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저=MBC |
연예계의 ‘밤비노의 저주’로 손꼽히는 가장 대표적인 예는 바로 ‘이경규의 저주’다. 20여 년 동안 <일요일일요일 밤에(일밤)>를 지켜온 이경규가 <일밤>을 떠나 ‘남자의 자격’으로 간 뒤 ‘일밤’이 시청률 경쟁에서 몇 년째 고전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20년 지기’ 김영희PD와 함께 <일밤> 전성기를 구가한 그가 히트시킨 코너만 해도 ‘양심냉장고’ ‘몰래카메라’ ‘이경규가 간다’ 등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그렇지만 <일밤>에서 사실상 불명예 퇴진한 이경규는 과감히 경쟁 프로그램인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을 택했다. 이때부터 시작된 이경규의 저주는 우연이라 하기엔 무서울 만큼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예능국장 자리에까지 올랐던 ‘쌀집아저씨’ 김영희 PD가 직접 일선으로 돌아와 시도한 두 차례의 <일밤> 부활 프로젝트는 모두 무위에 그쳤다. ‘나는 가수다’의 부활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지만 이미 김영희 PD는 떠난 상황.
한편 이경규의 저주와 꼭 닮아 있지만 그 결과는 반대인 경우도 있다. 바로 ‘지상렬의 저주’다. 그가 출연할 땐 프로그램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그가 하차하면 시청률 대박이 난다는 징크스다. 지상렬 입장에서는 ‘저주’일 만큼 달가운 일이 아닐 수밖에 없는 징크스다. 그러고 보면 실제로 그는 여러 편의 대박 예능 프로그램 원조 멤버였다. <해피선데이> ‘1박2일’이 대표적이다. 고정멤버로 강호동 등과 함께 프로그램 초반을 함께했던 지상렬은 드라마 <이산> 촬영을 위해 ‘1박2일’을 포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재석의 <해피투게더> 역시 마찬가지. 2008년 <해피투게더> MC 군단에 합류해 박명수와 불꽃 호통 대결을 펼쳤던 지상렬은 1년여 만에 하차를 결정했고, 공교롭게도 <해피투게더>는 그 이후 시청률 수직 상승곡선을 그리게 됐다. 당시 지상렬은 다른 출연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약만료와 동시에 재계약을 고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프로그램의 징크스를 알고 있을까? 그는 한 인터뷰를 통해 “항상 아쉽지만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라도 상관없다”며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라고 했다.
한편 네티즌들은 ‘이경규의 저주’와 ‘지상렬의 저주’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됐다며 결과를 주목하고 있는데, 다소 황당한 이 사연은 바로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를 통해서다. ‘이경규의 저주’를 풀 구세주로 불리는 지상렬이 ‘나는 가수다’에 김건모 매니저로 출연한 것. 이번에도 지상렬은 김건모의 자진 하차로 인해 프로그램에서 중도 하차하게 됐다. 만약 이번에도 ‘지상렬의 저주’가 맞아 떨어진다면 휴식기 이후에 ‘나는 가수다’의 시청률이 급상승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경규의 저주도 풀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 이경규의 저주로 인해 지상렬의 저주가 풀리게 된다. ‘나는 가수다’의 방영 재개를 기다리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것 역시 재미난 관전거리가 될 전망이다.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만큼 그에 따른 재밌는 징크스도 많다. MBC <무한도전>의 경우 스포츠 스타가 게스트로 출연하면 어김없이 그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이른바 ‘무한도전의 저주’가 있어 화제다. 네티즌들의 억지 주장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우선 표도르와 앙리는 <무한도전> 출연 이후 각각 부상과 이혼이라는 악재에 시달렸다. 또한 미셸 위는 반복된 PGA 컷오프 탈락으로 부진의 늪, 샤라포바는 부상의 늪에서 신음 중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는 레슬링과 체조종목 선수들이 출연했지만 이들 또한 올림픽 무대에서 대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예능 프로그램 외에 드라마에는 유독 많은 징크스가 존재한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프로듀서들은 특히 저마다의 징크스를 가지고 작품에 임하는데 이로 인해 시청자들이 모르는 비밀이 숨어있다. <일지매> <무적의 낙하산요원> 등을 연출했던 이용석 PD는 작품의 주인공이 무덤을 찾아가 흐느끼는 장면이 있으면 어김없이 시청률이 좋지 않다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용석 PD는 대본 작업 전 작가에게 이런 자신의 징크스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곤 한다. 이로 인해 <일지매>에서 주인공 이준기는 고인이 된 아버지를 그리워하지만, 무덤이 아닌 매화나무 앞에서 흐느끼곤 했다. 극의 설정 상 역모로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였기에 무덤이 없다는 설정이었는데 그 뒤에는 이런 징크스가 숨겨져 있었다. <일지매>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마지막 회에선 31%를 기록했다.
이용석 PD에겐 길조의 징크스도 있다. 다름 아닌 주인공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드라마의 시청률이 좋다는 것. 고급승용차를 타는 주인공 대신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서민이 주인공일 경우 시청률이 비교적 괜찮았다는 것인데, 실제로 그의 현대물 드라마에선 반드시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흥행 드라마 제조기로 불리는 김종창 PD에게도 일종의 흥행 법칙이 있다. 바로 그의 히트작 대부분의 제목이 다섯 글자라는 것. <노란 손수건> <애정의 조건> <장밋빛 인생> <행복한 여자> 등을 비롯해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가시나무새>도 다섯 글자 제목이다.
제작부서가 아닌 방송국의 편성부서에 근무하는 프로듀서들도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편성 PD들의 주 업무는 프로그램 편성기획과 함께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시간대 편성을 조정하는 일이지만 더 힘겨운 부분은 예상치 못했던 사고가 나서 <뉴스특보> 등이 방송될 때다. 모 방송국의 편성 PD는 “119구조대원처럼 비상시 출동해야 하는 게 우리들의 업무”라며 “30년만의 집중 폭설이나 대통령 특별담화 등이 발표되면 편성조정 업무가 부리나케 시작돼 바빠진다”고 자신들의 업무를 설명했다. 그들의 밝힌 자신들의 징크스는 편성 팀이 모처럼만에 회식을 잡은 날 어김없이 대형 사건 사고가 터진다는 것. 그는 “불판에 고기를 올려놓는 순간 북핵 관련 특보가 터질 때의 기분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나름의 징크스에 얽힌 애환을 털어놓기도 했다.
주영민 연예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