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6월 19일) 피츠버그와의 2차전을 앞두고 아내와 함께 병원을 찾았습니다. 곧 태어날 셋째 ‘미미’의 초음파 검사가 있는 날이었거든요. 와, 정말 예쁘게 생겼던데요^^. 입체초음파를 통해 나타난 미미는 저보단 아내를 닮은 것 같았고, 손가락, 발가락 모두 다 정상이었습니다. 그동안 건강히 잘 성장해줬더라고요. 8월 27일이 예정일인데, 앞으로 두 달하고 며칠 더 있으면 세상 빛을 보게 되겠죠. 정말 신기해요. 무빈이, 건우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내가 저한테 ‘딸바보’라고 놀려요. 두 아들 녀석이 질투할까봐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얼마 전 제 팬카페 ‘레일로더스’ 회원 중 한 분이 저한테 큰 감동을 전해주셨어요. 클리블랜드 클럽하우스로 라면과 초코파이 한 상자를 선물로 보내주시면서 그 안에 제가 썼던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꿈꾸다’란 책을 넣어주신 겁니다. 제가 쓴 책을 팬한테 다시 선물로 받은 셈이죠. 그 분은 카드에다 이런 메시지를 남겨놓으셨어요.
“제가 추신수 선수한테 해드리고 싶은 말은 이 책에 다 있습니다. 그래서 추 선수 책이지만, 제가 공감한 부분에 밑줄을 쳐서 보내드리니, 이걸 읽어보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새삼 그 책을 다시 읽었고, 그 분이 밑줄 쳐 주신 부분은 서너 차례 읽고 또 읽고를 반복했습니다. 책에는 청소년들을 위해, 야구선수를 꿈꾸는 유소년들을 위한 제 경험담들이 모두 담겨 있는데, 그런 제가 인생 최악의 일을 겪으면서, 참으로 부끄러운 가슴앓이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분이 마지막으로 이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좋은 일은 고요하고, 나쁜 일은 천둥 같으니, 그 나쁜 일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요.
전 그 팬이 누군지 알아요. ‘비 개인 오후’라는 닉네임을 갖고 계신 분인데, 일기를 통해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더 이상 저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도 꼭 드리고 싶네요. 추신수가 이제 제자리로 돌아왔으니까요. 제가 왜 사는지, 제가 왜 야구를 하고 있는지, 다시 깨닫게 됐으니까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 야구를 잘하는 선수 축에 들었고, 그 환경에서 즐기고, 행복해 했습니다. 항상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인정받고, 대우받으면서 야구를 했었죠. 그러다보니 안 좋을 때,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좌절에 빠졌을 때, 야구를 즐기는 법을 몰랐어요. 아니 그런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했어요. 경험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
제 인생에 처음으로 거대한 폭풍이 몰아쳤고, 그 후유증을 고스란히 겪어내면서 느낀 점이라면, 이 조차도 감사하고 즐기면서 지내자는 것입니다. 개구리가 더 멀리 뛰기 위해 잠시 몸을 움츠리는 것처럼 저도 더 높은 비상을 위해 짧은 아픔을 겪었다고 생각해요.
올 시즌이 어떤 성적으로 마무리 될지는 모르지만, 오늘 삼진을 당했다면 내일 안타를 쳐서 회복하면 되는 것이고, 그 또한 어렵다면 그 다음 기회를 기다리면 되는 게 아닐까요.
시애틀 마이너리그 시절 제가 가장 존경했던 감독님이 계십니다. 지금 애틀란타 트리플A에 계시는 데이비드 브런디 감독님이신데요, 최근 저한테 이런 문자를 보내셨더라고요.
“추, 지금 많이 힘들겠지만, 그 어려움들 또한 네가 만든 것이고, 그걸 견디는 것도 네 몫이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네 자신을 믿는 것이다. 난 널 믿는데, 넌 널 믿지 못하는 것 같다.”
감독님, 지금은 절 믿습니다. 제 자신을 믿고 있습니다. 감독님께 감사드릴 일이 너무 많아요. 마이너리그 시절, 동양에서 온 이름 없는 선수를 살뜰히 챙겨주신 부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제 자신을 믿고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계속 지켜봐주십시오.
클리블랜드에서
뱃속 아이 아내 닮았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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