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폭행사건을 일으켰던 개그맨 김태현. 당시 김태현 사건은 피해자 측이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 측이 2억 원의 합의금을 요구하자 김태현 측은 쌍방과실을 주장하며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 피해자 측은 1억 5000만 원에 재차 합의를 시도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자 상해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고 결국 김태현은 폭행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김태현의 행동은 공인으로서 충분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었지만, 상대방의 과도한 합의금 요구 사실이 알려지자 ‘연예인이 봉이냐’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작곡가 지망생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된 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는 개그맨 김기수. 그는 사건 발생 초기 언론 노출을 막기 위해 고소인 측에 400만 원을 건넸다가 고소인 측에서 합의금으로 1억 2000만 원을 더 요구하자 결국 재판까지 가게 됐다. 이로 인해 사건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기수는 “이미지를 고려해 재판까지 가고 싶진 않았지만 결국 잃을 것 많은 연예인이 죄인”이라는 말을 남겨 눈길을 끌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를 악용해 합의금을 뜯어내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폭행사건에 가담하지 않았음에도 일행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합의금 2000만 원을 요구받았던 배우 이민기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경찰 조사를 통해 이민기의 혐의 없음이 명백히 밝혀졌지만, 이미 폭행 사건은 대중에게 알려져 구설수에 오른 뒤였다.
한편 몇 년 전 강남 일대에선 ‘하얀 에쿠스’ 주의보가 내려진 적이 있다. 하얀 에쿠스를 모는 운전자가 연예인 음주 운전 차량을 상대로 고의 사고를 낸 뒤 합의금을 뜯어간다는 루머가 연예계에 퍼졌던 것. 실제로 몇몇 연예인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운전자는 청담동 일대의 나이트클럽 등에서 잠복을 하다 새벽 시간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연예인을 발견하면 뒤쫓아 고의로 사고를 낸 뒤 음주 운전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리겠다며 협박해서 건당 수백만 원의 합의금을 챙겼다고 한다.
특히 개그맨들이 주된 피해자였다고 하는데 개그맨 C는 당시를 떠올리며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괜한 구설수에 휘말리는 게 무서워 상대 운전자에게 200만 원을 건넸다”며 “악질도 그런 악질이 없었다”는 말로 당시 사건을 회상했다. 또한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연예인들도 꼴불견이지만, 이들에게 접근해 합의금을 뜯어내는 이들도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별다른 사건 사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합의금을 갈취당하는 일도 연예계에선 비일비재하다. 사업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연예인 H의 쇼핑몰.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박을 쳤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사이트 접속률이 폭주했다. 하지만 연예인이 운영하는 잘나가는 쇼핑몰이라는 생각에 각종 민사소송이 끊이지 않았다. 자체 제작 상품을 두고 디자인을 표절당했다는 내용증명부터, 자신들이 개발한 글씨체를 무단으로 도용해 사용했다며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일 등 다양한 소송이 제기된 것.
H는 “디자인 업체에 의뢰해 홈페이지 디자인을 했기 때문에 정작 우리 잘못은 하나도 없었다”며 “다만 안 좋은 기사가 보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인 사비로 일정 부분의 합의금을 주고 홈페이지 디자인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H는 “연예인이 사업을 진행하면 홍보 효과가 크지만, 그만큼 감내해야 될 부분도 많다”는 말로 나름의 애환을 털어놓았다.
▲ 고은아. |
한편 합의금을 마련할 형편이 안 돼 갖은 고생을 해야 했던 연예인들의 이야기도 있다. 활발한 활동을 벌이다 최근 몇 년 활동이 주춤해진 방송인 K. 언론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는 몇 년 전 행인 사망사고를 내고 방황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당시 K는 운전부주의로 인해 길 가던 행인을 치고 말았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사고를 당한 행인이 사망했다.
그렇지만 사망사고인지라 합의금 액수는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였다.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수천만 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마련했다. K는 사고에 대한 죄책감으로 방송 활동이 어려웠지만 가족들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일을 해야만 했다. 이때 K가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에로영화. 한 편을 촬영하면 500만 원을 받는다는 얘길 듣자마자 K는 자존심을 버리고 촬영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반드시 합의의 조건이 돈만은 아니다. 몇 년 전 형사사건에 휘말렸던 가수 L은 구속 직전에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합의금으로 수억 원이 오고갔다는 설들이 난무하기도 했다. 그런데 L의 한 최측근에 의하면 피해자 측에서 요구한 것은 거액의 합의금이 아니었다고 한다. 물론 일정 부분 합의금도 오고갔지만 피해 여성이 연예지망생인 터라 ‘L이 피해 여성의 연예계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특별 조항이 합의서에 첨가된 것. 과연 L의 도움을 받아 피해 여성이 정말로 연예계에 데뷔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