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하루 종일 비바람이 몰아친 4월 30일, 잠시 잠잠하던 연예계에도 폭풍우가 몰아쳤다. 그동안 침묵으로만 일관해오던 서태지 측이 공식 입장을 발표했고, 곧이어 이지아 측에선 소송을 취하했다. 그러나 이미 증폭돼 있던 다양한 의혹과 루머를 애써 외면하며 사태를 종결지으려 한 양측의 행태는 오히려 더 많은 미스터리만 양산하고 말았다. 이지아 측이 20여억 원의 합의금을 받고 소송을 취하했다는 ‘20억 원 합의설’까지 나돌아 눈길을 끌고 있다.
소강상태에 접어 든 것으로 보였던 ‘태지아 파문’은 4월 30일 오후 숨 가쁘게 돌아갔다. 그날 소속사 서태지컴퍼니가 언론사에 서태지의 공식입장을 담은 보도 자료를 발송했고 곧이어 서태지는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 서태지닷컴을 통해 직접 팬들에게 결혼과 이혼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오후 2시를 전후해 서태지 측이 공식입장을 발표하자, 오후 3시경 이지아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은 서태지를 상대로 한 위자료 및 재산분할 소송 취하서를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지아에 이어 서태지 역시 입장 표명을 했고 관련 소송까지 마무리되면서 태지아 파문은 급격히 정리가 돼 버린 것.
연예계에선 한 시간가량의 시간차를 두고 벌어진 양측의 깜짝 발표를 두고 사전 교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의 상황을 마무리 국면으로 급진전시킬 양측의 중대 발표가 평일도 아닌 토요일 오후 한 시간 가격을 두고 연이어 이뤄진 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보긴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서태지컴퍼니 측은 언론 보도를 통해 소송 취하 사실을 접했다며 사전교감설을 부인했다. 실제 서태지 측의 공식입장 내용 역시 소송 취하를 전제로 하고 있지는 않다. 만남과 결혼에 대한 부분은 이지아 측의 공식입장과 큰 차이점이 없지만 별거부터 이혼에 이른 과정, 이혼 사유, 이혼 효력 시점 등에서는 이지아 측과의 입장 차이를 분명히 했다. 소송에 대해서도 ‘원만한 정리를 원했으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재산분할청구소송 소멸시효기간이 임박해서’ 밝힌 이지아 측과는 달리 ‘미국 법정의 이혼판결이 순조롭게 마무리됐지만 2011년 상대방으로부터 뜻밖의 소송이 제기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게다가 서태지컴퍼니의 보도 자료에는 ‘재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시길 바라며 깊은 양해의 말씀을 전한다’는 입장까지 담겨 있다. 그렇지만 서태지 측이 입장발표를 한 뒤 한 시간여 만에 이지아 측은 전격적으로 소송을 취하했다. 법무법인 바른이 밝힌 소송 취하 이유는 ‘지나친 사생활 침해 등으로 본인과 가족, 주변 사람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되자 긴 시간이 예상되는 소송을 끌고 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언급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비밀 결혼과 이혼 등 내밀한 사생활이 공개될 위험을 감수하며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는 이유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것도 침묵하던 서태지가 공식입장을 발표한 직후라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명분 없는 취하, 서태지 완승(?)
드러난 상황 전개만 놓고 보면 서태지의 공식 입장 표명이 이지아의 소송 취하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양측이 수면 아래에서 계속 접촉을 가져 합의에 다다랐고 이에 따라 서태지가 공식 입장을 표명하면 이지아가 소송을 취하하기로 사전에 약속이 돼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러한 가정이 사실이라면 서태지의 공식 입장을 통해 이지아가 얻을 수 있는 플러스가 확실해야 한다. 다시 말해 소송을 취하해도 될 만큼 이지아 측에서 강력하게 원하는 무언가를 서태지 측에서 공식입장을 통해 건네줬어야 한다는 것. 아니 최소한 서태지가 공식입장을 밝히면서 이지아에게 소송 취하의 명분은 줬어야 한다.
그렇지만 서태지의 공식 입장 보도 자료와 팬들에게 건넨 메시지에선 전혀 그런 대목이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서태지는 조목조목 이지아의 주장을 반박하는 입장이었다. 어조는 날카롭지 않았지만 서태지는 이지아 측의 주장에 대해 분명한 자신의 주장을 밝히며 어느 정도는 법정 소송에 대한 자신감까지 드러냈다.
서태지컴퍼니 측의 설명처럼 이지아 측과 사전교감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지아 측의 소송 취하는 스스로 완패를 인정한 것이 된다. 이미 매스컴을 통해 밝혀진 미국에서의 이혼 소송 관련 자료는 일방적으로 이지아 측에 불리하다. 2009년에서야 비로소 이혼이 성립됐다는 이지아 측의 주장보다는 2006년에 이혼이 성립됐다는 서태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만 거듭 공개된 것. 객관적인 증거에서 불리한 처지에 몰려 있던 이지아 측이 서태지까지 공식 입장에서 강력한 입장을 표명하자 결국 소송을 취하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이런 해석 역시 다시 뻔히 불리한 상황에서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될 위험성이 큰 소송을 애초에 왜 제기했느냐는 질문을 설명하기엔 모자람이 크다.
#감춰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
두 번째로 제기되는 미스터리는 양측이 모두 공판을 이어가지 못할 만큼 ‘숨겨야만 하는 무언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소송을 취하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알려지지 않은 본명으로 소송이 진행돼 비밀리에 공판이 이어졌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매번 공판 때마다 취재진이 몰려들어 재판장을 가득 메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판 과정에서 불거지는 양측의 사생활은 그대로 매스컴을 통해 현장 중계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두 사람의 결혼과 이혼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매스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지아가 전격적으로 소송을 취하하면서 잠시 주춤했던 출산설 역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두 사람의 결혼과 이혼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기됐던 출산설은 이지아 측이 보도 자료를 통해 강하게 부인하면서 주춤해진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소송 취하를 통해 이지아가 자녀에 대한 부분을 감추기 위해 하는 수 없이 소송을 취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또 다시 출산설이 탄력을 얻고 있다.
# ‘돈 오갔다?’ 이면 합의 가능성
마지막 미스터리는 이미 양측 사이에 돈이 오갔다는 이면 합의설이다. 이지아 측은 보도 자료를 통해 소송을 제기한 사유를 ‘원만한 정리를 원했으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재산분할청구소송 소멸시효기간이 임박해서’라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의견 차이는 결국 위자료와 재산분할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볼 때 이처럼 금전을 두고 벌어지는 소송이 중도에 취하되는 가장 흔한 경우는 양측이 금전적으로 합의를 보는 것이다. 따라서 서태지 측이 이지아 측에 일정 금액을 건네고 합의를 도출해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태지컴퍼니 측은 서태지가 사건이 불거진 뒤 열흘 가까이 침묵으로 일관한 까닭에 대해 ‘지난 수 일간 어떤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서태지 씨의 입장이 정리되질 않아 입장 발표가 늦어졌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서태지의 공식 입장 발표는 지금껏 알려진 내용에서 별반 새로운 것이 추가되진 않았다. 그러다 보니 거듭된 물밑 접촉을 통해 금액 조정을 거친 뒤 서태지 측에서 합의금으로 20여억 원을 이지아 측에 건네 소송이 취하됐다는 ‘20억 원 합의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서태지의 공식입장 발표와 이지아의 소송 취하로 ‘태지아 파문’은 마무리 국면의 형식을 띠기 시작했지만 관련 루머와 의혹까지 모두 해소하기엔 부족함이 많아 보인다. 오히려 갑작스런 소송 취하가 더 많은 미스터리만 양산하고 말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