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일 추석을 앞두고 구리시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해 장바구니 물가를 파악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지난 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MB물가지수, 3년간 20% 이상 상승’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 논란이 일자 정부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최근 치솟고 있는 물가 때문에 가뜩이나 머리 아픈 정부의 뒤통수를 때리는 MB물가지수 논란 속으로 들어가 봤다.
경실련은 MB물가지수 보도자료에서 “통계청 자료를 통해 MB정부 3년간 물가지수 추이를 분석한 바, 이명박 대통령 취임 당시 천명했던 물가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지난 3년간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는 11.8% 증가한 데 비해 MB물가지수는 이를 상회하는 20.4%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MB물가지수를 구성하는 52개 특별 관리품목 가운데 70%가 넘는 37개 품목이 연간 3%, 3년간 9% 이상 올랐고, 연 5% 이상(3년간 15% 이상) 오른 품목도 25개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이 자료가 나오자 상당수 언론들이 ‘MB물가 관리 실패’라는 제목의 기사를 연이어 내보냈다. 그러자 물가 관리 책임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당일 저녁에 발 빠르게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내용은 경실련이 잘못 계산해 MB물가지수 상승률이 부풀려졌다는 것이었다. 52개 품목의 물가 상승률을 계산할 때는 품목별 가중치를 고려해 다시 계산해야 하는데 상승률을 단순히 평균해 낸 것이었다는 주장이다.
재정부의 신속한 대처에도 이명박 정부가 서민 중심 물가 관리를 위해 MB물가지수를 만들어놓고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MB물가지수는 이명박 정부 출범 한 달 뒤인 지난 2008년 3월 17일,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가진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내린 ‘생활필수품목 50개 집중관리 지시’ 발언으로 탄생했다. 생필품 50개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면 전체 물가 상승률과 상관없이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안정된다는 논리였다.
이에 따라 재정부는 MB물가지수 만들기에 돌입했고, 그해 4월 52개 주요품목(73개 세부품목)으로 구성된 MB물가지수를 내놓았다. 지금도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 물가동향에는 ‘52개 주요생필품 소비자 물가 동향’ 자료가 별도로 첨부되어 있다.
그런데 MB물가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3년간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경실련에서 밝힌 바와 같이 11.8%였다. MB물가지수는 재정부의 말대로 52개 품목의 가중치를 고려해 계산한 결과, 같은 기간 11.1% 올랐다. 경실련의 주장보다는 절반 정도의 수준이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는 낮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서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특별 관리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올해 들어 MB물가지수 상승률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MB물가지수가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 높았던 적은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곡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키는 현상) 우려가 높았던 2008년 10월까지에 불과했다. 이후에는 금융위기 발발로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자 인플레이션 우려도 자연스레 줄면서 MB물가지수도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 낮아졌다. 심지어 2009년 6월과 7월에는 마이너스(-)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을 보이던 MB물가지수가 지난해 말부터 슬금슬금 이상 조짐을 보이더니 올 들어서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 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1%였으나 MB물가지수 상승률은 이보다 0.5%포인트 높은 4.6%를 기록했다. 2월에는 상황이 크게 악화되면서 MB물가지수 상승률이 무려 5.2%로 소비자 물가상승률 4.5%를 0.7%포인트나 웃돌았다. 특히 2월 MB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 2008년 10월(5.3%)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결국 서민들이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필수품의 가격이 다른 품목들에 비해 크게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MB물가지수를 이루고 있는 품목들의 2월 상승률은 다른 품목들에 비해 크게 높았다. 배추의 경우 상승률이 94.6%에 달했으며, 파는 89.7%, 마늘은 78.1%, 양파는 54.7%, 무는 50.8%나 됐다. 조미료에 속하는 고추장은 21.4% 올랐고, 설탕은 12.2%나 상승했다. 요리 기본재료인 이들 품목이 크게 올랐으니 서민들로서는 상을 차리기도 무서운 상황이 된 셈이다.
세계 곡물가격 상승세와 구제역 및 조류독감 여파로 가공식품과 축산물의 가격도 껑충 뛰었다. 두부는 20.8%나 상승했고, 빵은 7.1% 올랐다. 돼지고기는 35.1%, 수입산 쇠고기는 17.3%, 달걀은 16.8% 상승했다.
여기에 국제 원유가격 상승으로 기름값 역시 크게 뛰었다. 서민들이 난방유로 사용하는 등유는 19.3%나 올랐고, 경유는 14.6%, 자동차용 LPG 12.4%, 취사용 LPG는 11.9%, 휘발유는 11.1%, 도시가스는 5.5% 뛰었다. 기름값 상승에 시내버스료는 2.4%, 시외버스료는 4.4% 상승했다.
문제는 최근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그치지 않고 있어 이들 물가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중동 사태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일부 주유소의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300원을 넘어서고 있다. 곡물가격 역시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이 생산량 감소를 이유로 수출 중단을 선언한 상태여서 개선될 가능성이 적은 상태다.
MB물가가 3월에도 급등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재정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재정부는 공식적으로 “(MB물가지수가) 소비자 물가지수 산출방식과 달리 비교 가능성이 미흡하고, 소비자 실제 부담 수준을 나타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면서 “당초 52개 생필품은 품목수가 적은 데 따른 변동성 증폭 등의 문제로 지수화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별도 지수를 공식적으로 작성, 발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MB물가지수를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들 품목을 관리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믿음은 사라지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이 족쇄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