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60년대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는 교동도. |
창후리선착장에서 교동도까지는 뱃길로 15분가량 걸린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부스러기에 길들여진 갈매기들이 계속해서 배를 따라온다. 별 생각 없이 바라보기에는 아름다울지 모르나, 사냥법을 잊어버린 갈매기들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면 안쓰럽기 그지없다.
배는 월선포구에 머리를 댄다. 예전에는 남산포로 다녔다. 교동도는 본래 ‘대운도’라고 불렸던 곳이다. 강화도 북서쪽에 자리한 이 섬은 신라 경덕왕 때 교동현이라는 지명을 부여받았고, 그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작아 보이는 섬이지만 이곳에는 현재 17개 리에 약 3200명이 산다. 제법 규모가 큰 섬이다. 섬에는 평야가 드넓게 발달해 있다. 마치 김제평야를 연상케 할 정도로 광활하다. 특히 섬의 서쪽으로 평야가 형성됐는데,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이 때문에 이곳에는 정미소가 많다. 마을마다 서너 개씩은 품고 있다. 번듯한 모양의 정미소는 거의 없다. 지붕뿐만 아니라 옆면까지 함석으로 두른 허름한 정미소들이 대부분이다. 교동도에서 재배된 쌀은 미네랄이 풍부해서 인기가 좋다.
월선포구에서 교동도의 중심이랄 수 있는 대룡리를 향해 달린다. 대룡리는 교동도 상권의 중심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제법 현대적이고 근사한 모습을 상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룡리의 상권은 1960년대 풍경 그대로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잡화점, 이발소, 장의사, 미용실, 구멍가게, 지물포…. 겨우 두어 평짜리 가게들이 어깨를 맞대며 함께 세월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
▲ 우리나라 최초의 향교인 교동향교. |
하지만 오늘의 모습은 그때와는 영 딴판이다. 사람 그림자를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가게들은 이제나 저제나 올 손님들을 기다리며 문을 열어놓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주말여행객들이 크게 늘어 거리에도 조금씩 활기가 돌고 있다.
교동도에는 대룡리 명동거리 말고도 볼 만한 명소들이 많다. 우선 월선포구에서 대룡리로 향하다보면 교동향교와 읍성이 있다. 교동향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향교다. 고려 충렬왕 때 안유(안향·1243∼1306)가 원나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공자상을 들여와 이 향교에 봉안하였다고 전한다. 지금도 교동향교 대성전에는 공자의 초상을 비롯해 우리나라 성리학 대가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향교 왼쪽에는 약수터가 있는데 물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화개산에서 흘러내려온 이 약수는 위장병에 특효가 있다. 교동향교에서 왼쪽으로 비구니 절인 화개사 가는 길이 나 있는데, 참 운치가 있다. 거리는 800m쯤 된다. 길은 화개산으로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 길은 최근 잘 정비해 교동도 나들길로 개통했다.
교동읍성은 조선 인조 7년(1629년)에 세워진 것이다. 둘레 430m 높이는 약 6m, 동·남·북 세 곳에 성문을 설치했는데, 현재 남문만 남아 있다. 동문과 북문의 유실연대는 명확치 않다. 성 내부에는 조선시대 수영 터를 확인할 수 있다. 성문 앞에는 거북상이 버티고 앉아 있다.
교동도에 가면 화개산도 꼭 올라볼 일이다. 화개사 쪽에서 오르는 방법도 있지만, 고구리 방향을 추천한다. 화개산은 260m의 야트막한 산이다. 천천히 올라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빠른 걸음이면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고구리 등산로 입구에는 한증막이 하나 있다. 조선 후기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증막이다. 황토와 돌을 이용해 축조되었다. 마치 이글루와 같은 모양이다. 선조들의 병환과 피로를 다스리는 민간요법으로 이용되어온 시설이다. 이 안에서 소나무를 떼서 돌을 달군 후, 여러 사람이 들어가서 한증을 하였다. 밖에는 냇물이 흐르고 우물까지 있어서 한증 후에 차가운 물로 목욕을 했다. 1970년대까지도 이용됐다. 이곳 외에도 여러 곳에 한증막이 있었으나 모두 허물어졌고, 현재 남은 것은 여기 하나다.
화개산 정상 바로 아래에는 대성전의 것 못잖은 약수가 나온다. 산꼭대기인데도 어디서 흘러나오는 것인지 사철 물이 끊이지 않는다. 주변에는 겨울에도 푸른 이끼가 끼어 있다. 화개산 정상은 전망이 아주 좋다. 서쪽으로는 볼음도와 서검도, 아차도, 주문도 등이 섬이 다도해처럼 펼쳐지고 동북쪽으로는 북녘땅이 잡힐 듯하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외곽순환도로 김포IC→강화 방면 48번 국도(올림픽대로가 이 길에 합류함)→강화→창후리선착장→교동도
▲먹거리·잠자리: 대룡리에 대부분 모여 있다. 장어조림을 잘 하는 해주식당(032-933-7895)과 도가니탕과 닭볶음탕이 일품이 수진이네(032-934-5262) 등의 음식점이 있다. 숙박은 교동파크(032-932-4164), 강화여인숙(032-932-4067)에서 해결하면 된다.
▲문의: 교동면사무소 032-930-4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