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채빚에 시달리는 유흥업소 여성을 대상으로 캐나다 원정 성매매를 해온 업주가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일부 성매매 여성들은 한국으로 추방됐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
3~4년 전 캐나다로 원정 성매매를 떠났던 홍 씨는 국내 유흥업계 여성들 사이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해외 성매매 나갔던 ‘아가씨’가 현지에서 성매매업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홍 씨는 캐나다에서 성매매를 하는 동안 단골 고객을 많이 만들었다.
경찰조사 결과 홍 씨는 이 단골들을 기반으로 성매매 업소를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홍 씨는 현지인 애인 C 씨와 동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 씨와 C 씨는 각자의 역할을 나눠 활동했다. 홍 씨는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불법 사채업자 양 씨로부터 성매매 여성들을 소개받는 일을 맡았다. C 씨는 캐나다에서 아파트를 임대하고 인터넷 광고를 통해 성매수 남성들을 모집하는 등 현지 일을 도맡아 처리했다.
업소를 하기 위해 성매매 여성들이 필요했던 홍 씨는 국내에 있을 때 알고 지내던 양 씨를 만났다. 양 씨는 유흥업소 여성들을 상대로 연 이율 120%의 불법 사채업을 해 왔다.
사채업자와 유흥업소 여성들 간의 이런 채무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홍 씨는 양 씨에게 달콤한 제안을 했다. 경찰조사 결과 홍 씨는 양 씨에게 “사채를 갚지 못하고 있는 여성들을 나에게 소개시켜주면 해외 성매매를 통해 여성들로부터 돈을 받아 송금해주겠다. 또 환치기 은행계좌를 통해 추가적인 이익도 얻을 수 있다”며 범행을 모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흥업소 여성들로부터 사채를 딱히 받아낼 방법이 없던 양 씨는 홍 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양 씨는 1000만 원대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을 홍 씨에게 소개시켜 줬다. 주로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유흥업소에서 일을 할 수 없거나 집창촌 등으로 빠져나갈 여성들이 알선 대상이 됐다. 이렇게 양 씨가 홍 씨에게 소개시켜준 성매매 여성은 총 21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에 공급책을 마련한 홍 씨는 2010년 4월초 캐나다 밴쿠버의 ‘버나비’와 ‘리치몬드’ 지역에 월세 500만 원짜리 아파트 2채를 임대했다. 처음에 홍 씨는 양 씨로부터 6명의 성매매 여성을 소개받았다. 아파트 2채에 마련된 총 6개 방에 각각 여성 한 명씩 상주하며 하루에 20~40명의 현지 남성들을 받아 성매매를 했다. 성매수 남성들은 홍 씨가 알고 있던 단골들과 C 씨가 인터넷 광고를 통해 모집했다.
홍 씨는 단골 고객을 위해 로테이션 시스템을 운영했다. 업소에 매일 같은 여성만 있을 경우 성매수 남성들이 찾아오지 않을 것을 예상해 같은 아파트 내의 다른 업소들과 협의해 일정기간이 지나면 성매매 여성들을 ‘순환근무’시켰다. 성매매 화대는 1인당 160달러(한화 약 17만 원)를 받았다.
성매매 수입은 모두 홍 씨가 관리했다. 홍 씨는 관리비·운영비·알선비 등의 명목으로 화대의 40%를 받아 챙겼다. 경찰이 성매매 대금 송금내역을 추적한 결과, 여성들의 몫 중 일부는 빚을 갚기 위해 국내의 양 씨 계좌로 송금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홍 씨는 작년 8월 말 캐나다 현지 경찰에 업소가 적발될 때까지 약 5개월간 성매매업을 통해 약 56만 5000달러(한화 6억 2500만 원)를 벌어들였고, 이 가운데 22만 5000달러(한화 2억 5000만 원)를 챙겼다.
경찰조사 결과 홍 씨는 업소 영업시간에는 위치 노출을 우려해 성매매 여성들의 외출을 통제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분실 우려를 빙자해 성매매 여성들의 여권을 일괄적으로 보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조사 결과 성매매 여성들은 단시일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거나 또는 사채를 갚기 위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홍 씨의 범행은 작년 8월 홍 씨의 업소가 캐나다 경찰에 단속되면서 발각됐다. 캐나다 경찰은 홍 씨 업소를 적발해 일부 성매매 여성들을 한국으로 추방했다. 이후 한국 경찰은 법무부에 홍 씨의 입국을 요청했고, 지난 5월 20일 귀국한 홍 씨를 검거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원찬희 팀장은 “현재 캐나다에 체류 중인 성매매 여성 4명을 지명수배하고 현지 경찰 및 주재관과 공조해 소재를 파악 중이다. 앞으로도 수 사를 이어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