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청중평가단이 관람을 위한 안내를 받고 있다. 연령대 별로 세워진 푯말이 보인다. |
‘나는 가수다’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는 청중평가단은 모두 500명이다. 그런 만큼 MBC 일산 드림센터 로비는 녹화 시작 한 시간 전부터 500명의 청중평가단으로 북적거렸다. 그런데 로비 한편에는 청중평가단이 아닌 또 다른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청중평가단 티켓이 아닌 ‘방청권’을 들고 있는 방청객들이 바로 그들인데 대략 150명 정도 돼 보였다. 매주 MBC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50명가량의 방청객을 추가로 모집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방청권을 배부하는 것으로 이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이날 확인 결과 방청객을 가진 이들은 50명을 훌쩍 뛰어 넘어 150여 명이나 됐다. 다만 ‘방청권 관객’은 청중평가단과 달리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은 없으며 말 그대로 ‘방청’만 허락받은 관객이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이들은 MBC 직원 지인들을 통해 방청권을 얻어 가족단위로 오거나 친구 혹은 연인들과 함께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부 ‘방청권 관객’은 이미 몇 번씩 ‘나는 가수다’ 녹화 현장을 관람했다고 한다. 네티즌들이 궁금해 했던 ‘계단에 앉은 의문의 청중평가단’의 정체가 바로 ‘방청권 관객’이었다. 녹화가 이뤄지는 공연장은 500명의 관객이 들어가면 몇 십 석 정도가 비는데 100명 넘는 방청권 관객이 들어오면서 앉을 자리가 부족해 계단까지 앉아야 했던 것이다.
한 청중평가단은 “대부분의 청중평가단이 300 대 1이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왔는데 손쉽게 ‘나는 가수다’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방법이 있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청중평가단은 “옆에 앉은 방청권 관객은 벌써 두 번째로 여기 왔다는데 정말 공평치 않은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30% 고정평가단의 실체
‘나는 가수다’ 제작진은 제작발표회에서 500명의 청중평가단 가운데 30%는 고정, 70%만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그 까닭은 1차 경연과 2차 경연을 모두 관람한 고정 청중평가단을 통해 심사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일부 네티즌은 제작진이 30%의 고정 청중평가단을 장악해 탈락 가수 선정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아쉽게도 자신이 고정 청중평가단이라고 밝힌 이는 만나지 못했다. 다만 일부 청중평가단은 “제작진이 일부 청중평가단에게 전화로 다음 녹화에도 참가해달라고 말한다는 얘길 들었다”면서 “혹시 리액션이 좋으면 또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열심히 반응하며 관람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에 확인한 결과 애초에는 30%의 고정 청중평가단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개개인의 사정으로 인해 30%의 고정 청중평가단이 매번 녹화 때마다 참석하지 못하면서 고정 청중평가단의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고 밝혔다. 또한 고정 청중평가단을 캐스팅보트로 활용한다는 얘기 역시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나는 가수다’ 제작진은 청중평가단을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이상으로 나누어 연령대 별로 각 100명씩 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몇몇 네티즌들은 “방송을 보면 40대 50대보다는 20대 30대가 대다수인 것 같다”며 연령대 비율에 의혹을 제기했다. 기자가 취재한 결과 연령대 비율에 대한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 공연장 입장 전 연령대 별로 줄을 서는데 특별히 젊은이들 수가 많다는 것은 느낄 수 없었으며 오히려 40~50대와 젊은층의 비율이 비슷해 보였다.
@ 제작진이 청중평가단을 압박(?)
‘나는 가수다’ 악성 스포일러로 인터넷 게시판이 뜨겁다. 이 때문에 제작진이 청중평가단을 압박해 스포일러에 대한 경고(?)를 한다는 소문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이에 대한 진실은 무엇일까.
기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녹화 전 ‘나는 가수다’ 제작진은 10대 청중평가단과 일대일 접촉을 하고 있었다. 스포일러를 퍼뜨릴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10대들에게 여러 주의사항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또한 녹화 전 모든 관객들에게 스포일러에 대한 주의사항을 공식으로 공지했다. 이에 대해 한 청중평가단은 “녹화 전에 제작진이 나와서 약간의 주의를 주기는 하는데 압박하는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중평가단은 “오히려 제작진들이 우리 청중평가단을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가족’이라고 불렀다”며 “압박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녹화를 앞두고 신정수 PD가 자진 하차한 JK김동욱에 대해 발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JK김동욱은 제작진의 압박으로 하차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한 방청객은 “신정수 PD가 JK김동욱이 마음을 추스르면 다시 재도전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며 “신정수 PD의 발언에 모든 관객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고 전했다.
최정아 기자 cja8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