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유치 위해 보험사들 잇따라 제휴…채널 확대 효과 속 플랫폼 종속화 지적도
#저마다 카카오 품으로
DB손해보험이 지난 8월 19일 카카오페이 전용 암보험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암 진단비와 수술비, 입원 일당 등 필수적인 항목을 보장하고 암 환자를 돌봐주는 가사 도우미 지원 서비스도 제공하는 상품이다. 카카오페이로만 가입 가능하며, 카카오페이 회원은 별도 가입이나 연결 단계 없이 빠르게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도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에서 지인에게 보험을 선물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손보사들이 카카오와 손잡는 이유는 비대면 흐름에 대응하고 MZ세대 등을 중심으로 한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서는 판매 채널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한 MZ세대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서비스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플랫폼 경쟁력이 강한 빅테크 업체와 손잡고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려는 것.
비용 절감 효과도 이 같은 추세의 또 다른 배경이다. 보험 판매라고 하면 보통 설계사를 떠올리는데,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설계사를 거치지 않는 판매 채널을 늘리며 비용 효율화를 해왔다. 설계사, 대리점 등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고 온라인상에서 고객이 직접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다이렉트와 보험 슈퍼마켓 등이 그 예다. 다만 이마저도 직접 고객이 검색해서 접속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 고객 유치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전 국민 플랫폼’으로 평가 받는 카카오 안에서 보험을 판매하면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객들이 협회 경영 공시를 보고 보험사들의 사업비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업체마다 비교해 사업비가 작은 회사의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보험사마다 비용 절감에 대한 니즈가 강한 이유”라면서 “고객 데이터가 카카오에 넘어갈 수 있지만 단기상품 판매를 늘려 채널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비는 설계사에게 주는 수당과 마케팅 등 모집비용 등을 말한다. 사업비가 커지면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도 올라가는 구조다.
#부담은 결국 소비자?
다만 보험사들의 카카오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종속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감지된다. 카카오 내 판매 상품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카카오의 입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중개수수료 및 광고비 등을 요구해도 보험사들은 수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보험료 인상 등으로 이어져 고객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자동차보험료 비교서비스를 추진하기 위해 손해보험사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11%가량의 수수료를 광고비 명목으로 요구하다가, 보험업계 불만과 여론 악화로 제휴가 무산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손해보험사(카카오손보)의 출범이 임박했다.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해보험사 카카오손보는 지난 6월 금융위원회 예비허가를 받아, 내년 초 본격 영업에 나설 예정이다. 여행자보험, 펫보험 등 생활밀착형 미니보험(소액단기보험)을 시작으로 점차 자동차·장기보험 등으로 영역을 넓힐 전망이다. 현재는 보험업 경험이 없기 때문에 보험업계 고객 데이터 확보 및 보험시장 이해를 목적으로 보험사들과 제휴하고 있지만, 점차 파이를 키우면 보험사들과 겹치는 상품을 내놓으면서 기존 보험사들과 본격적인 경쟁이 예상된다.
물론 상품구조가 복잡한 보험업 특성상 빅테크가 쉽게 침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카드사와 은행 같은 경우 금리 확인과 계좌 등록 등 단순 설명과 절차로 상품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빅테크들이 어렵지 않게 진입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 상품은 특성상 복잡, 다양하기 때문에 빅테크 업계가 보험업계를 대체하긴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카카오를 통해 판매하는 상품은 소액 단기 상품 위주로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어 보험사들이 크게 타격을 입진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카카오와의 제휴로 판매하는 보험상품은 소액 단기 중심이고 아직은 시장 자체가 성장 단계인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현재의 이러한 판매방식 자체가 보험회사의 빅테크 업계 종속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국내 보험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장기보험 등 복잡한 상품은 컨설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소액 단기보험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하는 빅테크 업계가 급속히 영역을 확대하거나 보험시장 자체를 흔들기는 다소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빅테크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카카오 등의 진출이 보험업계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보험업에서 사업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부분은 고객 모집과 심사다. 현재 언더라이팅 프로세스(보험 가입 여부에 대한 심사 과정)가 대체로 자동화돼 있지 않아 언더라이터들의 인건비가 많이 든다. 과거 일본의 후코쿠생명이 인공지능 기술로 언더라이팅 절차를 자동화해 비용 부담을 던 것처럼 IT 기술을 접목해 사업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것. 디지털 전환 역시 생존이 걸린 필수 과제다.
정부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지용 교수는 “빅테크 업체들이 금융업종으로 문어발식 확장 중이기 때문에 추후 독과점을 이용해 소비자 권익을 훼손하거나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시장 질서를 저해한다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며 “시장점유율이 어느 정도여야 독점이고, 어떻게 규제할지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의 올해 사업 계획 중 하나로 빅테크와 보험업계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얘기는 없다”라며 “과도한 수수료 인상을 막기 위해서는 다른 판매 채널들과 동일선상에서 수수료를 맞춰 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상생 가능한 기준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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