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명계남이 대부업체 ‘러시앤캐시’ 광고에 출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07년 연예인들이 대거 대부업체 CF에 출연했지만 비난 여론으로 인해 대부분 광고를 중단했고 일부 연예인은 공식 사과까지 했다. 이후 연예인의 대부업체 CF 출연이 잠잠해지면서 ‘러시앤캐시’ 역시 연예인이 아닌 ‘무대리’ 캐릭터를 내세워 왔다. 이런 상황에서 명계남이 대부업체 CF에 출연해 또 다시 비난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 것. ‘노사모’를 이끌며 대표적인 친노 인사였던 명계남은 정권 교체 이후 매스컴의 포커스 밖에서 지내왔다. 이런 그가 돌연 대부업체 CF에 등장한 까닭은 무엇일까. 요즘 명계남의 근황을 따라가 봤다.
명계남은 문성근 이창동 감독 등과 함께 ‘친노 3인방’으로 불리는 연예계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그의 이름이 자주 언론에 노출됐고 노 정권 후기엔 ‘국민참여연대’를 이끌어 신문 정치면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지만 정권 교체 이후 명계남의 행보는 잦아들었고 서서히 매스컴의 시야에서도 멀어졌다.
명계남은 지난 5년 동안 서울을 떠나 강원도 홍천에서 지내왔다. 다만 본스타트레이닝센터 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어 평소엔 홍천에서 시나리오 집필 등을 하며 지내다 학원 강의가 있는 날에만 상경하곤 했다. 그리고 지난해 하반기에 정치 풍자극 <아큐-어느 독재자의 고백>을 통해 연기 활동을 재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돌연 그가 대부업체 CF에 출연한 까닭은 무엇일까. 게다가 그는 진보 성향의 정치색이 강한 연예인이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서민을 위한 정치를 부르짖던 그가 ‘서민 금융’을 모토로 내걸긴 했지만 대부업체 CF에 출연했다는 사실은 다소 이례적이다. 반면에 노사모를 이끌었던 배우 문성근은 ‘국민의 명령’이라는 단체의 대표를 맡아 ‘민주야, 가자 야권 단일정당으로’ 행사를 주도하며 정치적 행보를 재개했다.
명계남이 연예인 아카데미 원장으로 활동해 돈을 벌며 홍천에서 전원생활을 해오다 최근엔 연기 활동까지 재개했다는 소식들을 놓고 보면 그가 경제적으론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우선 홍천에서의 삶은 변변한 집이 아닌 컨테이너에서 이뤄져 왔다.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홍천에서 지내왔는데 컨테이너를 하나 얻어 그곳을 그가 설립한 영화사 ‘이스트필름’ 사무실 겸 작업실로 만들어 놓고 홀로 기거해온 것. 또한 본스타트레이닝센터 역시 명계남이 직접 운영하는 것은 아니었다. 본스타트레이닝센터 관계자는 “우리 학원에서 명계남 원장님을 초대 원장으로 초빙한 것이지 그분이 학원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명계남의 지인들은 그가 상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가을에는 가족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까지 부채로 인해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고. 그러다 보니 명계남 팬 카페 ‘명계남의 영화사랑’에는 명계남을 돕기 위한 후원계좌까지 개설돼 있을 정도다.
명계남은 배우뿐 아니라 사업가로도 뛰어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학생 시절이던 73년 연극계에 투신해 대학로를 전전하던 그는 85년 직접 극단을 창단했다. 이후 연극계를 떠나 대기업인 쌍방울에 입사해 쌍방울 무주리조트 홍보부장을 역임하는 등 광고맨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지난 91년 친구 문성근의 권유로 연기 활동을 재개했다. 이후 영화사 ‘이스트필름’을 설립해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의 영화를 제작했고, 공연기획사 이다기획도 설립했다. 출판사, 연기자학원, 매니지먼트사 광고기획사 등의 사업에 관여했으며 인터넷 온라인게임사 대표까지 지냈다.
이런 그가 경제적인 어려움에 내몰리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명계남의 한 지인은 “노무현 정부 시절 명계남 씨가 상당한 특혜를 받아 돈을 많이 버는 양 보여졌고, ‘바다이야기’에도 연루된 것처럼 비춰졌지만 그 시절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면서 “사업가적 기질이 뛰어나지만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데다 성격이 올곧아 큰돈을 벌진 못했다”고 설명한다.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된 것은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 즈음이다. 당시 명계남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를 위한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고 <위클리 코리아 포커스 리뷰>라는 무가 주간지까지 창간했다. 이 주간지는 노무현 정부가 제기한 주요 이슈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킬 목적으로 창간돼 매주 5만 부씩 무료로 배포됐다. 이렇게 명계남은 노 정권에 비판적인 주류 언론에 맞서 노 정권 홍보를 위한 활동에 직접 나선 것. 당시 한나라당은 김대은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막대한 제작 비용은 어디서 생겨서 무료로 나눠주는 것인지 제작 비용의 출처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바다이야기 사태 때 파산 직전이라고 주장했던 명 씨가 어디서 자금을 조달하는지 자금원을 밝히라”고 주장했다.
명계남의 팬들에 의하면 당시 자금은 명계남의 자비였다고 한다. 아파트까지 담보로 해서 대출을 받아서 자금을 댔다는 것. 이로 인해 지난 몇 년 동안 매달 수백만 원의 은행이자를 감당하느라 경제적 어려움이 커졌고 결국은 지난해 아파트까지 넘어가고 말았다고 한다.
명계남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난 바다이야기 연루 의혹 이후 죽은 사람”이라며 억울해했다. 명계남의 바다이야기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는 그가 바다이야기와 무관하다는 것. 그럼에도 여전히 적잖은 이들이 명계남의 바다이야기 연루 의혹을 제기한다. 그의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 역시 여전히 바다이야기다. 어찌 보면 지난 몇 년 동안 겪은 경제적 어려움이 그가 바다이야기와 무관함을 보여주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이번 대부업체 CF 출연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명계남은 인천 부평구 삼산동에 ‘매드스타아카데미’라는 연예인 아카데미를 설립해 대표 겸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명계남 원장이 24시간 상주하며 직접 가르치고 상담하며 관리한다’고 광고하는 것으로 볼 때 본스타트레이닝센터와 달리 이곳은 명계남이 직접 운영하는 학원으로 보인다.
대부업체 CF 출연이 빚 청산을 위해서인지, 학원 설립을 위해서인지는 정확치 않다. 보다 정확한 본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매드스타아카데미 측에 전화로 인터뷰를 요청하고 직접 찾아가보기도 했지만 명계남을 만나진 못했다. 취재 당시엔 아직 학원이 정식 오픈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명계남이 자리에 없었다. 다만 연극 출연으로 연기 활동을 재개하고 학원까지 직접 운영하는 등 이제 명계남이 홍천에서의 칩거생활을 접고 본격적인 대외행보를 시작한 것은 사실임이 분명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