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SBS |
배우 장동건 이병헌 정우성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은 과거 브라운관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하지만 ‘탤런트’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던 세 사람의 연기는 더 이상 TV 속에서 보기 어려워졌다. 대신 ‘영화배우’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얻고 영화 활동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최근 배우들의 ‘U턴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병헌은 <아이리스>에 출연했고 정우성은 <아이리스>의 스핀오프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으로 안방극장을 노크했다. 장동건 역시 SBS에서 준비하고 있는 <한반도> 출연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배우들이 드라마에서 뜬 후 영화에 집중한 이유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좋은 작업 환경과 높은 개런티다. 영화는 시나리오가 완성된 후 촬영이 시작된다. 드라마 촬영장처럼 쪽대본도 없고 밤샘 촬영도 드물다. 캐릭터를 분석할 시간도 많아 상대적으로 좋은 연기를 보일 수 있다. 열악한 드라마 환경에 염증을 느낀 배우들이 영화를 선호하는 이유다.
또한 톱스타의 경우 영화 한 편에 출연하며 3억~5억 원가량의 개런티를 받기 때문에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다. 1년에 영화 한 편을 찍고, CF계약 몇 건만 성사시켜도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16부작 드라마에 출연하며 회당 2000만 원을 받아도 개런티는 3억 원 남짓한 정도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며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고 매일 시청률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드는 것보다 영화 한 편을 고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배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영화계는 지난 2006년 영화 <괴물>의 대성공 이후로 ‘한 방’을 노리며 우후죽순 격으로 영화가 제작되며 덩치만 커진 채 내실을 기하지 못한 꼴이 돼 버렸다. 한국 영화가 연이어 흥행에 참패하며 2008년 이후에는 투자가 줄고 돈줄이 마르기 시작했다. 출연할 작품이 줄면서 배우들도 자연스럽게 드라마로 눈을 돌리게 됐다.
게다가 한류 시장이 확대되며 드라마의 위상이 달라졌다. 드라마는 가장 강력한 한류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겨울연가> <대장금> <천국의 계단> <미남이시네요> 등 아시아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은 건 대부분 드라마였다. 배용준 권상우 장근석 고(故) 박용하 등 드라마 활동에 주력한 스타들이 한류스타로 거듭난 것이 그 방증이라 할 수 있다.
MBC 드라마국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일본 중국 등에서 자본이 들어오기도 한다. 특정 배우를 출연시키면 제작비를 확보할 수 있는 식이다. 때문에 몇몇 배우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솟구쳤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출연료는 일찌감치 영화 개런티를 뛰어 넘었다. 하지만 고액 출연료를 받는 배우들만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명 한류 스타가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고액을 받고 해외에 선판매되거나 직접 투자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및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비싼 출연료를 주고라도 한류 스타를 ‘모시려는’ 움직임이 많다.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배우들도 살인적인 스케줄과 시청률 저조라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호시탐탐 안방극장 복귀를 노리고 있다. 이병헌은 2003년 <올인> 이후 6년 만에 <아이리스>를 선택해 ‘대박’을 터뜨리며 성공적으로 안방극장에 안착했다. 신현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장은 “이병헌의 경우, 순수 출연료라기보다는 해외 판권, 저작권과 연동돼 있는 출연료다. 해외 투자에서 사전 투자를 이끌어낸 특별 사례로 봐야 한다. 출연료 상한선을 넘었다고 문제 삼기는 어렵다. 오히려 킬러 콘텐츠를 육성하는 좋은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계에서 활동하다 드라마로 선회하는 행보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매일 지상파 3사에서 같은 시간대 서너 편의 드라마를 방송하는 것을 감안하면 성공확률은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호기롭게 ‘드라마 복귀’를 외쳤다가 망신만 당하기 십상이다. 지난해 소지섭 김하늘 윤계상 등이 출연한 MBC <로드 넘버원>이 신인 배우들을 대거 기용한 KBS 2TV <제빵왕 김탁구>에 참패한 것이 좋은 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배우들도 있다. 주연을 맡은 영화 두세 편이 연이어 실패하면 영화배우로서 입지가 좁아진다. 반면 드라마는 입소문이 빠르기 때문에 좋은 작품을 만나면 금세 재기할 수 있다.
배우 현빈이 대표적인 경우다. 현빈은 2005년 MBC <내 이름은 김삼순>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 <나는 행복합니다> 등으로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SBS <시크릿 가든> 출연 이후 전세는 역전됐다. 배급사를 잡지 못하던 주연작 <만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가 곧바로 개봉되며 ‘시크릿 가든 효과’를 실감케 했다. SBS 관계자는 “드라마는 영화보다 한층 더 대중적인 콘텐츠다. 영화 300만 관객 동원보다 드라마 시청률 30%의 노출도가 월등히 높다. 배우들도 영리하게 영화와 드라마의 출연 비율을 조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realy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