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민호, 이다인, 구본승. 사진 출처=MBC, KBS, SBS |
MBC 일일드라마 <남자를 믿었네>에 출연 중인 신인 여배우 이다인은 최근 성형 논란에 휘말렸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그의 3년 전 출연 드라마인 <그들이 사는 세상> 때문이다. <시크릿가든> 이후 현빈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그들이 사는 세상>은 각종 케이블 채널에서 인기리에 재방송되고 있다. 그런데 이로 인해 <그들이 사는 세상>에 출연했던 이다인이 지금하곤 사뭇 다른 당시 이미지 때문에 성형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당시 이다인은 현빈과 함께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조연출로 출연했는데 숏커트 헤어에 노메이크업 얼굴, 여기에 남성스런 옷 차림을 더해 지금의 러블리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더욱이 그는 현재 일일드라마에 출연 중인 탓에 시청자들이 브라운관을 통해 현재와 과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데뷔 당시부터 줄곧 자연미인임을 강조해온 이다인은 이번 성형 논란 역시 부인하고 있지만 악성 댓글로 인해 미니홈피를 폐쇄하는 등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예상치 못한 논란으로 어쩌면 그는 현빈을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빈처럼 당대 최고 스타의 전작이 재방송으로 전격 편성되는 일은 매우 흔하다. 지난 2009년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이민호 역시 마찬가지. <꽃보다 남자>가 히트를 치자 연이어 그의 신인 시절 작품이 각종 방송국에서 재방송됐는데, 그의 데뷔작인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을 비롯해 시청률 저조로 조기 종영됐던 SBS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도 다시 시청자들 앞에 섰다. 덕분에 그 역시 성형 논란에 휘말리고 말았다. 예리한 시청자들이 ‘꽃남 구준표의 코가 예전보다 더 높아지고 매끈해졌다’며 코 수술 의혹을 제기한 것. 당시 그는 한 인터뷰에서 성형 의혹을 부인하며 “부족하고 어설픈 모습이 방송되는 게 여간 창피한 일이 아니다”라며 재방송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었다.
최근 활동이 뜸한 구본승은 몇 해 전 인터뷰를 통해 “방송국을 폭파하고 싶었다”는 폭탄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가 말한 자신의 영화는 2002년 작 <마법의 성>. 성을 소재로 한 작품인 탓에 노출 연기는 기본, 민망한 대사까지 소화해야 했던 <마법의 성>은 흥행에서도 참패하며 구본승을 한동안 연예계에서 볼 수 없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까지도 케이블 채널에서 심야 시간에 종종 재방송되는 <마법의 성>에 대해 구본승의 한 측근은 “자신 있게 도전한 작품이지만 연이은 재방송으로 자신의 이미지가 이상하게 굳어져 가는 것을 본인이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그는 골프장 사업 등 사업가로서의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이런 저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재방송에 무조건 찬성하는 연예인들도 있다. 재방송으로 인한 이미지 타격이 크지 않은 방송인들이 특히 그렇다. 이들이 재방송을 쌍수 들고 환영하는 이유는 바로 재방송 출연료에 있다. 비록 본방 출연료의 10~50%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것 역시 만만치 않은 수입이라고. 특히 고액 출연료를 받는 일부 톱 MC들의 경우 공중파와 케이블 등의 재방송 출연료로만 한 달에 1억 원 가까이 벌어들인다고 알려졌을 정도다.
알뜰하기로 소문난 방송인 A는 최근 재방송 출연료를 위해 얼마 전 거액(?) 10만 원을 투자해서 나름 화제다. 방송국 로비를 지나가던 도중 ‘잃어버린 재방송 출연료를 돌려드립니다’라는 대형포스터를 발견한 A. 포스터에는 방송사 별 재방 출연료에 대한 기준이 꼼꼼히 적혀있었다. 꽤 오랜 연차를 자랑하는 방송인임에도 불구하고 재방송 출연료에 대해 무지했던 A는 그 내용을 꼼꼼히 살폈다고. A가 재방송 출연료를 받기 위해선 먼저 관련 단체에 가입해야 했는데 가입비가 10만 원. 평소 구두쇠로 소문난 A는 재방송 출연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얘기에 가볍게 10만 원을 내고 해당 단체에 가입했다. 이후 A는 통장에 재방송 출연료가 찍힐 때마다 남모를 뿌듯함에 환호성을 지른다는 후문이다.
PD들에겐 재방송이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편성 시간이 본방송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또 한 번 편집해야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재방송의 경우 방송 시간대도 달라져 ‘19세 등급’이던 본방송의 일부 장면을 편집해 ‘15세 등급’에 맞게 조정하는 수고를 더해야 한다.
또한 종종 본방송에서 출연진의 발언이나 행위가 논란을 일으켜 시청자의 반발을 사는 경우에도 대대적인 편집이 불가피하다. 지난 연말 SBS 연기대상에서 ‘시청자 훈계 수상소감’ 논란을 일으킨 고현정의 출연분 역시 재방송에선 통편집됐다. 편집이 불가능할 경우 아예 재방송 편성이 취소되기도 한다. 마약 사건을 일으킨 김성민이 출연했던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은 사건 직후 아예 재방송 편성을 취소하고 타 프로그램으로 대체 편성한 바 있다. ‘남자의 자격’ 재방송 시간은 일요일 오후인데 김성민 마약 사건이 전날인 토요일 저녁 매스컴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때론 재방송 시청률이 본방송 시청률보다 높은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일명 ‘죽음의 조’에 속해 경쟁 드라마의 시청률이 지나치게 높을 때 벌어진다. 다수의 작품을 놓치고 싶지 않은 시청자들이 본방송으로 인기 드라마를 먼저 본 뒤 타 방송사의 드라마는 재방송으로 챙겨보는 것. 국민드라마로 불렸던 <야인시대>와 경쟁을 벌인 표민수 PD의 드라마 <고독>을 비롯해 지난해 시청률 40%대를 기록한 <제빵왕 김탁구>에 밀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한편 시청률 1위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 ‘1박2일’은 재방송마저 평균 시청률 10%를 기록하며 대박 행진 중이다. 그러다 보니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SBS <TV동물농장>은 본방송임에도 ‘1박2일’ 재방송과 엎치락뒤치락 시청률 1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