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가득 ‘갯마을 차차차’ 등 시청자 호감…코로나 시국 속 도시 벗어난 전원 풍경도 인기 요인
최근 방송을 시작한 신민아‧김선호 주연의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는 힐링 드라마를 표방한다. 한적한 시골 바닷가 공진마을에서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겹게 그리고 있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2’ 역시 지난해 방송한 시즌1의 인기를 뛰어넘어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환자에게 누구보다 진심인 대학병원 의사들의 이야기가 위로와 공감을 얻기 때문이다.
최근 막을 내린 SBS ‘라켓소년단’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에서 배드민턴 국가대표를 꿈꾸는 10대 소년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 호평 받았다. 특별한 사건도 없고,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시골 소년들의 순박한 이야기만으로도 반향을 일으켰다. 착한 드라마를 넘어 ‘무공해 드라마’라는 평가도 받았다.
#선한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착한 드라마의 인기 상승은 얼마 전까지 안방극장을 장악한 잔혹한 작품들의 득세를 떠올릴 때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상류층 부모들이 욕망을 실현하려고 벌이는 잔혹한 범죄극(SBS ‘펜트하우스’), 남편의 외도로 파국을 맞는 가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불륜극(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20년간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잔인한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극(JTBC ‘괴물’)까지 자극적인 소재의 드라마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색깔이 확실한 장르물이 잦아들고 선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이야기가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2년 전 공효진과 강하늘이 주연한 KBS 2TV ‘동백꽃 필 무렵’의 성공이 증명한 착한 드라마의 경쟁력이 다시 한 번 드러나고 있다.
현재 착한 드라마의 계보를 가장 확실하게 잇는 드라마는 ‘갯마을 차차차’다. 청정한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서울에서 내려온 현실주의자 치과의사(신민아 분)와 동네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참견하는 홍반장(김선호 분)이 주인공이다. 2004년 엄정화‧김주혁 주연의 영화 ‘홍반장’이 원작이다.
‘갯마을 차차차’는 두 주인공의 티격태격 로맨스를 뼈대로 삼는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바닷가 마을을 일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베테랑 연기자인 김영옥, 조한철, 이봉련, 신신애까지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사람 냄새 가득한 캐릭터를 그리고 있다. 시청자의 호감은 초반 시청률로도 나타난다. 8월 28일 첫 방송에서 6.8%(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데 이어 2회인 8월 29일 방송에서도 6.7%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대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주연 배우들도 “착하고 따뜻한 작품”에 동참하는 기대와 각오가 남다르다. 신민아는 “사람 사는 이야기라 좋았다”고 했고, 김선호는 “굉장히 따뜻하고 사람 냄새 가득한 작품이라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출연자인 배우 이상이는 “대본을 보고 마치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도 말했다.
조정석을 중심으로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가 뭉친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착한 드라마 열풍에 다시 불을 지핀 드라마로 꼽힌다. 의학 드라마 본연의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20년지기 친구이자 실력 있는 의사 5인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환자를 살리는 이야기가 공감을 얻고 있다. 어떻게든 아픈 이들을 치료하고, 환자는 물론 그 가족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의사들의 모습에 시청자는 특히 몰입한다. 악당이 등장하지 않고, 보이지 않게 남을 돕는 희생정신 강한 캐릭터 설정으로 착한 드라마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드라마의 인기는 시청률이 증명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매회 12~13%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목요일 밤 9시대 방송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인 데다, 동시에 공개되는 넷플릭스 순위에서도 매주 ‘가장 많이 본 한국 콘텐츠’ 1, 2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희망과 위로가 공존하는 세계
8월 초 막을 내린 ‘라켓소년단’은 탕준상, 이재인, 김강훈 등 실제 10대 연기자들이 그리는 10대의 꿈과 도전의 이야기로 주목받았다. 물론 여기서 그쳤다면 드라마의 인기는 저조했을지 모른다. ‘라켓소년단’ 인기의 또 다른 축은 정겨운 시골 마을에서 정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어우러져 겪는 크고 작은 사건이 잔잔한 재미를 안겼다. 장르물이 아닌데도 종영과 동시에 시즌2 제작에 대한 시청자의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착한 드라마의 배경이 도시에서 벗어나 전원의 풍경을 담고 있다는 사실도 공통점이다. ‘갯마을 차차차’의 무대는 동해의 한 바닷가 마을이다. 푸르른 바다가 주는 청량함, 그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안정감을 준다.
한편에선 코로나19 장기화로 마음껏 여행을 다니지 못하는 답답한 현실에서 착한 드라마가 담아내는 자연 풍광이 시청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자연 풍광이 착한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는 핵심 요소가 된 셈이다.
때문에 드라마 제작진은 작품의 분위기를 살려줄 최적의 장소를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면서 촬영지를 찾는다. ‘갯마을 차차차’도 마찬가지다. 제작진은 전국을 수차례 사전 답사한 끝에 포항으로 촬영지를 정했다. 유독 푸른 포항의 바다가 드라마의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우러진다는 판단에서다. 포항은 앞서 ‘동백꽃 필 무렵’의 배경지이기도 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도 비슷한 방식을 택했다. 자연 풍광을 담지는 않지만 저마다 사연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공간인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고집한다. 외부와 단절돼 있고,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공간이지만 희망과 따뜻한 위로가 공존하는 세계로 그려내 시청자가 마치 판타지의 세상처럼 느끼도록 유도한다.
이해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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