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플랫폼’ 공모가 낮췄지만 기업가치 되레 올라…PBR 12배 시 시총 18조 원 전망
카카오페이 공모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성장률 조정 평가방법으로 산정됐다. 비교기업 3곳 가운데 브라질 파세구로를 제외한 2곳을 바꿨지만 3사 평균 성장률 조정계수는 44.7배에서 45배로 오히려 더 높아졌다. 계수가 높아질수록 기업가치도 높아진다. 기준이 되는 매출액은 4286억 원에서 3870억 원으로 낮췄다. 올해 1분기 수치의 단순 연환산에서 최근 12개월치(LTM)로 바꾸면서다.
하지만 LTM 방식을 도입하면서 성장률 산식을 변경해 매출액 성장률 수치가 83.4%에서 98.7%로 올라갔다. 결국 1주당 기업가치는 12만 2307원에서 13만 976원으로 불어났다. 공모가가 높다는 논란으로 정정신고서를 내는 마당에 공모가를 더 높일 수는 없다. 국내 비교기업이 없고, 성장률 조정 평가방법을 활용한 사례도 삼성바이오로직스뿐이라는 점을 고려해 할인율 중간값을 35%에서 42.7%로 높였다. 기업가치 조정이 아니라 할인율로 공모가를 낮추는 조정이었던 셈이다.
#카카오뱅크 넘어 카카오까지?
자기자본 5조 원인 카카오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7~8배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평가된 7.3배와 비슷하다. 상장 후 카카오페이의 자기자본은 약 1조 5000억 원이다. PBR 8배를 적용하면 시가총액은 12조 원이다. 은행은 자본을 기반으로 돈을 빌려 이를 대출해주고 수익을 낸다. 비은행도 자본을 기반으로 돈을 빌리지만 대출 외에도 서비스를 기반으로 수수료를 받는 비중이 크다. 이 때문에 이론적으로 은행보다 비은행 자본효율이 더 높아 PBR 값이 더 커질 여지가 있다.
카카오페이가 비은행 금융플랫폼으로서 카카오뱅크보다 높은 미래가치를 인정받는다면 더 큰 PBR 배수를 인정받을 수도 있는 셈이다. 비금융주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플랫폼은 카카오다. 6월 말 자기자본은 개별기준 5조 7000억 원, 연결기준 9조 4000억 원이다. 69조 원의 시총에 대입하면 개별기준 12배, 연결기준 7.3배다. 카카오페이가 PBR 12배를 인정받으면 시총 18조 원이다.
#수요예측에 쏠리는 눈
공모가는 9월 말 수요예측에서 확정된다. 이론적으로 공모가가 합리적이라면 상장 후 주가는 할인율을 회복해야 한다. 9만 원으로 공모가가 확정된다면 주가는 13만 원을 넘어야 한다. 시초가부터 13만 원을 넘지 못한다면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뜻이다. 주가 13만 원이면 시총 18조 원인데, 이후 주가 흐름은 수급이 관건이다.
카카오페이도 상장 직후 빠른 시일 내에 코스피200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의무적으로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카카오뱅크도 연기금 등의 포트폴리오 편입이 이뤄지며 주가가 급등했다. 상장 초 단기 차익 물량을 포트폴리오 자금이 얼마나 받아주느냐가 중요하다.
카카오뱅크와 달리 카카오페이는 증권과 보험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상장을 통한 자력 자본 확대가 불가피하다. 자회사 상장은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재료다. 최근 금융상품 중개와 광고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카카오페이에 불리하게 중심이 잡힌다면 가치 하향 요인이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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