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철 교수 | ||
부자학 개론이라는 이색 강의로 화제를 모았던 서울여대 경영학과 한동철 교수가 책 <부자도 모르는 부자학 개론>(씨앗을 뿌리는 사람)을 펴냈다. 과연 부자가 되는 비법은 존재할까. 수많은 부자들과 만나며 그가 관찰하고 느낀 ‘부자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한 교수는 먼저 부자의 개념에 대한 이해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가 쉽게 ‘돈이 많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떠올릴 수 있는 인물에는 누가 있을까. 한 가지 예를 들자.
노무현 대통령과 이건희 회장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1백조원이 넘는 정부예산을 관리하고 있고, 수십만 명의 정부 산하 공무원을 지휘한다. 이 회장은 1백조원이 넘는 삼성그룹의 매출을 관리하며, 수십만 명의 임직원을 이끌고 있다. 노 대통령은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천하의 이건희 회장도 노무현 대통령만은 두려워한다.
그러나 부자를 정확히 ‘장기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이건희 회장은 부자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일시적으로 부유한 사람에 불과하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현재 할 수 있는 사람’, 이것이 한 교수가 내리는 부자의 정의다. 부자의 반대말은? 바로 일반인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미래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일반인이다.
부자는 ‘자립적인 돌파력’과 ‘현실 적응력’을 통해서 가능해지는 법이다. 고학력자일수록 시스템에 대한 적응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질지 몰라도, 그만큼 현실적인 자립력은 떨어진다. 우리나라 부자들의 60% 이상은 ‘자수성가형’인 자영업자들. 이들은 스스로의 자립력과 상황 돌파력에 의해 적응력을 높인 사람들이다. 부자들은 자신들의 이 힘을 최대한 활용해서 자신만의 독특한 습관들을 가지고 돈을 벌었다. 지식이 부자를 만든 것이 아니라 습관이 부자를 만든 셈이다.
부자가 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은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가 아닌가, 성취욕구가 얼마나 강한가에 있다. 모든 사람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아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에 매진해 부자가 된 것이다.
한국의 빌 게이츠라 불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대연 교수. 열세 살 때 소년가장이 되어 야간상고를 나온 그가 13년간 은행원 생활을 하다가 미국 유학을 결행해 교수가 된 것만으로도 박 교수의 삶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조수 2명과 함께 모험을 감행했다. 일본과 독일 및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수천억원을 쏟아붓고도 실패한 ‘미들웨어(컴퓨터 환경에서 서로 다른 서버와 클라이언트들을 연결해 주는 소프트 웨어) 원천기술’에 매달린 것. 시작 당시에는 곳곳에서 비아냥댔지만, 혼을 쏟아내는 도전정신으로 굴지의 벤처기업을 일궈냈다.
일반적으로 성취욕구에 근거해 자신이 정한 방침이 원칙이 되고, 이러한 원칙을 준수하다 보면 습관이 된다. 이러한 습관을 수년 넘게 수행하다 보면 자신의 일부가 되게 마련. “부자가 되는 것은 습관을 준수한 결과”라는 게 한 교수의 말이다.
그는 부자들의 습관을 관찰한 토대로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다음 세 가지를 주문한다. ▲지금 당장 인적 네트워크를 점검하라 ▲TV를 꺼라 ▲신용카드를 쓰기 전에 세 번만 참아라.
부자들은 단기적 또는 장기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주로 만난다. 성취해야 할 목표와 일에 집중하기 위해선 TV도 시간 잡아먹는 기계일 뿐. 거기다 무의식중에 소비심리를 조장하기까지 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시간은 부자에게나 거지에게나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자본’인 셈이다. 그 자본의 가공은 시간의 효용성 감각에 달려있는 것 아닐까.
다음으로 신용카드의 무서움도 빼놓을 수 없다. 부자들이 신용카드를 잘 쓰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일 큰 이유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낼 때는 돈 꺼낸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한 장 두 장 돈을 구체적으로 세는 대신 사인이라는 간편한 방식으로 소비를 대행해 주는 것.
▲ 이영철-영철버거 사장 | ||
“부자는 하루 24시간 중에서 눈 뜨고 있는 17시간 정도를 부자가 되겠다는 ‘부자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생활해요. 일반인은 하루 한두 시간 정도 돈 생각을 하면서 왜 돈이 안 모일까를 생각하지요.”
한 교수가 만나본 부자들 중엔 배금주의자도 있고 아닌 이도 있었지만, 모두 돈을 사고의 중심에 두고 생활하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부자가 되려면 생각의 중심에 늘 돈을 두어야 한다.
또 하나, 부자가 되려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한 교수의 제자 중에는, 고등학교를 시골에서 졸업하고 서울의 대학교로 입학하면서 ‘졸업할 때까지 아파트를 하나 사야겠다’는 목표를 세운 여학생이 있었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다 직접 벌었고, 3학년 2학기에는 통장 잔액이 무려 8천만원이었다는 ‘전설’은 부자학 개론 수강생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 그녀의 대담한 목표는 하나였다. 바로 ‘내’ 아파트에서 편안히 자고 싶다는 것.
한 교수는 국내외 수천 명의 부자들이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를 분석해 다음 여섯 가지 방법으로 명쾌하게 정리했다. ▲장사(자영업) ▲절약 ▲정보 ▲출생 ▲결혼 ▲행운.
이 중 부자가 되는 확률은 ‘장사’가 60% 정도로 가장 높았으며, ‘행운’은 1% 미만으로 가장 낮았다. 장사란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동기유발’이 강하다는 점이 순위 1위의 이유다. 99년 계란빵 장사에서 시작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체인업계의 1천원 신화를 만들어낸 ‘영철버거’의 이영철 사장 같은 이가 대표적인 사례.
‘절약’으로 부자가 된 이들의 정신력은 무서울 정도다. 수백억원을 가진 경상남도의 한 할아버지는 은행에서 거래를 마친 후, 은행원에게 꼭 1천원짜리 한 장이라도 받아서 버스를 타고 집에 간다. 수십억원을 맡긴 손님이 몇 천원을 받으려고 기다리니 은행원도 미칠 지경이라고 한다.
강남 대치동의 어느 알부자 부부는 독특한 ‘일심동체’를 보여준다. 같이 TV를 보다가 부인이, “여보, 화장실 갈 일 없어요?” 하고 묻는다. 그러면 남편이 화장실에 다녀오고 뒤를 이어 부인이 일을 본 뒤에야 화장실 물을 내린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 부부가 이렇게 생활한 지는 한참 되었다고 한다.
그럼 ‘정보’를 통해 부자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자신이 새로운 정보를 창조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과 서적 등 주어지는 정보보다는 만들어지는 정보에 집중하라는 말이다. 자칫하면 ‘10억 열풍’은 그냥 지나가는 사회적 꿈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한 교수는 말한다.
“남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빼앗아 내 돈 10억을 만들려고 하면 ‘제로섬(zero-sum) 사회’ 아니겠어요? 새로운 사용가치를 창출해서 돈을 모아야죠. 타인의 재산은 그대로 유지한 채, 창조적 업무들을 수행해서 10억원어치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며 돈을 모으면 사회 전체가 같이 발전하는 겁니다.”
한 교수는 ‘당당한 부자’가 많아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고 진단했다.
공격적 부자의 습관
두 배는 힘든 상황에 자신을 밀어 넣어라.
일에 미쳐라.
성공 확률이 낮은 일에 자신을 던져라.
수비적 부자의 습관
안전제일주의- 최선의 수비는 최고의 공격이다.
마르고 닳도록 돈만 세는 게 취미.
철저하게 자신을 통제하라.
권은경 대학생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