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공군 군악대 병장으로 만기 전역한 배우 조인성. 공군 참모총장이 직접 그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
‘<시크릿 가든>+해병대’는 최고의 조합이었다. 현빈은 한순간 스타를 넘어 영웅이 됐다. 그가 입대하는 순간까지 엄청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현빈 취재 경쟁에 지친 언론사들도 입대와 동시에 한숨 돌리려 했다. 하지만 열흘 만에 현빈은 다시 인터넷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해병대의 공식 블로그 ‘날아라 마린보이’를 통해 현빈의 입소 사진이 공개됐기 때문. 이후 해병대 측은 현빈의 훈련 모습을 시시각각 업데이트했다. 당시 해병대 측은 “해병대를 알리는 일상적인 업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 사진의 중앙은 현빈이 장식했다. 현빈을 앞세운 마케팅이라는 것은 명약관화였다.
급기야 다큐멘터리가 제작됐다. 국방홍보원 국군방송(KFN) 한국정책방송(KTV) KBS 등 3개 방송사만 참여해 현빈이 속한 기수의 훈련 모습을 담은 <다큐 3일>을 만들었다. 곧바로 ‘현빈 다큐’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당시 KBS 관계자는 “현빈 다큐가 아니라 해병대 지원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라고 해명했지만 “현빈이 없었어도 이 다큐가 제작돼 방송됐을까”라는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현빈 입대 당시 해병대는 “특혜는 없다”고 천명했다. 공정한 절차를 걸쳐 보직을 부여하고 군 복무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읽혔다. 하지만 해병대는 지난달 8일 현빈을 모병홍보병으로 분류했다. 해병대를 알리는 첨병으로 쓰겠다는 의도.
여기서 그쳤다면 별다른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대부분 부대에서 연예인을 연예병사로 분류하거나 홍보병으로 투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병대는 열흘 후 현빈을 백령도 6여단 일반 보병전투병으로 보직 변경했다. 당시 해병대 관계자는 “인터넷과 언론 보도를 통해 수렴된 여론을 반영한 결과다”고 설명했다.
결국 해병대가 여론의 눈치를 봤다는 의미. 현빈을 통해 해병대를 널리 알리고 싶었지만 주위 반응이 여의치 않자 포기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군 관계자는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현빈이 특등사수가 됐다고 말하는 상황 속에서 해병대도 속앓이가 심했을 것이다. 일반전투병으로 분류된 현빈이 향후 해병대 행사에 오거나 언론에 노출되면 또 다시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자충수를 둔 셈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대변인은 “현빈은 일반병으로 근무하다가 필요시에만 모병 등 홍보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고 현빈의 활용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조인성 역시 25개월 복무 기간 내내 ‘공군의 얼굴’로 활동했다. 분명 군복무 중이었지만 각종 행사를 통해 그의 얼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지난 2009년 4월 입대 이후 조인성과 관련해 쏟아진 기사의 수는 약 2200개(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준). 복무 기간이 25개월임을 감안하면 매달 90여개, 매일 3개가량의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는 단순 계산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공군의 홍보와 이미지 상승효과는 대단했다.
군복무 기간 동안 조인성의 모습은 공군 공식 블로그인 ‘공감’을 통해 수시로 공개됐다. 조인성이 복무하는 동안 공감의 방문자수는 급증했다. 담당 기자들도 수시로 드나들며 기사를 양산했다. 조인성은 25개월 동안 아주 싼 개런티를 받으며 공군의 모델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최근에는 가수 겸 배우 비가 공군에 입대한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현재 비는 전투기 조종사를 소재로 다룬 영화 <레드 머플러>를 촬영 중이다. 이 영화는 공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입대 연령이 꽉 찬 비가 <레드 머플러> 촬영을 마친 후 공군에 입대한다는 소문이 신빙성 있게 돌았다. 한 연예 관계자는 “조인성 효과를 본 공군이 비를 차기 ‘공군의 얼굴’로 점찍었다는 이야기가 적잖이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졌다. 물론 공식 확인된 바는 없다.
군대의 지나친 홍보 마케팅이 뭇매를 맞은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지난 1월 해군은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인 일명 ‘아덴만의 여명’과 관련해 ‘구출작전 스토리’라는 보도 자료와 함께 작전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해군의 전술과 전략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를 두고 많은 언론사들은 “향후 유사한 작전을 전개할 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성과를 알리기 위한 무리한 홍보”라고 성토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이런 위험성을 줄이는 동시에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스타 마케팅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에 대해 스타들의 소속사들은 대부분 긍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군복무 자체가 남자 연예인들에게는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선 전투부대에서 훈련을 받는 것보다는 연예 병사나 홍보병 등으로 분류돼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전역 후 활동에도 용이하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일각에서는 지나친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스타들을 홍보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스타와 소속 부대 입장에서는 윈윈(win-win)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