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의 사랑> |
톱스타일수록, 또 여자 연예인일수록 가족이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빈도가 높아진다. 우선 톱스타의 경우 스케줄 관리 외에는 별다른 매니지먼트가 필요치 않다. 굳이 매니저가 연예계를 돌아다니며 새 작품을 섭외하지 않아도 출연 요청이 쇄도하기 때문, 다시 말해 톱스타가 되면 딱히 매니저가 없어도 찾는 이가 많다. 게다가 개런티가 높기 때문에 소속사와 수익을 나누기보다는 가족의 손을 빌리는 게 낫다는 계산이 깔렸다고 볼 수 있다.
여자 연예인의 경우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해 남자 연예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족의 품으로 들어가려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최근 1인 기획사를 설립한 한 여배우는 “돈과 명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험한 연예계에서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이들을 선호하는 것이다. 가족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고현정 김태희 최지우 등은 모두 최근 대형 매니지먼트와의 계약을 마친 후 홀로서기에 나섰다. ‘FA 대어’로 꼽히던 고현정은 지난해 9월 아이오케이컴퍼니를 설립하며 동생인 고병철 씨를 대표로 앉혔다. 김종학프로덕션 PD 출신인 고병철 대표는 업계에 대한 식견과 인맥이 넓기 때문에 누나인 고현정과 성공적인 가족 매니지먼트의 선례를 남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배우 중 가장 각광받는 한류스타인 최지우는 전 소속사와 결별 후 새로운 소속사 씨콤마제이더블유 컴퍼니에 둥지를 틀었다. 이 회사의 대표는 최지우의 친오빠다. 이외에도 김태희는 형부를 자신의 소속사인 루아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 세웠다.
윤은혜는 좀 더 일찍 움직였다. 지난 2009년 초 오랫동안 함께 일한 매니저와 더하우스컴퍼니를 설립했다. 이곳의 법인 대표가 윤은혜의 아버지인 데다 지난해 9월엔 자신의 동생인 윤반석까지 전속계약을 맺으며 가족 매니지먼트 체제를 공고히 했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윤은혜는 “다른 소속사에 있을 때는 원치 않는 역할이나 작품을 해야 할 때도 있다. 한번은 소주 CF를 거부해 소속사가 곤란해 한 적도 있다. 1인 기획사를 차린 후에는 이런 고충 없이 원하는 작품을 고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신은경 역시 쌍둥이 남동생의 관리를 받으며 MBC 드라마 <하얀 거짓말> <욕망의 불꽃> 등에 출연했다. 신은경은 매니지먼트 업체를 운영하는 전 남편과 이혼 후 각종 송사에 휘말리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심신이 지친 신은경이 주연 배우로서 제 몫을 다 할 수 있었던 것은 동생들의 보살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족들의 힘이 한류스타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배우 류시원과 장나라가 대표적이다. 류시원을 대표적 한류스타로 발돋움시킨 일등공신은 그의 형이자 소속사 알스컴퍼니의 대표인 류시관 씨다. 서울대학교 법대 출신인 류시관 대표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회사 운영으로 성공한 가족 매니지먼트의 성공시대를 열었다.
장나라는 중국에서 탄탄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 근간에는 연극배우 출신인 아버지 주호성이 있다. 주호성은 장나라가 국내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중국을 오가며 장나라의 차후 스케줄을 관리한다. 장나라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그의 해외 활동을 알리는 것도 주호성의 몫이다.
가족 매니지먼트는 연예계 초창기에 많이 이뤄졌다. 이후 업계 환경이 산업화, 거대화되면서 전문 매니지먼트 업체가 등장했다. 하지만 불과 10년 만에 또 다시 가족 매니지먼트가 활성화되면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에이전트 시스템이 강화되면서 등장한, 더욱 진화된 모양새라 할 수 있다. 소속 연예인의 공과 사를 모두 관리하던 시스템에서 벗어나 작품 섭외 및 계약은 전문 에이전트에 위탁하고 사생활 및 스케줄 관리는 가족에게 맡기는 분리 시스템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에이전트를 통하면 매니지먼트 업체에 맡기는 것보다 연예인이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반면 전문 매니지먼트 역시 차량, 식사, 매니저 비용까지 부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점점 에이전트 계약을 선호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 매니지먼트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얼마 전 가수 김완선은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서 그의 매니저이자 이모였던 고 한백희 씨에 대해 이야기해 화제를 모았다. 김완선은 “이모의 집에 감금당한 채 연습했다. 13년 동안 활동하며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모에 대한 원망이 커 지난 2006년 돌아가실 때도 화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를 풍미한 한 여가수는 친언니가 매니지먼트를 맡은 후부터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연예계를 전혀 모르고 매니저가 된 친언니의 안하무인격 매니지먼트가 몇 달 사이에 인기 여가수를 가요계 왕따로 만들어 버린 게 문제였다.
맡은 작품마다 ‘대박’을 내던 한 배우 역시 가족에게 매니지먼트 업무를 일임한 후부터 인기가 급락했다. 이 배우는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의 홍보 활동에도 무심해 제작사의 불만을 사기 일쑤였다. 한 영화 관계자는 “다른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무리한 고집을 부리면서 화를 자초했다. 가족이 매니저 일을 하다보면 무조건 감싸주기 바빠서 해야 할 이야기를 못 할 때가 많다. 제때 쓴소리를 해 바로잡지 못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