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면세 매출 기대 못미쳐, 세대교체론 속 연임 여부 관심…“더마화장품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 집중”
주가도 차석용 부회장 취임 당시 2만 원대에서 올해 한때 178만 4000원까지 상승했다.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실적이 부진했던 점을 고려하면 주목받을 만한 성과다. 하지만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16년 동안 지속되던 성장 스토리가 멈췄다. 재계와 유통업계에서는 ‘차석용 매직’이 끝난 것인지, 아니면 위기를 딛고 재개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차석용 부회장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마지막 도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핵심 채널이 흔들린다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매출 2조 103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분기 대비 0.5%, 2020년 3분기 대비로는 2.9% 감소한 수치다. 다만 LG생활건강의 3분기 영업이익은 3423억 원으로 2분기 대비 1.9% 증가했고, 2020년 3분기 대비로는 4.5% 늘었다.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이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표면적으로는 실적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익의 질이 좋았던 화장품, 면세점 매출이 감소한 것은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LG생활건강의 3분기 면세점 매출은 2020년 3분기 대비 5.2% 감소했다. 이는 지난 7~8월 국내 면세 산업 매출이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8.9% 증가한 것과 고려하면 불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면세점 실적 부진의 조짐은 올해 상반기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2분기 매출 2조 214억 원, 영업이익 3358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 2분기 대비 매출은 13.4%, 영업이익은 10.7% 늘었지만 핵심 사업인 면세점과 중국 법인의 매출은 줄었다.
당시 LG생활건강의 목표주가를 210만 원에서 195만 원으로 하향 조정한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1%와 23%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핵심 채널인 중국과 면세 매출은 당초 기대치를 하회했다”며 “중국 법인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0% 하락했고, 면세점 매출 성장률의 경우 전 분기 대비 2% 하락하면서 시장 성장률을 하회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4분기 예정된 중국 광군제가 LG생활건강에는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 ‘후’의 2020년 4분기 매출은 2019년 4분기 대비 45% 증가했다. 당시 LG생활건강은 환호했지만 올해는 역성장에 대한 두려움이 높아지고 있다. 다수의 증권사 연구원은 LG생활건강 4분기 실적의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그만큼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집행해야 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더마화장품 돌파구 될까
차석용 부회장의 경영 핵심은 의사 결정 간소화, 소비자 중심 마케팅, 고급 브랜드 강화 등이다. 차 부회장의 세 가지 방침은 현재까지 후한 평가를 받는다. 의사 결정 간소화로 시의적절한 인수합병(M&A)을 진행했고, 소비자 중심 마케팅으로 인플루언서 시장을 개척해 후 브랜드 고급화를 이끌었다. 2007년 코카콜라, 2011년 해태음료 인수 등은 지금도 성공적인 M&A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 이후를 준비하지 못했다. LG생활건강은 '후'에 이어 ‘오휘’ ‘숨’ ‘CNP’ 등을 내놓았지만 후의 자리를 메우지 못하고 있다. 중저가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지 못한 점도 아쉬운 요인이다. LG생활건강의 중저가 화장품 시장 점유율은 2018년 11.5%에서 2020년 7.9%로 줄었다. 중저가 화장품 이용 고객은 소득이 증가하면 프리미엄 브랜드로 갈아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면 프리미엄 브랜드 잠재 고객 확보도 가능한 셈이다.
LG생활건강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후' 브랜드 고급 이미지 유지를 위해 여러 마케팅 방안을 내놓고 있고, 신사업도 찾고 있다. 최근 주목하는 신성장동력은 더마화장품이다. 더마화장품은 피부 관리에 중점을 둔 기능성 화장품이다. 올해 더마화장품의 시장 규모는 1조 2000억 원이고, 매년 15% 이상 성장하고 있어 화장품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17년 피부외용제 전문인 태극제약을 인수했고, 2020년에는 유럽 더마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지역 사업권을 인수했다. 또 터키와 독립국가연합(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시장 사업권을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한 사업인 관계로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화장품 업계에서는 더마화장품이 차석용 부회장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LG그룹 세대교체론이 나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최근 LG그룹 2인자로 꼽히는 권영수 (주)LG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만큼 2차전지 배터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이지만 세대교체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3년이 넘어가면서 2인자인 권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뗀다는 분석이다. 1953년생인 차석용 부회장은 1957년생인 권영수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보다 연상이다. 차 부회장의 LG생활건강 대표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그가 한 번 더 연임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재계 관계자는 “차석용 부회장은 뚜렷한 경영 성과를 낸 덕분에 때로는 다소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도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며 “당장 물러날 일은 없겠지만 실적에 따라 조금씩 퇴임 이후의 밑그림이 그려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G생활건강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의 해외 매출은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데 지난 3분기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인해 매출 기회 손실이 컸다”며 “면세 매출 관련해서도 물류의 영향을 받아 시장 성장치에 못 미쳤으나 지난해 3분기 매우 높았던 기저의 영향도 작용했다”고 전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어 “단기적으로 어려운 사업 환경에서도 럭셔리 화장품을 중심으로 브랜드별 차별화된 고유 콘셉트를 바탕으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며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이들 럭셔리 브랜드의 입지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더마화장품 브랜드 CNP와 2020년 인수한 피지오겔 등의 더마화장품 브랜드 육성을 지속해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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