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의학의 본초 치료분야는 수천 년의 역사 동안 이미 20여 파트로 발달해 왔으며 보약은 그중의 한 파트일 뿐이다. 만성 눈 충혈, 공막염, 포도막염, 안와가성종양 등의 안과 염증질환들과 비염, 축농증, 코피, 구내염, 설염, 중이염, 역류성식도염 등 이비인후과 질환 등의 한의학 치료 효과가 기대 이상으로 좋다.
비염의 경우 2000여 년 전 장중경의 상한론에 나오는 마황탕, 소청룡탕 등의 한약 처방을 현대인에 맞게 발전시켰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극심한 콧물도 효과적으로 말려 완치수준에 이르게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알레르기 비염으로 심한 콧물이 흐를 때 항히스타민제가 듣지 않으면 치료를 포기하는 분들이 많다. 우수한 한방 치료법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 아쉽다.
축농증 또한 한의학 치료는 생각지도 않고 수술만을 능사로 아는 분들이 많지만 한의학에 염증을 효과적으로 가라앉히고 배농시키는 우수한 치료법이 있다. 코피는 틀어막거나 지져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기저하와 비정상 체질 열의 문제를 정상화시키는 한약처방을 하면 대부분 코피가 멎는다.
현대인의 만성 염증을 한의학으로 치료한다는 게 이해가 잘 안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염증의 5대 정의는 붉게 됨, 불거짐, 발열, 통증, 기능손실이다. 피부상처가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지 않는다고 안 낫는 것이 아니듯, 세포 말단까지의 혈액공급이 원활하면 혈액안의 영양물질이나 치료물질이 스스로 염증을 치유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원활치 못할 때 만성적으로 염증이 지속되는 것이다.
세포 말단까지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데 중요한 핵심 요소가 바로 충만한 원기다. 기력이 저하되고 피로할 때 염증이 잘 발생하고 잘 아물지 않는다. 우리 몸에 기운이 충만할 때 세포 말단까지 혈액이 잘 공급돼 염증이 효과적으로 가라앉게 되는데, 이는 기관차가 힘이 좋을 때 기차를 잘 끄는 것과 같은 이치다. 원기가 저하되고 피로가 누적될 때는 염증의 5대 정의 중 하나인 발열 상태로 진행되는데 전신에 발열감이 생길 때 한의학에서 예로부터 허열(虛熱)이라는 표현을 써 왔다. 한의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원기를 보강하는 치료법이 우수하게 발달돼 있어 만성 염증의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만성적인 눈 충혈을 일으키는 결막염·공막염, 맥락막 등 조직의 염증인 포도막염, 그리고 염증성 안와가성종양 등이 발생하는 공통 조건이 바로 피로·과로·기력저하·스트레스 등이다. 스테로이드 처방으로 염증이 가라앉다가도 도로 재발하는 원인이 바로 이런 조건들 때문이다. 안과질환의 한의학 치료라면 많이 생소하겠지만 위에 언급한 염증 질환들과 마찬가지 원리로 원기를 보강하고 눈의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 소염시키는 한약처방으로 우수한 치료와 재발 억제를 실현하고 있다.
구내염이나 중이염의 치료방법 또한 대동소이하다. 역류성식도염 환자 중에 양약을 아무리 써도 낫지 않아 수개월에서 수년 이상 고생하다 내원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는 체기를 풀어주는 침을 시술한 후, 소화기 기능을 정상화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한약처방을 해 우수한 효과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