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민주당 대표(왼쪽)와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가 성남 정자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을 상대로 유세를 하던 중 우연히 만났다. 연합뉴스 |
이번 재보선의 뜨거운 관심지역 중 하나인 강원지사 선거는 여야의 극명한 맞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현재로선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약간 앞서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양 후보들의 맞대결 여론조사 결과 역시 엄 후보가 10%p 이상 앞서고 있어 막판 선거전에서의 민심의 향배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엄기영 후보가 45.4%, 최문순 후보가 28.3%로 엄 후보가 17.1%p나 앞선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엄기영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지역발전론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더 주효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최문순 후보 측은 ‘발로 뛰는 선거전’을 이어가며 엄 후보에 비해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총력지원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달리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가 분당 을 후보로 나선 상황이어서 집중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두 차례 강원도를 방문했던 박 전 대표에 이어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등 당내 대권주자들이 모두 강원 지역을 찾아 강원지사 선거전에 힘을 싣고 있다. 최문순 후보 측은 “한나라당 소속 김진선 지사가 3선을 했지만 도민들은 강원도가 뭐가 나아졌는지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엄기영 후보가 내세우는 ‘지역발전론’에 대한 회의감을 나타내며 엄 후보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강원민심의 최근 흐름은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보다는 지역발전론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는 분위기라고 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는 여야 정쟁이나 정치적 탄압과 같은 정치적 이슈보다는 지역경제가 좋아지길 바라는 여론이 크다”고 설명했다. 강원지사 선거는 현재 한나라당에서는 ‘승리 가능한 지역’으로 민주당에서는 ‘경합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는 것은 남은 기간 누가 더 강원도민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앞서의 여론조사 전문가는 “선거 당일 투표층에 따라 현재의 여론조사 수치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강원도는 선거 당일 표심을 드러내는 부동층이 적지 않은 지역이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분당 을… 손학규, 한나라당 ‘텃밭’에서 일낼까?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출마로 분당 을은 재보선 최고의 빅 매치 지역으로 떠올랐다. 손 대표가 고심 끝에 출마 결단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셈법’이 담겨 있던 것으로 보인다. 분당 을 지역의 마땅한 후보자를 영입하지 못한 ‘현실적’ 상황이 출마 압박을 높인 원인이지만, 한나라당에서 정운찬 전 총리 출마 카드가 물 건너간 것이 출마 결심에 적잖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정 전 총리와의 맞대결은 손 대표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부담되는 측면이 강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같은 대권주자급인 정 전 총리와의 대결에서 질 경우 손 대표의 입지에 큰 타격이 올 것이 분명하다. 분당 을 선거에서 지는 것만이 아니라 대권주자 경쟁에서도 밀리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강세 지역에서 당내 친이계 주요 세력이 지원하는 정운찬 전 총리와의 대결은 승산을 떠나 위험부담이 큰 대결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상 외의 ‘신정아 자서전 변수’가 터지며 정 전 총리 출마가 어려워지자, 손 대표 측에서는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 대표의 맞대결 여론조사에서는 서로 엇비슷한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 때문에 분당 을은 여야에서 모두 승산을 점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손 대표가 출마해서 만약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치명상’을 입진 않을 것이라는 셈법이 출마 결심에 이르게 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분당 을은 여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손 대표가 만약 진다고 하더라도 손 대표 개인의 탓으로 보는 여론이 적을 것이다. 또한 어려운 당을 위해 당 대표로서 희생했다는 이미지로 대권주자로서는 오히려 득을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와 강 전 대표, 양자 대결의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초박빙’ 결과를 얻고 있어 결국 선거 당일의 30~40대 투표율이 승부를 좌우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몇 차례 여론조사에서 손 대표는 30~40대 응답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손 대표의 출마 효과로 인해 분당 을은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시간이 갈수록 손 대표의 지지세가 높아지는 추세여서 결과를 예측하기 가장 어려운 곳이다. 한나라당이 낙승을 예견했던 분당 을에서 손 대표가 이길 경우 대권주자로서 침체돼 있던 고비를 이겨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 을… ‘단일후보 태풍’, ‘인물론’ 집어 삼킬까
김해 을의 최대 관심 포인트는 야권단일화 여부였다. 이는 한나라당 후보인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높은 ‘인지도’에 맞설 수 있는 야권의 절실한 방안이었기 때문. 야권 후보들의 극적인 경선방식 타협으로 지난 10~11일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가 실시됐다. 야권 후보 단일화로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지만 그동안 실랑이를 벌여오던 단일화 과정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감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정권심판론’을 내세우게 될 야권 단일후보에게는 김해 지역의 ‘친 노무현’ 정서가 든든한 디딤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는 이 같은 지역정서를 의식해 선거 구도를 ‘인물론’ 쪽으로 몰고 가려 하고 있다. 현재 김태호 후보는 당의 지원을 거부한 채 ‘나홀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상황. 김태호 후보 측은 “선거 구도가 ‘김태호 대 반 김태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당보다는 김태호라는 인물을 앞세워 평가받고 싶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김태호 후보에 대한 전국적 민심과 지역 민심은 다르다고 분석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김태호 후보가 낙마한 총리후보자라는 오명으로 인해 반감도 크지만 경남지역의 바닥 민심에선 김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후보는 경남 지역에서 도의원, 군수, 도지사 등의 선거에서 승승장구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김해 을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47.76%, 한나라당 후보가 45.56%의 득표율을 기록한 초접전 지역이었다. 이번 선거에 대해서도 여야 모두 승리를 자신하기 어려운 곳으로 평가받는다. 과연 산고 끝에 탄생한 야권 단일후보와 지역발전론을 내세우며 정치복귀를 꿈꾸는 김태호 후보의 싸움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한 정치컨설턴트는 “김 후보가 이긴다면 잠재적 대권주자로 다시 입지를 다지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야권 단일후보가 이긴다면 ‘단일화 파급 효과’로 인해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