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써니>에서 ‘나미’ 역 유호정의 아역을 맡은 심은경. 충무로의 연기 천재라는 찬사를 받으며 화제의 중심에 있다. 사진제공=래핑보아 |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아역 배우는 바로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구형규’ 역을 맡았던 양한열이다. 차승원이 그를 부르던 애칭 ‘띵똥’으로 시청자들에게 더 친숙한 양한열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언맨’ 독고진과 구애정 사이에서 사랑의 큐피드 역할을 톡톡히 하며 주목받았다. 실제로 그는 촬영 현장에서 차승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한다. 차승원은 한 인터뷰를 통해 “띵똥은 밤샘 촬영에도 울지 않고, 인공 눈물도 필요 없는 아이였다”며 “마이 베스트 프렌드 띵똥”이라며 그를 추켜세운 바 있다. 양한열 또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차승원과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양한열은 배우로 데뷔하게 된 과정이 남다르다. 그는 친척의 결혼식에 참석해 사진을 찍던 도중 사진기사의 ‘잘한다~’는 칭찬에 즉석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했고, 그의 모친이 이 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려 화제가 되면서 데뷔하게 된 것. 그 사진을 본 MBC <뽀뽀뽀> 아역 섭외업체에서 출연 제안이 왔는데 결정적인 이유는 당시 MC였던 신동과 닮은꼴이었기 때문. 그런가하면 최근에는 그의 다이어트 전후 사진까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최고의 사랑>에 출연하기 전 한 케이블TV의 어린이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그의 모습이 화제가 됐는데, 당시 사진을 보면 그는 지금과 사뭇 다른 턱선을 가진 조금은 뚱뚱한 모습이다. 그의 다이어트 감량 체중은 무려 8㎏. ‘띵똥’은 다이어트에서도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파워를 보여준 셈이다.
브라운관에 ‘띵똥’이 있다면 스크린에는 흥행 1위 영화 <써니>의 아역배우들이 단연 화제다. 특히 유호정의 아역을 맡은 심은경은 충무로의 연기 천재라는 찬사를 받으며 화제의 중심에 있다. 어린 ‘나미’ 역할의 심은경을 성인 ‘나미’ 유호정은 어떻게 평가할까? 유호정은 “영화 첫 리딩 때 성인 연기자와 아역 연기자가 모두 모였었다”며 심은경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취화선> 이후 10여 년 만의 영화 출연이라 극도로 긴장한 상태였는데, 심은경이 리딩하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며 “감독에게 출연료 다시 돌려줄 테니 나는 빼달라고 투정을 부렸을 정도”라고 당시 후일담을 전했다. 유호정은 또 심은경의 연기에 대해 “아무래도 드라마를 친숙하게 접하며 자란 영상세대들이다보니 우리 때보다 감정 표현이 디테일하다”고 평했다.
한편 심은경의 데뷔는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엄마와 함께 찾아간 연기학원에서부터였다고 한다. 연기학원을 찾아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활발한 성격으로 달라진 그는 이후 드라마에 캐스팅되며 소위 잘나가는 아역배우가 됐다.
▲ <최고의 사랑>서 애칭 ‘띵똥’으로 주목받은 양한열. |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오광록의 아역을 맡았던 오승윤은 드라마와 함께 성장(?)한 대표적인 아역 배우다. 제작 기간이 무려 2년이나 된 <태왕사신기>에 출연한 오승윤은 2년 사이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는 드라마를 촬영하며 키가 무려 180㎝까지 성장했는데, 오광록의 키는 171㎝, 같은 역할의 아역이 성인 배우보다 키가 더 큰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됐다.
아역 배우들이 동원되는 촬영 현장에서는 어김없이 볼 수 있는 풍경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잠과의 전쟁과 눈물과의 전쟁이다. 원빈 신하균 주연의 영화 <우리형>에 참여했던 한 스태프도 아역 배우와의 밤샘 촬영에 얽힌 고생담을 전해줬다. 원빈과 신하균이 포장마차에서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는 장면에 잠깐 등장하기로 했던 꼬마 아이들은 촬영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지친 나머지 그만 잠이 들었다고 한다. 이윽고 촬영은 시작돼 스태프들은 급하게 아이들을 깨웠지만 얼떨결에 잠에서 깬 아이들은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신하균이 아이들을 달래기 시작했지만 아이들의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이번엔 원빈이 나섰지만 사실 아이들에게 원빈은 무서운 폭력 삼촌일 뿐이었다. 영화 속 원빈의 역할이 폭력을 일삼는 문제아였던 것. 무서움에 더 큰 울음을 터뜨린 아이들에게 이번엔 스태프 한 명이 다가갔다. 잠깐 귓속말을 나누고 돌아선 아이들은 거짓말같이 울음을 그쳤다고 하는데, 이 스태프가 전한 말은 “자꾸 울면 끝나고 오뎅 꼬치 안 줄거야”였다고.
아역 배우들의 눈물을 멈추게 하는 일 만큼이나, 아역 배우들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일도 전쟁이다. 드라마 <오 마이 레이디>에서 아역 배우 방준서와 모녀 지간으로 출연한 탤런트 채림. 엄마와 떨어져 사는 아이의 서러운 눈물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지만 9살 배우에게 눈물 연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그때마다 채림은 촬영장 구석으로 방준서를 데리고 가서 귓속말로 속삭였다고. “너 엄마가 밥 안차려주면 어떡할래?” “엄마가 너 버리고 가면 누구랑 살래?” 아역 배우의 실감나는 눈물 연기가 탄생하는 순간이자 후배를 향한 선배의 특급 연기지도가 이뤄진 순간이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