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라디오 <두시 만세> DJ에서 퇴출된 김흥국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누가 그들을 내쳤나?
김미화는 지난 4월 말 8년간 진행하던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DJ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의 하차를 둘러싸고 ‘외압설’이 불거졌다.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가진 김미화가 압력에 의해 밀려났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당시 MBC 노조는 성명을 통해 “형식은 자진하차지만 그간의 과정을 보면 압력에 의한 하차다. 교체 과정에서 담당 CP와 PD도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2년 전 4월에도 비슷한 상황은 있었다. 김미화와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의 하차가 도마에 올랐다. 결국 김미화는 유임되면서 2년 동안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더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뒤바뀌지 않았다. MBC 라디오국 관계자는 “하차 직전 김미화는 KBS와 ‘블랙리스트’ 사건 등에 휘말리며 구설에 올랐다. 2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미화의 하차를 지켜 본 MBC 노조는 역공세에 나섰다. <두시 만세>를 진행하던 김흥국이 지난 4·27 재보궐 선거 당시 경기 분당을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에 나섰던 부분을 문제 삼고 나선 것. 이는 MBC 사규에도 어긋나는 사안이었다. 이렇게 MBC 라디오를 책임지던 두 인기 DJ는 각각 사측과 노조에 의해 자리를 뺏긴 꼴이 됐다.
@김흥국 컴백 가능할까?
“김흥국은 억울할 만하다.”
MBC 라디오국에서 일하는 또 다른 DJ의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김흥국은 MBC 라디오국에서 ‘모셔오다시피’ 섭외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흥국은 <두시 만세> 이전까지 SBS 라디오 <브라보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었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방송을 그만두고 미국에 가있던 김흥국은 <두시 만세> 섭외 연락을 받고 다시 마이크를 쥐었다.
김흥국은 17일 MBC 본사 앞에서 삭발 투쟁까지 감행하며 항의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그의 DJ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MBC 사규에는 특정 정치적 이념을 가진 자가 방송을 진행하는 것을 금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김흥국은 “정치 성향이 문제라면 처음부터 섭외하지 말았어야 한다. 뒤늦게 문제 삼는 치졸한 작태는 그야말로 MBC만이 가능한 마녀사냥이라고 생각한다”고 분노했다. 그만큼 그의 정치색은 분명한 편이다.
@손석희가 다음 타깃?
김미화의 DJ 하차를 보고 “다음 차례는 손석희 교수가 될 것”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오갔다. <시선집중>을 11년간 진행해 온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의 하차설은 MBC 라디오 개편 때마다 불거지는 단골 이슈다. 2009년말 <100분 토론> 진행자 자리에서 하차할 때도 ‘<시선집중>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추측이 난무했다.
실제로 손석희 교수를 질투하는 MBC ‘내부의 적’은 적지 않다. MBC의 한 관계자는 “손 교수가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로 뽑히는 것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손석희 교수를 <시선집중>에서 하차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의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이다. 손 교수는 지금껏 특정 정치색을 띤 적이 없다. 때문에 구설에 오른 적도 없다. 게다가 <시선집중>은 MBC 라디오 프로그램 중 최고 청취율을 기록하며 가장 비싼 광고를 모두 팔아치우고 있다. MBC 라디오국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하차시킬 명분이 없지 않은가. 손석희 교수는 사석에서 정치인들과 만남을 가지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흠이 있었다면 지금껏 <시선집중>을 진행해오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시선집중>에서 11년간 뉴스브리핑을 해온 시사평론가 김종배 씨가 하차했다. MBC라디오국 평PD회의는 이 역시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손석희 교수를 향한 무언의 압박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나는 가수다’도 위험?
예능 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연출 신정수)의 폐지설도 대두되고 있다. 실체는 없지만 그 내용은 꽤 구체적이다. 올해 3월까지 MBC 노조 편성제작부문 부위원장을 맡았던 신정수 PD에게 ‘나는 가수다’의 각종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하차와 동시에 프로그램을 없앤다는 각본이다. 이달 초 한국PD연합회 주최로 열린 토크콘서트 ‘나는 PD다’에 참여했던 신정수 PD를 비롯해 모든 MBC PD들에게 사측에서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것도 ‘나는 가수다’를 없애기 위한 수순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MBC가 ‘나는 가수다’를 포기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지난 3년 동안 <일밤>이 이토록 화제를 모은 적은 없었다. 전체 예능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달리는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유일한 대항마로 여겨지며 막대한 광고 수익을 가져오는 ‘나는 가수다’는 MBC의 효자 프로그램이다. MBC 예능국 관계자는 “신정수 PD는 위기에 빠진 ‘나는 가수다’를 재건하라는 특명을 받고 투입됐다. 그런 PD와 프로그램을 하차시킨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