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고교 교실에서 남학생이 여교사로 보이는 여성에게 치근덕대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
일련의 사례들이 우리 사회와 교육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학교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을 통해 교권 추락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지난 6월 초 경남의 모 초등학교 6학년 음악시간에 발생한 일이다. 작년에 임용된 여교사 A 씨(25)는 수업시간에 가요를 시끄럽게 부르던 한 학생에게 “조용히 하라”고 나무랐다. 그러자 학생은 큰 소리로 “뭐라고 하노. 저 XXX이”라고 소릴 질렀다. A 교사가 “교실 밖으로 나가”라고 하자 그 학생은 반 친구들을 향해 “나보고 나가란다. 지가 나가지”라고 빈정거렸다. 결국 A 교사는 스스로 수업을 중단하고 교실문을 나서야 했다.
실제로 기자와 만난 서울 소재 모 초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B 교사는 “요즘 초등학교 6학년들은 웬만한 중학생만큼 덩치가 크다. 그래서 주로 여교사의 키나 체격을 보고 자신보다 왜소한 체격의 여교사는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이로 인해 일선 초등학교에서는 여교사들이 6학년 담임을 꺼려하는 현상도 있다. 그래서 보통 근무지를 새롭게 옮겨오는 교사에게 6학년 담임을 맡긴다”고 전했다.
여교사의 경우 성희롱 등 민감한 피해 사례들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의 모 중학교 관계자는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고 중학생이 여교사의 치마 속을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학교에서 20~30대 젊은 여교사들의 치마 착용을 자제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교권침해 사례가 여교사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3월 17일에 발표한 ‘2010년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를 보면 교권 추락의 실태를 짐작할 수 있다. ‘교권추락’을 넘어 ‘교권 황폐화’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한국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사례’를 보면 1990년에는 20건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총 260건으로 20년 사이 13배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교권침해 사례별로 보면 학생·학부모에 의한 폭언·폭행·협박 등의 부당행위가 40%로 가장 많았다. 특히 남교사의 피해사례가 58.46%로 여교사의 41.54% 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11월 광주광역시 모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황당 사건이다. 학생생활지도부장교사 김 아무개 교사(40)는 학생지도를 위해 교문으로 나가던 중 두발이 불량한 이 군(19)에게 “머리가 길다. 두발 상태가 불량하다”고 지도했다. 복학생으로 평소 학교에서 말썽이 많았던 이 군은 순간 김 교사의 얼굴 등을 가격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혔다. 더군다나 이 군은 이 과정에서 김 교사에게 “그래 알았다고 XX” “대접해 줄 것 같으냐. X신” “이XX 미쳤네” 등 일반학생이 교사에게 할 수 없는 반말과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내뱉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교사의 교권침해 또한 심각함을 대변하는 단적인 사례다.
학부모로부터의 교권침해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교총의 상담사례를 살펴보면 교사에게 욕설을 했던 학생을 나무라는 교사에게 학부모가 찾아와 “원래 우리 아이는 착한 아이인데 오죽했으면 욕을 했겠느냐”며 교사 말은 무시한 채 자기 아이 편만 드는 사례가 많았다. 또 다리가 아픈 아이에게 무릎을 꿇렸다고 아이의 이모가 찾아와 우산으로 교사에게 삿대질한 사례도 있었다.
2010년 6월 경기도의 모 여중학교에서는 정 아무개 교사(30)가 수업시간에 산만한 학생이 있어 교과서로 머리를 살짝 한 대 때린 일이 있었다. 이후 김 양(15)은 정상적으로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며칠 후 갑자기 팔이 아프다며 입원을 했다. 김 양의 부모는 학생을 입원시킨 뒤 1인실과 특실 등을 옮겨 다니며 해당 교사에게 200만 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 교사가 이에 응하지 않자, 고소를 해 경찰 조사를 받는 사례도 있었다.
경기도 모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간의 다툼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자기 자녀에게만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학부모가 학교로 찾아와 교사를 폭행한 일도 있었다. 이 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C 군이 친구 D 군을 일방적으로 때린 사건이었다. 이에 학교 측은 C 군에게 서면사과와 등교정지 3일, 상담의뢰 결정을 했다. 하지만 C 군의 학부모는 이를 거부하고 무작정 학교를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C 군의 할아버지는 분에 못 이겨 폭언과 함께 준비해온 달걀로 B 교감의 머리를 폭행했다. 결국 동료교사의 신고로 경찰까지 동원됐다.
교권 침해가 사례가 증가추세를 보이자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교실 내에서 학생들끼리 싸우거나 말썽을 일으켜 지도를 해야 할 경우가 생기더라도 아예 무시하거나 자리를 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한다. 실제로 서울의 모 초등학교 교감으로 있는 H 교사는 “교사들 사이에 괜히 지적했다가 나만 피해 입는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주변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교사가 많다”고 말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