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역대 호남 지지율 최저 속 이낙연 띄우기…홍준표 거리두기에 ‘윤’ 2030 표심 어떻게 잡나
“제가 존경하는 정치거물 이낙연 전 대표 고향 맞나. 이낙연 대표님 잘 계시냐.”
‘집토끼’ 잡기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1월 29일 전남 영광을 찾아 이낙연 전 대표로 첫 운을 뗐다. 이 후보는 “영광이 낳은 정치 거물 이낙연 전 대표님 제가 잘 모시고 유능한 민주당으로 더 새로운 정부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면서 이 전 대표를 앞세웠다. 이는 이 후보가 이 전 대표를 통해 호남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역대 민주당 대선 주자들과 비교했을 때 낮은 편이다. 11월 29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광주‧전라 지지율은 60.4%를 기록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21.4%)를 크게 앞서는 수치이지만, 민주당 계열 후보가 호남에서 얻었던 대선 지지율(김대중 전 대통령 94.7%, 노무현 전 대통령 93.4%, 문재인 대통령 89.2%)에 비해서는 낮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이하 동일).
이 후보는 대선을 100일 앞두고 발표(11월 29일)된 여론조사 9개에서 윤 후보에게 모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대선 중 100일 전 지지율이 뒤지고 있던 대선 후보가 승리한 경우는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호남 지역에서 지지율이 받쳐줘야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며 “이 전 대표를 지지했던 민심이 이 후보 쪽으로 몰리지 않는 것인데 이 전 대표가 하루빨리 나서줘야 한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이 전 대표는 이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경선 패배 이후인 10월 24일 “문재인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선언한 뒤 잠행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개인적인 정치 행보를 조용하게 이어가며 중앙정치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는 최측근인 오영훈 의원이 선대위 비서실장으로 임명될 당시 “(이 후보를) 도와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이 후보를 도울 방법과 등판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11월 29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서 “이 전 대표가 여러 가지로 극적인 타이밍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가장 효과적인 타이밍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이 후보와 비슷한 상황이다. 경선에서 맞붙었던 홍준표 의원이 윤 후보와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홍 의원이 이번 대선의 주요 변수 중 하나로 꼽히는 2030세대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윤 후보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더군다나 홍 의원은 최근 2030 청년들을 기반으로 독자 세력화에 나섰다. 홍 의원은 경선 패배 후인 11월 4일 독자 플랫폼인 ‘청년의꿈’을 만들었다. ‘청문홍답(청년의 고민에 홍준표가 답하다)’,‘홍문청답(준표형의 질문에 청년들이 답하다)’ 등의 코너를 통해 청년층과의 소통에 나섰다. 경선 과정에서 2030 남성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던 홍 의원이 확고한 지지 기반을 만들고자 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정권 교체를 원하는 응답에 비해 2030 청년층 지지율이 저조한 편이다. 11월 29일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18~29세의 ‘정권교체’ 여론은 53.5%를 기록했지만, 윤 후보 지지는 22.0%에 그쳤다. 30~39세에서는 ‘정권교체’ 비율이 44.8%였고, 윤 후보 지지율은 25.5%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홍 의원의 거리두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 의원은 11월 28일 ‘청년의꿈’ 청문홍답 코너에서 ‘다음 대선 누굴 뽑아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이재명이 되면 나라가 망하고 윤이 되면 나라가 혼란해질 것”이라며 두 후보를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준석 대표 패싱 논란을 두고서는 11월 30일 ‘윤석열이 와서 당을 망치고 있다. 정치 5개월 한 사람이 당대표를 내치려 한다’는 한 누리꾼의 말에 홍 의원은 “당대표를 겉돌게 하면 대선 망쳐요”라고 윤 후보를 일갈하기도 했다.
이에 당내에선 윤 후보가 2030 표심을 위해 홍 의원과 스킨십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 2030 청년들이 바라보고 있는 건 사실상 이준석 대표와 홍 의원이다. 청년 민심을 확실하게 잡으려면 이들과의 접점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원팀이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원팀이라는 것은 단순한 결합의 문제를 넘어서서 지지층의 결합”이라며 “이 후보로서는 중도 공략과 영남권 공략을 위해 치고 나가야 하는데 지지층에서 발목이 잡혀 있는 꼴이다. 윤 후보 2030 청년 세대를 흡수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컨벤션 효과가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말 연초를 기점으로 이들의 전폭적 지원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엄 소장은 “이낙연 전 대표나 홍준표 의원이 후보 교체 가능성을 보고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며 “후보 교체 가능성이 낮아지는 연말연초 기점으로 각각 전폭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점쳤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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