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걸음으로 유랑한 양자강과 황하, 그리고 대륙”
이경교 시인은 이 책에서 시인의 투명한 영혼으로 중국의 문화와 역사를 읽어내고, 특유의 입담으로 여행과 삶, 그리고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책은 이경교 시인이 MBC실크로드탐사대에 동행한 때부터 중국의 여러 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보낸 시절까지, 장장 30년간 중국 땅을 주유하며 느꼈던 소감, 현지인들과의 관계, 그리고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본인의 소회를 한 권의 에세이집으로 묶었다.
책은 처음 시작을 가곡 동심초의 가사로부터 시작한다. 우리들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이 가곡의 원래 작가는 중국 당나라의 설도(770~832)인데 원진이란 사람과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시로 표현한 춘망사(春望詞)라는 8언율시 중 제3연 만을 동심초의 가사로 인용하고 있다는 해설이다.
항주에 가서는 대문호 소동파(소식)의 불행했던 가정사를 소개한다. 출세와는 거리가 멀어 변방만을 떠돌던 소동파는 어느 밝은 달밤에 하늘을 보며 고향에 있을 아우 소철을 그리워하는 시를 쓴다.
‘악양루에 오르다’에서는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속도(시속 350km)라고 자랑하는 고속열차를 타고 가며 소회를 적었고, 형주 고성에서는 관우의 죽음을 애도한다.
‘항주야 같이 살자’에서는 월나라의 대표도시인 항주에서 미녀 서시를 둘러 싼 오왕 합려와 월왕 구천의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고사를 감동 있는 필치로 풀어낸다.
오아시스 도시 우루무치에서는 사기 흉노전을 소개하며 현지인의 열악하지만 그러나 자부심에 가득한 삶을 소개하기도 한다.
교환교수의 삶을 소개하면서는 현지에서의 애환과 함께 그곳 제자들이 여러 대회와 취업전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을 때의 뿌듯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한다.
대학교수답게 그가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해 소개하는 부분은 중국 학생들의 향학열이다. 그는 절강대학, 무한대학, 북경대학 등을 견학하면서는 이른 새벽부터 그야말로 장사진을 이루는 도서관 앞 학생들의 길고 긴 행렬을 부러워한다.
이 책은 한마디로 시를 좋아하고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 양자강과 황하의 물줄기를 따라 중국 대륙 삼만리를 발로 꼭꼭 밟으며 그들의 역사, 문학, 풍토, 민족성을 파헤친, 현지 르뽀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는 저자의 다음과 같은 ‘작가의 말’에 잘 드러나 있다.
“나는 나의 기록들이 단순 기행으로 머물지 않기를 염원한다. 고현학(考現學)의 시선에 기대거나 대륙사상을 진단하는 인문주의자 편에 서서, 남들과 다른 중국견문록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시인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적이 없으니, 나무의 눈빛으로 들춰지고 새들의 깃털로 가려진 중국 견문록이길 희망한다. 이 기록들은 그러므로 내 피요 살이다. 내 몸 위에 빗금처럼 새겨진 대륙의 자취이자 내 영혼의 무수한 떨림과 끌림, 그 생생한 핏방울이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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