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천분재예술공원. |
청평호반에 떠 있는 남이섬은 강우현 씨가 리모델링하면서 완벽히 달라진 곳이다. 강변가요제의 주 무대였던 남이섬은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람들로 시끄럽기 짝이 없던 섬이었다. 그러나 이제 남이섬은 가평을 넘어 우리나라의 최고 명소 중 하나가 되었다.
▲ 광릉수목원. |
고모리에도 장흥과 마찬가지로 2000년대 들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바람이 아직 미약한 수준이긴 하지만, 카페 일색이었던 이곳에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는 것이다.
고모리의 숨은 문화예술 공간들을 찾아보려면 일단 느긋해야 한다. 최대한 자동차의 속도를 늦출 일이다. 도로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뒤따라오는 차에게 재촉당할 때는 먼저 보내면서 말이다. 또 하나, 아무 길이건 들쑤시듯 가보아야 한다. 결코 큰 길에만 문화공간들이 있지는 않다.
직동삼거리에서 고모리길로 방향을 틀면 바로 ‘닥종이갤러리’가 있다. 본래 닥종이 예술가인 전흥자 씨의 작업공간이었던 곳이다. 1990년대 후반 들면서 고모리에는 화가, 음악가, 도예가, 공예가 등이 다수 몰려와 작업장을 내었는데 고려닥종이공예협회장을 역임한 전흥자 씨도 그중 하나다. 갤러리라고 하기엔 좁고 허름하지만, 묘하게도 그런 분위기가 닥종이인형들과 어울린다. 전시장에는 이야기 속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닥종이 인형들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인사를 건넨다. 이곳에서는 천연염색과 닥종이공예체험을 해볼 수 있다.
▲ 허브향기 가득한 ‘허브뜰안’. |
허브와 관련해서는 고모리저수지 근처에 ‘생활의 향기’라는 곳도 들를 만하다. 농원을 갖추진 않았지만 ‘허브뜰안’처럼 각종 허브제품을 판매하고 또한 허브베개, 허브비누, 허브화장품 등을 만드는 체험교육강좌가 있다.
길을 더 달리다보면 사거리가 나오는데, 우측으로 ‘분재예술공원’이 있다. 죽엽산 자락에 분재와 조각, 규화석 등으로 꾸민 공원이다. 규모는 약 4만 5000㎡로 제법 넓다. 기묘한 모양의 분재에도 눈이 가지만, 그보다 더 큰 관심을 끄는 것은 규화목이다. 규화목이란 땅에 묻힌 나무줄기 세포 속에 물에 녹은 이산화규소가 스며들어 형성된 화석. 이곳에는 중생대 백악기(1억 4000만 년~6000만 년 전)에 형성된 규화목 1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만져보면 나무처럼 따뜻하지만 겉으로는 돌처럼 보인다.
‘분재예술공원’에서 나와서 가던 방향으로 계속 달리면 ‘자기올레도예교실’, ‘나무와 가죽’, ‘도자공방 은도화’가 차례로 나온다. ‘자기올레도예교실’에서는 도자기판매와 체험학습을 진행한다. 반면 ‘은도화’는 일일체험을 하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보다 전문적으로 가르친다. 10년 전 이곳에 터를 잡은 김선예 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김 씨는 손끝이 야무져서 만지는 모든 것이 예술품이 된다.
공방 안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커튼을 대신한 걸개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고, 자개장에도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그가 만든 도자기들도 여기저기 놓여 있다. 마음 푸근한 이곳에서 그는 그림 그리고 도자기를 만들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나무와 가죽’은 수제 나무가구와 가죽제품을 취급하는 곳이다. 주인장이 직접 다 만든다. 그런데 요즘은 경기가 좋지 않아서 가죽제품을 거의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판매장 안에는 가구보다 골동품들이 더 많다. LP디스크는 1000장도 넘고, 코뚜레며 국수 뽑는 틀도 있다. 옛 추억을 곱씹고프면 한 번쯤 들러 봐도 좋다.
수상레저스포츠를 즐기거나 나무데크를 따라 산책하기 좋은 고모리저수지를 만나면 좌측으로 꺾도록 하자. 1㎞쯤 들어가면 ‘물꼬방’이 있다. 화가인 안주인과 소설가이자 교수인 바깥주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유기농 한정식을 맛 볼 수 있는 음식점과 상시 열려 있는 미술관이 있다. 주변이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서 무척 시원하다.
한편, 국립수목원과 아프리카박물관까지 더하면 고모리여행은 보다 풍성해진다.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포천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숲이라고 말할 수 있다. 흔히 광릉수목원이라고 부르는 이곳에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1900여 종의 나무와 외국에서 들여온 나무들을 합해 3000종에 가까운 나무들이 식생한다. 침엽, 활엽, 관목, 약용, 식용, 고산, 습지, 수생, 난대식물 등 거의 모든 종류의 나무들이 이곳에 있다. 수목원 산책을 하기에는 산림박물관 앞쪽 활엽수림에서부터 육림호가 있는 침엽수림까지가 좋다. 왕복 2㎞ 남짓한 거리로 길이 넓고 쾌적하다. 곳곳에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도 마련돼 있다.
아프리카박물관은 총 1만 2000평 규모로 사립박물관 중에서는 큰 편에 속하는데, 그 규모뿐만 아니라 전시품목 면에서도 대단하다. 가나, 카메룬, 콩고 등 잘 알려진 나라를 비롯해 그 이름도 생소한 나라의 유물들이 2000여 점 이상 전시돼 있다. 아프리카 현지인들의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1시간 동안 이어지는 공연은 언어가 통하지 않지만 몸짓만으로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43번 국도→축석령 검문소→314번 지방도→직동삼거리 우회전→국립수목원→고모리
▲먹거리: 친환경 한정식으로 입소문을 탄 물꼬방(031-544-1695)이 있다. 산정식, 매주콩정식, 창포정식 등이 있는데, 전체적으로 맛이 강하지 않고 담백하다. 고모리의 명소 중 하나인 욕쟁이할머니집(031-542-4939)도 추천할 만하다. 다만 걸쭉한 욕을 먹고 허허 웃어넘길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두부요리를 잘 한다. 이 외에도 맛집은 수두룩하다. 고모리닷컴(www.gomorifood.com)에 들어가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잠자리: 고모리로 진입하기 바로 전 마을인 직동리에 자리한 힐하우스모텔(031-541-6400)이 깔끔하다. 광림유스호스텔(031-544-0515)도 이곳에 있다. 고모리 내에는 분재예술공원(031-542-5755)에 숙박동이 있다.
▲문의: 포천시청(http://www.pcs21.net) 031-538-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