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영화 <나탈리>의 출연했던 배우 박현진. 그녀는 A씨와의 술자리에 나간 것은 사실이지만 공연기획과 드라마 제작을 하는 여자 사장을 만나보려 모르고 나간 술자리였다는 입장이다. |
애초 이번 사건은 전직 총리의 아들인 서울대학교 교수가 사기혐의로 피소됐다는 내용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전직 총리 아들’과 ‘서울대 교수’라는 단어가 대중들의 관심을 유발한 것. 사건은 공연기획사 대표 옥 아무개 씨가 검찰에 서울대 교수 A 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옥 씨는 고소장을 통해 “인도국제영화제 국내 유치와 관련해 여권 실세를 통해 100억 원대의 정부예산을 받게 해주겠다는 A 씨의 말에 수십 번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했다”며 “술값만 9000여만 원이 들었고 2300만 원대의 명품시계를 선물했는데 A 씨가 석 달가량 차고 다니다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또한 “나중에 영화제 개최 무산으로 큰 피해를 봐 항의했더니 청와대 직원까지 동원해 나를 협박했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술 접대 자리에 동석한 여자 연예인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매스컴이 B, P 등의 이니셜로 보도했지만 네티즌들은 금세 박현진이라는 이름을 찾아내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올려놓았다. 결국 <스타뉴스>와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박현진의 실명이 공개됐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옥 씨가 A 씨 등과 함께한 술자리에 박현진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세 사람의 주장은 각기 다르다. 우선 고소인인 공연기획사 대표 옥 씨의 주장대로라면 박현진의 술자리 참석은 소위 말하는 ‘술집 몰래바이트’에 해당된다. 옥 씨는 그 대가로 500만 원을 현금으로 줬다고 주장했다. 결국 ‘500만 원짜리 술집 몰래바이트’였다는 것. 게다가 해당 룸살롱 마담은 KBS <뉴스 9>과의 인터뷰에서 “그날 그 애 알바하려고 왔다” “(평소에) 여자 가수도 오고 모델도 오고 많이 온다” 등의 말을 해 박현진을 비롯해 다양한 연예인이 몰래바이트를 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기자가 직접 옥 씨가 접대를 했다는 유흥업소를 찾았지만 관계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다만 한 관계자는 “지분 사장마다 운영 방식이 달라서 정확히 얘기할 순 없지만 룸살롱 측에서 직접 연예인을 데려와 손님방에 넣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며 “손님들이 접대를 위해 연예인을 데려오는 경우는 종종 있는 데 옥 씨의 경우도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실제 해당 유흥업소는 평소 연예인이 자주 드나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방식은 고 장자연이 소속사 대표의 접대 술자리에 동석한 것과 유사하다. 다만 장자연 사건의 경우 소속사 대표로부터 술 접대 강요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데 반해 박현진의 경우 스스로 술 접대 아르바이트를 한 것에 속한다. 고 장자연과 당시 박현진은 둘 다 몇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한 신인 여자 연예인이라는 점 역시 비슷하다. 물론 이는 옥 씨의 주장일 뿐이다.
반면 박현진은 당일 술자리에 동석한 것에 대해 ‘모르고 나간 술자리’라는 입장이다.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현진은 “지난해 2월 A 씨와의 술자리에 나간 것은 사실이지만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옥 씨가 만나자고 해서 나간 자리로 공연기획 및 드라마 제작을 하는 여자 사장인 터라 한 번 만나보려고 약속장소에 나갔는데 그런 술자리였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500만 원을 받았다는 옥 씨의 주장에 대해선 “옥 씨 측 관계자가 수고했다며 봉투를 줬는데 집에 가는 길에 보니 100만 원가량이 들어있었다”고 밝혔다.
오랜 무명 생활 중이던 신인 연예인에게 드라마 제작 등의 일을 하는 연예계 관계자가 만나자는 연락은 상당히 매력적일 수 있다. 당시 소속사도 없는 상황이던 박현진 입장에선 뭔가 연예계 활동에 도움을 받은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을 수도 있다. 게다가 저녁 이른 시간에 약속이 잡혔고 상대방도 여자 사장이었던 터라 별 의심 없이 약속장소로 나갔는데 그 자리가 술 접대 자리였던 것이다. 결국 술 접대 자리에 동석해 100만 원을 받았으니 이 역시 술집 몰래바이트의 일종으로 볼 수 있지만 박현진 입장에선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속아서 나간 술자리일 뿐이었다.
한편 A 씨는 “옥 씨가 불러 서너 차례 술자리에 나간 것은 사실이나 지속적으로 향응을 제공받진 않았으며 정부 지원 약속을 한 적도 없다”면서 “명품시계를 받아서 차다 돌려준 일도 없고 박현진 역시 당시 술자리에선 연예인인 줄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A 씨의 주장은 옥 씨는 물론 박현진의 주장과도 차이점이 있다. 우선 A 씨는 술자리 당시 박현진이 연예인인 줄 몰랐다고 밝혔다. 박현진은 지난해 10월 개봉한 영화 <나탈리>에서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선보여 화제가 됐지만 얼굴이 많이 알려진 스타급 연예인은 아니다. 게다가 당시엔 무명이나 다름없는 신인이었다. 따라서 연예인이라는 소개를 받지 않았다면 A 씨는 박현진이 연예인인 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룸살롱에도 소속 접대 여성이 있는데 굳이 연예인을 부르는 것은 접대 과정에서 ‘연예인이 술 접대를 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술자리에서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가 쉽지 않다.
박현진은 그날 술자리에서 주로 인도국제영화제 관련 얘기가 오갔고 자신은 홍보대사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홍보대사를 맡긴다는 의미는 결국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이 박현진이 연예인임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박현진은 그날 술자리 이후 옥 씨가 불러 점심식사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도 인도영화제 홍보대사 및 홍보모델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현진은 점심식사 자리에 A 씨도 동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옥 씨와 A 씨, 그리고 박현진 모두 자신이 피해자라며 그날 밤 술자리에 대해 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과연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 6부(차경환 부장검사)는 이들을 불러들여 본격적인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