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아나운서로 활동하다 야구선수 김태균과 결혼한 김석류 전 아나운서. 그녀 또한 선수들의 수많은 작업에 시달렸음을 고백한 바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혈기왕성한 젊은 남녀의 만남이 가장 잘 이루어지는 곳은 다름 아닌 그라운드 위다.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여성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 열풍으로 인해 선수들은 인터뷰 등 다양한 경로로 그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남자 스포츠 스타들은 쉽게 접하기 힘든 미모의 방송인에 호감을 느끼고, 여자 리포터들 또한 선수들의 남자다움과 박력에 반해 의외로 많은 로맨스가 일어난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서로 원해서 로맨스가 시작되는 상황이 아닌 한 쪽만 관심을 갖는 경우 다른 한 쪽은 상당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스포츠 전문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A는 자신과 인터뷰를 했던 스포츠 스타에게 어쩔 수 없이 연락처를 줘야 했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지방의 한 프로축구 구단에 취재를 갔던 A. 선수들에게 일일이 ‘파이팅’ 멘트를 따내는 게 이날 A의 임무였다. 경기 전후로 선수들을 만나 열심히 자신의 임무를 소화한 A였지만, 유독 팀의 간판스타이자 국가대표 B의 파이팅 인터뷰만 따내지 못했다. 팀의 간판스타인 B는 인터뷰를 하는 게 내심 내키지 않았던 눈치였다고. 그러나 간판선수 B의 인터뷰 없이는 방송이 불가능한 상황. 결국 A와 제작진은 밤늦은 시간까지 구단의 숙소에서 B를 기다렸다고 한다. 이런 소식을 들었던 것일까? 자정을 앞둔 시간 B가 헐레벌떡 뛰어내려와 A에게 다가왔다. 드디어 오늘 일이 마무리 되는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A에게 B는 다짜고짜 “A 씨, 지금 빨리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라고 말했다. 사연인즉, B는 자신의 선배 축구선수로부터 A의 연락처를 따오라는 명령을 받고 한걸음에 뛰어나온 것이었다. 황당한 상황이었지만 B의 인터뷰를 반드시 해야 하는 A 입장에선 그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스포츠 아나운서계의 여신 종결자에서 이젠 야구선수 김태균의 배우자가 된 김석류 아나운서. 그 또한 선수들의 수많은 작업 세례에 시달렸음을 고백한 바 있다. 그는 “취재 현장에서의 작업은 대부분 친하게 지내자며 연락처를 주거나 함께 밥을 먹자는 등 가벼운 수준이기 때문에 기분 나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하지만 “때론 미니홈피 등에 쪽지를 보내는 스포츠 선수들도 있는데 그중 유부남 선수들도 있어 상당히 기분이 상했었다”고 말했다.
연예 리포터들 또한 연예인들의 작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은 바로 리포터 지명제. 자신이 맘에 드는 여자 리포터와 친해지기 위해 인터뷰 때마다 그를 지명해서 불러내는 것. 한류스타 C는 리포터 D에게 유독 눈독을 들였다고 한다. 새내기 리포터였던 D와 첫 만남 후 마음에 들었던 C는 아예 자신의 팬미팅 등 관련 행사 때마다 먼저 D가 출연 중인 연예 정보 프로그램 측에 단독 인터뷰를 제안했는데 그때마다 요구 조건은 리포터로 D가 나오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매니저는 “C가 낯을 많이 가려 한 번이라도 안면이 있는 리포터가 편하다”는 핑계를 댔지만 C의 주목적이 D에게 작업을 걸기 위해서라는 것이 빤히 보였다고 한다.
지금은 활동이 뜸한 방송인 E는 연예 리포터로 활동하던 시절 작가에게 특별한 요구를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흔히들 질문지라고 부르는 인터뷰 대본에서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빼달라고 요구했던 것. 촬영 스태프들과 함께 공유하는 이 대본에는 인터뷰를 나눌 연예인의 매니저 연락처와 인터뷰 장소, 그리고 리포터의 연락처 등이 적혀있다. E가 이런 요구를 한 까닭은 몇 차례 겪은 안 좋은 경험 때문이다. 기분 좋게 인터뷰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 E는 고참급 가수 F로부터 갑작스런 전화를 받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하게 인터뷰를 했던 F가 대본에 적힌 연락처를 보고 전화를 걸어선 술자리에 나오라고 강요했다는 것.
충격적이지만 인터뷰를 통해 만난 리포터와 하룻밤을 즐긴 영화배우도 있다. 지금은 모습을 보기 힘들지만 빼어난 몸매로 큰 사랑을 받았던 리포터 G. 그의 이상형은 또래 영화배우 H였다고 한다. 공공연히 H가 이상형이라고 말하며 그와의 인터뷰를 꿈꿔온 G는 비로소 꿈에 그리던 인터뷰에 참여하게 됐다. H 또한 자신이 이상형이라며 다가오는 G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둘은 인터뷰를 끝낸 뒤 자연스럽게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며칠 뒤에는 술자리까지 가졌다. 술자리는 결국 깊은 하룻밤으로 이어졌다. 이후 H는 G와의 일을 떠벌리고 다녔고 G는 방송가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미모의 리포터를 향한 대시는 국내외를 막론한다. 해외 스타들 또한 한국의 리포터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일이 잦은 것. 대표적인 경우는 손호영의 누나로 잘 알려진 글래머 방송인 손정민을 향한 브루스 윌리스의 대시다. 지난 2004년 <한밤의 TV연예> 리포터로 활동하던 손정민은 할리우드로 직접 날아가 영화배우 브루스 윌리스를 인터뷰했다. 유창한 영어로 인터뷰를 성공리에 끝낸 손정민. 마침 그날 밤 브루스 윌리스의 신작 영화 시사회가 예정되어있었고 브루스 윌리스는 손정민에게 시사회에 함께 갈 것을 제안했다. 시사회가 끝난 뒤에는 비공개로 벌어지는 애프터 파티까지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이는 일종의 데이트 제안이기도 했다. 그러나 손정민은 귀국 일정 때문에 정중히 제안을 거절했다. 그럼에도 브루스 윌리스의 매니저가 손정민에게 명함까지 건네며 올 수 있으면 반드시 연락을 달라고 부탁했다는 후문이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