색으로 지정하고 검열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교칙을 위반했을 때만 지도하는 학교가 있는 반면, 정기적으로 속옷을 체크하는 까다로운 학교도 적지 않다. 심한 경우 남교사가 여학생의 속옷을 확인하기도 한다. 조사에 따르면, 남교사에게 속옷을 지적받은 여학생이 수치심에 등교하지 않은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치다 교수는 “학생의 지극히 사적인 부분에 태연히 개입해 관리하려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헤어스타일에 대한 교칙도 논란의 대상이다. 후쿠오카현 변호사회가 조사한 결과, 시립중학교 69곳 중 62개 학교가 옆머리를 투블럭 형태로 자르지 못하게 했다. 여학생의 경우 ‘머리를 묶을 때는 귀밑으로 묶어야 한다’는 교칙이 있었는데, 머리를 올려 묶어 목덜미가 보이면 ‘남학생들이 육체적 욕망을 느낀다’는 것이 이유였다.
영문 모를 교칙들은 코로나19 유행 속에서도 횡행하고 있다. 우치다 교수에 의하면 “마스크 색까지 흰색으로 한정하는 학교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핑크색 마스크를 착용하면 지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우치다 교수는 “컬러풀한 마스크를 착용해 풍기가 문란해졌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황당해했다.
최근 몇 년간 일본의 도립고등학교들은 교복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교칙이 엄격화되는 추세다. 이와 관련, 10년 전 네리마구의 도립고등학교를 졸업한 A 씨는 “내가 입학했을 당시만 해도 모교는 ‘학생의 자율성과 자유’가 전통이었다”며 “사복이 허용됐고, 염색도 자유로웠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너무 자유로운 나머지, 부작용이 생겼다고 한다. 교사가 학생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학생들의 머리색은 핑크·초록 등 형형색색으로 물들었고, 조회 시간에는 불량학생들이 교사를 추방하고 단상에 오르는 일도 태연하게 벌어졌다.
상황이 이렇자 교사들 사이에서는 “얘들이 자유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다”는 의견이 속출했다. 결국 A 씨가 졸업하는 연도에 ‘교복 착용’이 의무화됐으며, ‘염색 금지’ 등 교칙이 엄격하게 강화됐다. 이에 A 씨는 “문제가 있는 학생들과 개별적으로 마주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단속하는 방식이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는 소견을 밝혔다.
블랙교칙이 문제시 되자, 일본 문부과학성은 6월 8일 전국 교육위원회에 교칙 개정에 관한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요컨대 “사회 상식 등에 입각해 (교칙을) 끊임없이, 적극적으로 고쳐나갈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우치다 교수는 “교육 현장에서는 지금도 교칙으로 학생을 묶어 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큰 것이 현실”이라면서 “시대에 맞게 바꾸자는 교사도 있기 때문에 그들이 목소리를 쉽게 낼 수 있도록 여론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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